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반적으로 글로벌 4대 전자상거래 업체로 아마존과 알리바바, 이베이, 징동닷컴을 꼽는다. 규모의 경제에 입각한 산정기준으로 여겨진다. 다만 이베이의 경우 페이팔 분사 이후 힘이 다소 빠졌다는 것이 중론이다. 지난 21일 나스닥에 재상장된 페이팔의 시가총액이 520억 달러를 돌파한 점을 상기해보자. 매출 신장에 있어 약 82%의 비중을 차지하던 효자, '블링블링한' 페이팔이 떨어져나가며 이베이는 당분간 시련의 계절을 보낼 전망이다.

이 상황에서 사이좋게 글로벌 4대 업체를 2개씩 나눠가진 미국과 중국의 전자상거래 업계에 미묘한 변화의 바람이 불고 있어 눈길을 끈다. 아마존과 제트, 그리고 알리바바와 징동닷컴을 둘러싼 전황이 그 주인공이다.

물론 아마존과 알리바바는 이견의 여지가 없는 전자상거래 업체의 거인이자 무시무시한 비전을 가지고 있는 현재진행형 업체다. 그리고 제트는 최근에야 서비스를 시작한 스타트업에 불과해 나머지 업체들과 직접적인 비교가 어렵다. 하지만 확실한 것은, '뭔가 달라지고 있다'는 점이다.

제트, 도전장을 내다
22일(현지시각) 주요언론은 미국 전자상거래 업체 제트닷컴(Jet.com)의 출발을 성대히 보도했다. 웹사이트 오픈 하루만에 100만 달러의 물품을 팔아치웠기 때문이다. 하지만 곰곰히 생각해보자. 100만 달러라는 돈은 분명 큰 액수지만 전자상거래 업체가 '엄청난 성공'을 거뒀다고 볼 수는 없는 금액이다. 소위 오픈빨(?)도 있지 않은가. 그런데 왜 호들갑일까? 이유는 두 가지다. 바로 제트닷컴의 독특한 방식과 CEO인 마크 로어 때문이다.

먼저 제트의 방식이다. 외신의 표현에 따르면 제트는 코스트코와 아마존의 경계에 서있다. 기본적으로 박리다매와 중독성 있는 할인체감을 무기로 삼아 아슬아슬한 줄타기를 한다. 취급물품은 1000만개 수준으로 적지만 포장단위가 크다. 연회비는 50달러로 아마존 프라임의 절반, 코스트코보다 약간 저렴한 수준이고 개별상인이 직접 입주할 수 있다.

최저가 검색에 특화되어 있어 비슷한 기능을 가지고 있지만 고객에게 혼란을 준다는 핀잔을 받는 아마존보다 편리하며 고가제품은 아직 완전한 가격 경쟁력을 갖추지 못했다. 다른 쇼핑몰과 연대하는 방식을 취하는 점도 흥미로운 대목이다. 배송이 최대 5일이나 소요된다는 약점이 있지만 구매액이 35달러를 넘으면 배송 서비스 및 한 달 이내의 제품을 반품할때 발생하는 비용은 받지 않는다. 현재는 웹사이트 오픈 기념으로 연회원비 50달러에 6개월 무료이용권을 주고 있다.

제트의 주요 수익원이 판매수수료가 아니라 연회비라는 점도 재미있다. 물론 최근 전자상거래 업체들이 비슷한 형태를 보이기 때문에 놀라울 정도는 아니지만 이를 바탕으로 가격 경쟁력을 제고하는 것은 분명 영악한 대목이다. 여기에 상품을 결제하며 점진적으로 할인을 체감하게 만드는 부분도 나름의 경쟁력으로 여겨진다.

하지만 제트를 더욱 특별하게 만드는 것은 바로 마크 로어 CEO다. 외신에 따르면 그는 '아마존이 가장 두려워하는 남자'다.

마크 로어는 통계학과 경제학을 전공했지만 그가 사회에서 뛰어든 영역은 바로 기저귀 사업이었다. 왜 기저귀일까? 그는 기저귀의 특성을 간파했다. 통상적으로 상품은 판매자와 구매자의 이해관계가 맞아 떨어져야 한다. 하지만 기저귀의 실질적인 고객은 '아기'며 아기들은 주도적으로 경제활동을 벌일 수 없다.

여기에 착안한 마크 로어는 철저한 부모중심의 마케팅으로 기저귀를 판매하기 시작했다. 타깃을 명확히 설정하고 이를 집요하게 노렸다는 뜻이다. 그는 '바쁜 부모들이 시간을 절약하며 기저귀를 편하게 구입하게 한다'는 모토로 연중무휴 반품과 무자비한 택배정책을 실시했다. 눈비가 몰아쳐도 무조건 배달을 했으며 필요하다면 고객센터의 모든직원이 배송에 매달리기도 했다.

일명 충성고객 전략이다. 마크 로어는 생활밀착형 사업인 기저귀 사업이 쉽게 망하지 않는다는 것을 알고 있었고, 누구의 마음을 얻어야 하는지도 명확하게 알고 있었다. 이 부분에 주력한 마크 로어는 충성고객들이 원하는 것을 제대로 짚어냈고 그들이 소소한 가격차이보다 편리하고 신속한 서비스를 원한다는 것을 깨달은 셈이다. 일명 '기저귀 닷컴'의 시작이다. 운명처럼 쿠팡의 로켓맨이 연상된다. 양사의 서비스 모두 고객감동을 명제로 삼아 마케팅적 요소까지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이후 마크 로어는 기저귀 닷컴의 모기업인 쿼드시(Quidsi)를 2010년 아마존에 매각시켰다. 이후 기저귀를 직접 제조하는 일에 참여하게 되는 아마존이 그와의 경쟁을 피하기 위해 '적을 내 품에' 전략을 구사한 셈이다. 그렇게 마크 로어는 2년간 아마존에서 일하게 된다.

