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파소나 그룹은 빌딩에서 벼를 키우고 있다. 1년에 4회 정도 수확한다. 아직 경제성은 없다. 하지만 언젠가는 벼를 실내에서 키워야 할 것이라는 가정 하에 재배한다. 일본을 비롯해 네덜란드, 미국, 덴마크, 벨기에, 이스라엘 등에서 식물공장에 관심을 보이고 있다. 앞으로 사업성이 충분하다는 판단에서다.

국내에서는 농촌진흥청을 중심으로 식물공장을 연구 중이다. 농총진흥청은 지난해 식물공장을 제작해 남극에 보냈다. 남극대원들은 이곳에서 채소를 키워 섬유질을 섭취한다. 변비를 예방하기 위해서다. 컨테이너 식물공장은 하루에 1㎏의 신선 채소를 생산한다.

1년 간 남극 대원에게 식물공장에서 나온 채소를 공급했다. 그러자 고추와 쑥갓도 보강해 달라고 요구했다. 농촌진흥청 국립원예특작과학원 엄영철 농업연구관은 “화분에 하나씩 고추를 심도록 종자를 보내줬다”고 말했다.

이곳의 성장 속도는 자연 상태에 있는 것보다 약 2배 정도 빠르다. 농촌진흥청은 남극에 식물공장을 보냈듯이 중동에 보급하기 위한 시스템을 개발 중이다. 중동 사람들이 좋아하는 식물을 조사 중이다. 이들이 선호하는 식물을 조사해 컨테이너 식물공장에서 생산하려는 의도다.

식물공장이 상용화하면 상당한 양의 종자가 필요해진다. 식물공장용 종자는 안전성이 확보돼야 한다. 수입해 올 때 새로운 병이 유입될 수 있기 때문이다. 철저한 소독은 기본이다. 수입종자를 함부로 사용해선 안 된다.

엄 연구관은 “앞으로 종묘회사를 키워야 한다”며 “문제는 국내 300여 개의 종묘회사 가운데 규모가 있는 회사들은 이미 글로벌기업에 넘어간 상태”라고 설명했다. 농림수산식품부가 종자 개발을 촉진하기 위해 골든시드 프로젝트를 진행할 예정인 것으로 알려졌다.

식물공장은 식물이 자랄 수 있는 최적의 조건을 만들어주는 게 목표다. 최적의 조건에서 최상의 식물을 재배한다. 이곳은 농업만 관련된 게 아니다. 의료분야도 연결된다. 신약을 추출할 수 있는 식물을 키우면 부가가치를 높일 수 있기 때문이다. 천연화학 원료도 재배할 수 있다.

식물공장은 크게 2종류로 나뉜다. 밀폐형 이용형과 태양광 이용형이다. 밀폐형 이용형은 우리나라처럼 여름에 덥고, 겨울에 추운 지역에 알맞다. 냉방비용을 줄일 수 있어서다. 밀폐형은 저광도에 잘 자라는 엽채류 등을 재배하는 게 효율적이다.

태양광 이용형은 태양에너지를 이용하는 식물공장이다. 사방이 유리로 만들어져 있어서 냉방 비용이 많이 든다. 날씨가 춥지 않은 곳에서는 이런 유형을 선호한다. 토마토 등 과채류처럼 에너지가 많이 필요한 식물은 태양광 병용형을 설치한다.

농촌진흥청은 현재 생산비용이 적게 드는 엽채류를 연구하고 있다. 화훼류는 엽채류 만큼 신선도와 안전성을 요구하지 않는다. 화훼류를 연구하는 것은 아직 경제성이 없다는 게 농촌진흥청의 판단이다.

엄영철 연구관은 “과실류는 열매를 맺기까지 시간이 오래 걸리고 엄청난 에너지가 들어간다”며 “만들어봐야 아직은 경쟁력이 없다”고 말했다.

김경원 기자 kwkim@asia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