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르면 내년 7월부터 정보기술(IT) 관련 제품 중 반도체, TV카메라, 위성위치확인 시스템(GPS) 장비, 반도체·자기공명장치(MRI), 카 스트레오, 초음파 영상진단기 등 201개 품목이 단계적으로 무관세 품목으로 전환된다.

즉, 그동안 우리나라 IT 기업이 이들 제품을 해외로 수출할 경우 수입국이 관세를 부과했지만, 이제는 관세가 매겨지지 않는다는 뜻이다. 반대로 중국의 해당 IT제품이 우리나라로 수입될 경우, 역시 수입관세가 없어진다.

세계무역기구(WTO)는 24일(현지시간) 스위스 제네바 본부에서 정보기술협정(ITA) 확대 협상 전체회의를 열어 이들 201개 IT 품목에 대한 관세 철폐를 최종 합의했다. ITA 전체회의에는 한국을 비롯해 미국·일본·중국·유럽연합(EU) 등 주요 52개국을 대표해 당사국 대사들이 참석했다.

ITA는 지난 1996년 WTO 회원국들이 컴퓨터, 반도체, 통신장비 등 주요 IT제품 및 부품 203개 품목에 관세를 없애기로 한 다자간 협정으로 1997년부터 발효됐다. 컴퓨터와 휴대전화는 무관세 적용이 돼 왔으나,  시대 변화와 IT기술 발전 등을 반영하기 위한 관세철폐 품목 확대를 위해 2012년부터 ITA 확대협상을 진행해 왔다.

로베르토 아제베 WTO 사무총장은 “오늘의 합의는 기념비적(land mark)인 일”이라며 “이번 201개 IT 품목에 이르는 대규모 관세 철폐 합의는 WTO 사상 18년 만에 처음”이라고 의미를 부여했다.

WTO에 따르면 201개 IT 품목의 연간 교역액만 1조 3000억 달러(약 1520조원) 규모로 전세계 연간 교역량의 약 7%를 차지한다. 이는 자동차 제품 또는 섬유, 의류, 철강을 합친 교역액보다 더 큰 교역 수치다. 또한 전세계 IT 관련 제품의 연간 세계 교역량 4조 달러(약 4680조원)의 25%에 이르는 규모이다.

이번 ITA 확대협정 타결에서 201개 품목 관세 철폐 못지 않게 주목할 부분은 IT부품 원산지 증명의 면제이다. IT 관련 제품의 교역이 많이 늘어나게 될 전망이다. 삼성경제연구소는 ITA 타결로 전세계 IT 무역액이 연평균 8000억 달러, 전세계 GDP도 연 1900억 달러 각각 증가할 것으로 전망한 바 있다.

WTO는 ITA 타결 후속조치로 오는 10월 말까지 ITA 합의 당사국들로부터 합의안 조건에 맞춘 개별국 관세철폐 이행 초안 및 일정을 제출받아 201개 품목별 관세철폐 기간에 대한 관련국들과 협의를 진행할 예정이다. 협의를 거쳐 오는 12월 케냐 나이로비에서 열리는 제10차 WTO 각료회의에서 각료선언문으로 채택할 계획이다. 201개 IT 품목의 관세 철폐 조치는 일반적으로 3년간 단계적으로 철폐될 것으로 보이지만, 예외적으로 7년이 인정되는 경우도 있다.

연합뉴스에 따르면 이번 WTO의 ITA 전체회의에 참석한 최석영 주 제네바대표부 대사는 “한국은 국가경제의 대외 의존도가 높아 무역자유화 정도에 국가의 발전과 생사가 달려있다. 앞으로도 양자든 다자든 형식이나 방법에 관계없이 무역자유화를 위해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고 타결 소감을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