[기업의 질문]

“TV 고발 프로그램에서 갑자기 인터뷰 요청을 해왔어요. 얼마 전부터 저희 제품에 문제가 있었는데, 그걸 취재한다고 하네요. 제 경험상 인터뷰를 하건 안 하건 나쁘게 방송되는 건 당연한 것 같아요. CEO도 취재에 응하지 말고 노코멘트하라고 하시네요. 그게 최선인 듯한데, 어떻게 생각하세요?”

[컨설턴트의 답변]

 

세계적으로 TV 고발 프로그램(탐사보도 프로그램)의 취재 시 대응으로 가장 많이 쓰이는 것이 실제로 ‘노코멘트(No Comment)’ 방식입니다. 그렇지만 이 대응 방식은 매우 많은 케이스에서 ‘전략적이지 않았다’는 평가를 받습니다. 공격적 취재에 대응할 때 기업이 쉽게 사용하는 ‘노코멘트’는 시청자들에게는 흔히 ‘코멘트’로 해석되는 치명적 단점이 있기 때문이죠. ‘문제를 인정한다’는 코멘트로 받아들여지거든요.

그런데 재미있는 것은 ‘노코멘트’ 대응을 택한 주체 스스로의 사후 평가입니다. 대부분 그 대응을 그나마 성공한 전략으로 평가하곤 합니다. 그 이유에는 또 웃지 못 할 현실이 있습니다. 보통 업계 문제를 다루면 동종 업계 내 3개 이상의 기업들을 동시에 취재하게 되는데요. 이 3사 간 대응 방식에 종종 차이가 있다는 것입니다.

A 기업은 일단 ‘노코멘트’하는 기업입니다. 기자의 전화를 받지 않거나, 서면 답변을 보내겠다고 하고 보내지 않고요. 방문 취재를 거부하며 접촉 자체를 꺼리는 경우입니다. B 기업은 나름 적극 취재에 협조하고 책임자들이 TV 카메라 앞에 나와 인터뷰도 하며 해명을 시도하는 기업입니다. C 기업은 로펌을 통해 서면으로 취재진을 압박하고, 취재하지 말라는 법적 메시지를 전달하는 기업입니다. 되건 안 되건 말이죠.

노코멘트를 택했던 A 기업은 방송을 통해 취재에 적극 협조하는 것처럼 보였던 B 기업이 비참한 제물이 되는 광경을 지켜보게 됩니다. PD가 갑자기 제시한 질문에 임원이 벙어리가 되어 버리거나, 공격적 질문에 못 이겨 화를 내고 자리를 뜨거나 하는 장면을 보게 되죠. “차라리 저 대응보다 그냥 우리의 노코멘트가 더 나은 선택이었어”라며 안도하게 되는 겁니다. 여기서는 ‘차라리’라는 표현만 맞습니다. 제대로 준비 안 된 인터뷰는 정말 최악의 선택입니다.

A 사나 B 사나 실패한 것은 매한가지입니다. 시청자 입장에서는 ‘평소 문제가 없다고 이야기하던 A 사는 노코멘트해가면서 문제를 인정하는군. B 사와 다를 게 뭐야?’하는 생각을 하게 만들어버렸기 때문이죠.

고발 프로그램에 대응하기 위해서는 프로그램의 취재 특성과 방향성을 정확하게 이해해야 합니다. 고발 프로그램에 적합한 방식으로 대응하되, 가능하면 회사의 이미지와 명성에 데미지가 적은 대응 전략을 ‘선택’해야 합니다. 그중 대표적인 대응 전략은 ‘방송 화면을 재미있게 만들어 주지 말라’는 겁니다. 취재를 거부한다면서 취재진을 밀치고 때리거나 카메라를 손으로 움켜쥐며 욕설을 하는 경우, 방송은 재미있어집니다. 그 다음 대응 전략이 ‘취재진을 이해나 설득하려 하지 말라’는 것입니다. 생각보다 많은 기업이 이런 시도를 합니다. 그것은 거의 개종과도 유사한 시도거든요. 불가능합니다. 대신 회사의 메시지를 지속적으로 ‘반복 전달’하는 수밖에 없습니다.

여기서 매우 중요한 대응 전략은 ‘개선책을 풍부하게 제시하라’입니다. 문제를 지적하는 방송 취재 과정에 맞서 싸워 이긴 기업은 없습니다. 대신 보도 취지를 이해하고 해당 프로그램의 저널리즘적 노력에 감사하면서 개선책을 강력하게 제시해 이를 방송되게 만드는 것이죠. 일종의 윈윈(win-win) 전략입니다. 물론 취재 대상 기업이 여럿이고, 그중 자사가 업계 규모나 중요도에서 비중이 크지 않다면 ‘노코멘트’도 하나의 대응 전략은 될 수 있습니다. 자사가 문제에 해당하는 상황이라도 아주 가벼운 경우 ‘노코멘트’는 의미가 있습니다. 그러나 이런 제한적 대응 전략이 가장 ‘유효한 대전략’이라거나, 매번 일관된 ‘기조 전략’이라고 생각하는 것은 위험합니다.

기업 스스로 생각해보고 대응 전략을 정하는 것이 정답입니다. ‘평소 우리가 고객을 사랑하고 존경한다고 얼마나 많이 커뮤니케이션했는가?’, ‘우리가 얼마나 안전, 품질, 가치, 신뢰, 편의에 대해 열심히 커뮤니케이션해왔는가?’, ‘평소 그렇게 대대적으로 커뮤니케이션하던 우리가 문제가 발생하니 ‘노코멘트’하는 것이 과연 자연스러운가?’ 입장을 바꾸어 한번 생각해보자는 이야기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