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무역기구(WTO)가 201개 정보기술(IT) 품목의 관세 철폐를 결정함으로써 우리나라는 약 1000억 달러 이상의 무관세 혜택을 볼 것으로 예상된다.

WTO가 24일(현지시각) 스위스 제네바 본부에서 개최한 정보기술협정(ITA) 확대 협상 전체회의에서 201개 품목의 무관세화에 최종 합의했다.

이에 따라, 이르면 세계 주요 산업국가들이 내년(2016년) 7월부터 단계적으로 관세 부과를 없애는 실질적 조치에 들어가면서 201개 품목 가운데 TV·카메라·라디오·모니터 부품과 광학용품, 셋톱박스에서 우리나라의 수출 증대가 기대된다.

이밖에도 프린터 잉크 카트리지, 비디오카메라레코더, 헤드폰·이어폰, 카 스테레오, 초음파 영상진단기, 심전계 등 국내 주요 IT품목이 해외수출에 활기를 띨 것으로 보인다.

우리나라의 201개 품목의 수출액(2013년 기준)은 1052억 달러로 381억 달러의 무역수지 흑자를 기록했다.

품목별로는 TV 등 부분품이 77억 6800만 달러, 기타 광학용품 14억 2000만 달러, TV·카메라 6억 3400만 달러, 셋톱박스 2억 8900만 달러 등이다.

특히, 한·중 자유무역협정(FTA)에서 제외됐던 고율관세 적용의 TV카메라(35%)를 비롯해 위성TV수신 셋톱박스(30%), 평판디스플레이 제조용 기기(10%), 인쇄기·복사기·팩스 부품 등 26개 품목을 포함돼 있어 한·중 FTA보다 앞서 해당 IT제품 관세가 없어져 한국 IT기업들의 중국시장 공략에 청신호가 켜질 전망이다.

그러나 이번에 관세철폐 IT품목들은 수출만큼이나 국내 수입시장에 영향을 줄 것으로 보인다.

IT기기 부문에서 경쟁력을 지닌 미국, 일본, 유럽 국가의 IT 제품들이 무관세화로 국내시장 확대를 노리는 한편, 가격 경쟁력을 기반으로 기술적 격차를 줄이고 있는 중국의 IT 제품들이 물밀 듯이 들어올 가능성도 높다.

특히, IT 제품 수출 1위인 일본, 디스플레이·반도체 시장 확대에 집중하고 있는 중국과 세계 IT시장 경쟁이 더욱 심해질 것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이번 ITA 합의에서 한국이 관세철폐 대상에 포함되길 원했던 LCD(액정표시장치), OLED(유기발광다이오드), 2차 전지 등에서 중국·일본 등 경쟁국들이 상호견제가 심해 결국 무관세 품목 명단에 빠진 것도 결국 IT 선진국들간 이해타산 조율의 결과물이기도 하다.

LCD의 글로벌 교역액이 2000억 달러가 넘는데 한국의 시장 점유율은 40%에 이른다. 중국 20%, 대만·미국·일본 등 20%로 우리를 뒤쫓고 있다. 이런 지형에서 LCD의 관세철폐는 한국만 유리하게 해 줄 수 있다는 중국을 비롯한 경쟁국들의 공감대가 이번 무관세 품목 배제로 나타났다는 분석이다.

현재 ITA 참여 52개 회원국의 IT 제품 교역량은 전 세계 97%를 점유하고 있으며, 이 중 한국의 교역량은 전 세계 8%로 세계 5위다.

정부와 기업들은 LCD와 OLED가 포함되지 못했지만 중국 등 현지 생산체제로 대응해 나간다는 방침이다.

한편, 산업통상자원부는 이번 WTO의 ITA 협상타결이 향후 서비스협상(TISA), 환경상품협정(EGA) 등 다른 다자간 무역협상에도 긍정적인 시금석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