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증시가 원/달러 환율의 고공행진 속에서도 시장 주변 악재가 해소되지 않으면서 힘겨운 싸움을 지속하고 있다.

수출주들에게 다소 양호한 시장 환경이 조성되고 있지만 엔화약세가 동반되면서 호재 효과가 상쇄되고 있는 것. 특히 중동호흡기증후군(메르스)에 따른 내수시장의 부진으로 2분기 기업 실적마저 악화되는 가운데, 이 같은 안팎 악재가 해소돼야 방향성을 되찾을 것이라는 지적이다.

원/달러 환율 1200원 선 근접

최근 금융업계에 따르면 원/달러 환율은 연내 미국 기준금리 인상 예고로 인해 지속적으로 상승세를 이어오고 있다.

원/달러 환율은 지난해 9월 1일 1012.00원에서 올해 1월 2일 1104.50원으로 상승한 뒤, 7월 24일 기준으로는 1170.40원까지 상승하며 1200원 선에 근접하고 있다.

고공행진을 기록하고 있는 원/달러 환율은 국내 주식시장에서 큰 주의대상으로 작용한다. 환율은 외국인의 우리나라 증시 매매동향과 밀접한 연관이 있기 때문이다.

▲ 원/달러 변동 추이(단위 : 원)

2000년 이후 외국인 매매동향과 환율 변화 추이를 살펴본 결과 원/달러 환율이 1000~1300원 사이에 있을 때는 주식을 매수하는 경향이 나타난다.

외국인들 입장에서 1000~1300원 구간에서는 시세차익과 환차익을 모두 확보할 수 있는데, 현재 환율이 해당 범위에 속한다.

반면 원/달러 환율이 1000원 이하거나 1300원 이상일 때는 주식 매수를 자제하는 모습을 보였다.

1000원 이하 구간에서는 환율의 추가 하락 가능성이 낮아 외국인 투자자는 환차손에 대한 우려를 가진다. 또 환율이 1300원을 초과할 경우는 한국 경제 펀더멘털에 문제가 발생했을 가능성이 높다.

▲ 원/엔(100엔) 환율 변동 추이(단위 : 원)

외국인 우호적 구간에도 국내 주식 매도… 원/엔 환율 영향

하지만 최근 외국인들은 우호적 환율 구간인 1000~1300원 구간임에도 불구하고 국내 주식시장에서 매도세를 보이고 있다. 외국인은 7월 1일부터 24일까지 코스피에서 1조7497억원, 코스닥시장에서 1999억원어치를 순매도했다.

우호적인 원/달러 환율상황 속에서도 외국인의 매도세가 이어지는 이유는 원/엔 환율과 밀접한 연관이 있다. 실제 지난 2000년 이후 외국인들은 국내 주식시장에서 원/달러 환율과 원/엔 환율이 각각 1100원과 1000원을 하회할 때, 외국인의 매도물량이 지속적으로 출회됐다.

원/엔(100엔) 환율은 지난 2011년 10월 7일 1575.99원에서 2013년 1월 4일 기준 1206.21원, 지난해 1월 3일 기준 1011.02원으로 떨어진 뒤 7월 27일 기준 943.40원으로 하락했다.

‘엔저-원고(원엔환율 하락)’ 현상 심화는 결국 한국 수출기업의 투자 매력을 약화시킨다. 한국 기업과 일본 기업은 서로 경쟁이 심하기 때문에 엔화 대비 원화 강세는 한국 수출기업 주가에 디스카운트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

통상적으로는 달러 강세일 경우 상대적으로 원화의 가치가 하락해 우리나라 수출제품의 가격경쟁력이 높아지게 된다. 하지만 최근의 수출 흐름을 보면 우호적인 가격 환경이 조성됨에도 불구하고 수출 실적은 나아질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NH투자증권 리서치센터에 따르면 비교적 우호적인 환율 환경이 조성됐던 7월의 경우에도 수출증가율이 전년 대비 -8.6%를 기록하는 것은 물론. 원화환산 수출도 전월(+6.5%)보다 낮은 +2.9%로 추정되고 있다.

특히 우리나라의 주요 수출기업인 자동차, IT, 반도체 등은 글로벌 시장에서 주로 일본 기업들과 경쟁하게 된다.

▲ 수출주 주가 변동 추이 (단위 : 만원)

현대경제연구원 설문조사에 의하면 한국 기업의 원/달러 환율, 엔/달러 환율 손익분기점으로 가장 의미 있는 레벨은 각각 1050원, 120엔으로 나타났다.

원/달러 환율은 이미 손익분기점을 상회하고 있지만, 엔/달러 환율은 여전히 125엔 선에 근접해 있다. 설문조사에 응답한 기업의 80%는 엔/달러 환율이 125엔을 유지하면 회사 경영이 어렵다는 고충을 토로하고 있다.

김대준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경영환경 악화는 기업의 실적 둔화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며 “이는 결국 관련 기업의 밸류에이션에 부담 요인으로 작용할 것이고, 궁극적으로 해당 기업에 대한 투자매력 약화로 연결될 공산이 크다”고 분석했다.

결국 단순하게 원화 약세로만의 수출증가를 기대하기도 어렵기 때문에 주식시장에서의 성장 역시 힘든 상황에 놓인 것으로 해석될 수 있다.

실제 수출주들은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다. 삼성전자는 지난 3월 19일 151만원의 주가를 기록했지만 지속적으로 하락해 6월 2일 130만3000원, 7월 24일 122만9000원으로 떨어졌다.

같은 기간 SK하이닉스는 4만6400원에서 5만1200원으로 올랐지만, 다시 하락세로 돌아서서 3만6850원으로 급락했다. 현대차는 18만4000원에서 6월 2일 13만8500원으로 떨어졌다가 14만5000원으로 소폭 올랐지만 전반적으로는 하향세를 보이고 있다.

내수침체‧중국 증시 우려 극복 필요

무엇보다도 메르스로 인한 내수침체와 더불어 2분기 실적 시즌에 대한 우려가 현실화되며 투자자들의 경계심리를 자극하고 있다.

7월 24일까지 실적발표 결과를 점검해 본 결과 시가총액 1조원 이상 대형주의 컨센서스 하회 비율은 60%로 전체 비율을 웃도는 수치를 기록했다.

김진영 NH투자증권 연구원은 “실적발표 결과에 따른 변동성 확대 양상은 지속될 것으로 예상된다”며 “경기민감 업종 내 대형주에 대한 센티먼트 개선에는 시간이 좀 더 필요해 보여 주의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또 중국 증시의 폭락 장세 연출로 인한 대외 변동성 확대 역시 한국 증시에 부정적인 영향을 끼칠 것으로 전망된다. 지난 7월 24일 중국 당국의 각종 증시 방어정책을 통해 4000선을 회복했던 상하이 종합지수는 7월 27일 무려 345.35원(-8.48%) 하락한 3725.56원으로 장을 마감했다.

익명을 요청한 증권업계 관계자는 “결국 중국 시장에 강세를 보이던 업종에 대한 경계가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며 “더불어 수출주 중에서는 낮아진 원자재 가격을 활용할 수 있는 종목과, 차별화된 실적 개선세를 보이는 업종을 선별해 투자해야 한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