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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T제품 관세철폐, 마냥 좋은 일일까?이해득실을 따져야

세계무역기구(WTO) 협상에 따라 24일을 기점으로 201개의 전자 및 IT제품 관세가 철폐된다. 물론 각국 정부가 비관세장벽을 통해 자국산업을 보호하려는 분위기는 더욱 강해지고 있으나 국내 수출품목 중 전자 및 IT제품이 차지하는 비중이 높다는 것을 고려하면 분명 긍정적인 흐름이다.

실제로 이번 관세철폐 제품 목록에는 반도체를 비롯해 ‘우리만의 강점’이 적절하게 녹아들어가 있다. 특히 사물인터넷 시대를 맞아 올해 관련시장 매출이 73조원에 달한다는 것을 고려하면 사물인터넷의 심장인 국내 반도체 기술의 경쟁력은 또 한 번 비상의 기회를 잡았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하지만 문제는 이러한 장밋빛 전망에도 돌발변수는 여전히 존재한다는 점이다. 결국 빛이 있으면 그림자도 있는 법이다.

이번 관세철폐 목록을 보자. WTO의 이번 조치로 세계 교역량의 25%에 달하는 무려 1150조원의 시장이 추가로 개방될 것으로 예상된다. 여기에 2013년 기준 우리나라는 해당 분야에서 44조원을 넘는 무역흑자를 기록한 바 있다. 그 이상의 외연적 확장이 가능하다는 뜻이다. 1996년 관세철폐 이후 우리나라는 IT에서만 무려 5배 이상의 성장을 거듭했다. 이러한 흐름이 이번 관세철폐 정국 이후에도 반복된다면 그 이상 좋을 수 없다. 다소 둔화된 국내수출 흐름에도 상당한 기폭제가 될 전망이다.

▲ 출처=뉴시스

하지만 이번 관세철폐에 있어 인접국이자 우리나라와 FTA로 묶인 중국을 고려하면 다소 미묘한 지점이 발견된다. 일단 이번에 관세철폐 대상으로 오른 201개 중 94개 품목은 한중 FTA 일정보다 앞당겨 관세가 철폐될 전망이며, 반도체를 비롯해 당시 FTA 대상이 아니던 25개 품목도 포함되어 있어 우리에게 유리해 보인다. 하지만 그 주변부와 핵심을 고려하면 ‘꼭 우리에게 좋은 일’은 아니다.

먼저 반도체를 얻었지만 2차전지 및 LCD, OLED 등은 포함되지 않았다. 이는 공교롭게도 우리나라의 차세대 성장엔진이다. 특히 사물인터넷을 비롯한 다양한 경쟁력에 필요한 지점이며 반도체와 더불어 다양한 퍼즐의 ‘하나’로 여겨진다. 반도체 하나에 일희일비할 수 없는 이유다.

스마트폰 및 반도체 등 국내 IT산업의 주력이 이미 무관세 대상이라는 점도 눈길을 끈다. 실제로 최근 글로벌 시장에서 IT는 무관세 기조로 방향을 잡는 분위기가 역력하다. 새로운 성장동력의 파급력을 적절하게 나눠갖기 위한 전략적 판단이다.

스마트워치가 대표적인 사례다. 물론 스마트폰 사용자 수 세계 3위로 향후 최대 스마트워치 시장 중 한 곳으로 꼽히는 인도는 스마트워치를 시계로 분류해 수입 가격의 10%나 되는 관세를 부과하고 있고 터키도 우리 기업이 중국 등 제3국에서 제조한 스마트워치에 대해 시계로 분류해 최대 10%의 관세를 물리고 있지만 태국의 경우 스마트워치에 최대 40%의 관세를 물리면서도 국내제품에는 5%만 적용하는 등 나름의 전략적 접근을 구사하고 있었다.

물론 변하겠지만, 결론적으로 관세철폐라는 아이템에 접근하기 위해서는 각국의 사정과 국내IT의 ‘경쟁력’이 어디에 어떤 지점까지 확산되어 있는지를 파악하는 것도 중요하다. 이번 관세철폐의 효과가 미풍에 그칠 것이라는 말이 나오는 이유다. 이미 무관세의 적용을 받고 있다면 이번 조치는 오히려 안방에 침투하는 외국기업에게 속절없이 문을 열어주는 계기가 될 수 있다.

논의의 중심을 중국에만 좁히면 더욱 복잡해진다. 현재 중국은 비관세장벽을 올리는 선에서 관세철폐의 수혜를 모두 받을 전망이다. 특히 스마트폰 경쟁력의 경우 가격 경쟁력을 바탕으로 다양한 시장에 침투할 소지가 다분하다. 게다가 중국은 LCD 및 OLED 등 제조강국 2025와 인터넷 플러스의 기반이 되는 사업은 끝까지 지켜내며 자신들의 이익을 챙겼다는 평가다. 여기에 기술력이 더해지면 중국은 사실상 ‘날개’를 달 전망이다.

자금의 유무도 변수다. 일단 업계에서는 관세철폐에 따른 경쟁시장의 침투가 동시다발적으로 벌어질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여기에서 지금까지 중국 내수시장에서 엄청난 자금을 보유한 중국이 공격적인 경쟁시장 침투에 나설 소지가 다분하다. 이러한 ‘쩐의 전쟁’에서 패배한다면 시장의 미래는 없다.

결론적으로 중국은 비관세장벽을 끌어 올리며 보호주의를 택하는 한편, 최근 자신감을 얻고 있는 반도체를 내어주고 국내를 맹추격하고 있는 OLED 및 LCD는 지켜냈다. 중저가 라인업을 바탕으로 다양한 시장에 침투할 수 있는 스마트폰 경쟁력을 가지고 있으며 기술력 및 국가정책인 인터넷 플러스-제조강국 2025의 근간도 확보했다.

▲ 비관세장벽 회의. 출처=뉴시스

물론 중국과의 관계에서 국내는 중국정부의 오락가락 규제에 막혀 올바른 시장경쟁에 뛰어들지 못했던 것들이 대거 바로잡힐 것으로 보인다. 실제로 지금까지 국내 ICT 기업들은 중국시장 진출에 애로사항이 많았다. ‘만리방화벽’으로 대표되는 ‘묻지마 규제’가 정상적인 서비스를 막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번 조치로 관련된 적폐는 해소될 여지가 있다. 물론, 말 그대로 해소될 ‘여지’가 있다.

이번 관세철폐는 해당 제품을 주력으로 삼는 국내 IT업계에 분명한 호재다. 하지만 이미 무관세 적용을 받는 제품이 대부분이며, 반도체가 포함되어 있다고 하지만 다양한 성장동력이 중국 및 일부국가를 중심으로 묶여 있다는 부분은 변수다. 여기에 자금의 유무에 따라 경쟁시장에 대한 투자를 고려하면 ‘지독한 쩐의 전쟁’이 펼쳐질 소지도 엿보인다.

최진홍 기자  |  rgdsz@econovill.com  |  승인 2015.07.27  10:07: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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