그러나 그는 올해 초 옛 기저귀 닷컴의 직원들과 함께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을 생각해낸다. 그것이 바로 제트다. 시범 웹사이트 공개 전부터 2억2500만 달러의 투자금을 유치한 그는 지난 2월 중국의 알리바바로부터 1억 4000만 달러의 추가투자를(미묘한 지점이다) 이끌어 내기도 했다.

마크 로어는 생활밀착형 아이템의 절실함과, 고객이 무엇을 원하는지 정확하게 파악하고 이를 파고드는 기술을 가지고 있다. 여기에 아마존과 코스트코의 사이를 넘나들며 그 교집합을 필요에 따라 자유롭게 품어가고 있다는 평가다. 결제과정에서 고객을 할인의 즐거움에 매료시키고 박리다매 전술과 연회비 수익구조로 최상의 플랫폼도 잡아간다. 물론 외신이 주장하는 것처럼 '제2의 아마존'이 될 것인가는 시간이 말해주겠지만 현 상황에서 그에 대한 기대치는 상당하다.

▲ 출처=제트 페이스북

징동닷컴, 알리바바를 위협하다
22일 흥미로운 중국 발 뉴스가 전해졌다. 중국에 진출한 유니클로가 3개월만에 징동닷컴에서 철수를 결심했다는 뉴스다. 당초 예상 매출액의 2배를 훌쩍 넘기며 징동닷컴과 성공신화를 써가던 유니클로에게 무슨 일이 벌어진 것일까?

여기에는 알리바바의 불편한 심기가 작용했다는 분석이다. 유니클로와 징동닷컴의 '가까운 관계'가 알리바바의 심기를 건들였고, 유니클로를 운영하는 패스트리테일링의 다다시 야나이 회장이 알리바바의 후견인에 가까운 손정의 소프트뱅크 회장과 친밀한 점도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사실 유니클로는 징동닷컴보다 알리바바를 현지 파트너로 점찍고 티몰에 입점한 상태다.

하지만 이러한 일련의 사태는 역으로 징동닷컴의 위상이 어느덧 알리바바를 위협하고 있다는 점을 명확하게 보여준다.

현재 징동닷컴은 중국 1위인 알리바바의 B2C 플랫폼 티몰을 바짝 추격하고 있다. 지난해 기준 연간활동이용자는 무려 9660만명이며 주문량만 7억 건에 달한다. 거래액은 2602억 위안에 달하고 직원 숫자만 7만 명에 육박한다.

지난해 5월 나스닥에 상장되어 그 존재감을 강렬하게 각인시켰으며 현재는 국내에서 중국 역직구 플랫폼을 잡아가고 있다. 당일배송 인프라도 막강하다. 중국에 물류센터만 120개가 넘는다. 고객이 불만을 제기하면 접수한 지 100분 이내에 제품을 수거하는 소위‘100분 반품 서비스'도 호평이다. 여기에 징동닷컴은 텐센트와의 긴밀한 협력을 바탕으로 나름의 시너지도 노리는 상황이다.

징동닷컴의 위상을 확인할 수 있는 재미있는 설문조사도 있다. 지난 6월 17일(현지시각) 파이낸셜타임스는 중국 소비자 2000명을 대상으로 복수응답이 가능한 설문조사를 실시한 결과 '올해 1분기 가장 많이 사용한 쇼핑몰은 어디인가?'라는 답변에 알리바바 타오바오가 50.6%, 징동닷컴이 45%였다. '과연 알리바바'라는 반응이 나올 법하다. 하지만 지난해 1분기와 비교하면 알리바바라고 답한 사람은 4.2% 줄었고 징동닷컴이라고 말한 사람은 무려 15%나 늘어났다.

그 차이는 배송 시스템이다. 알리바바는 의외로 배송 인프라가 약하다. 그런 이유로 소프트뱅크가 쿠팡에 대대적인 투자를 하며 로켓배송에 주목한 이유를 두고 일각에서는 추후 알리바바의 성장동력에 쿠팡의 로켓배송을 응용하기 위함이라는 분석까지 나온 바 있다. 하지만 징동닷컴은 다르다.

올해 1분기 기준 징동닷컴은 중국 1961개 지역에 무려 3569개의 배송센터를 보유하고 있다. 게다가 알리바바가 주로 위탁을 통해 배송을 한다면, 징동닷컴은 자신이 직접 나서 배송을 하며 서비스 만족도를 견인하고 있다. 물론 이 과정에서 수익성 악화에 대한 의문부호가 달리고 있는 점은 추후 극복해야 할 부분으로 여겨진다.

징동닷컴은 사물인터넷 영역에서도 역량을 키우고 있다. 배송을 중심으로 모든 것을 연결하겠다는 포부다. 실제로 지난 5월 25(현지시각) 징동닷컴은 CES 아시아에서 산하의 스마트 그룹을 활용한 스타트업 육성을 발표했다. 이 과정에서 웨이리엔이라는 중소기업 및 대기업 사물인터넷 플랫폼을 공개하기도 했다. 최근 상용화를 선언한 SK텔레콤의 모비우스와 비슷하다.

지난 6월에는 러시아를 두고 알리바바가 징동닷컴에 견제구를 날린적도 있었다. 이에 마윈 회장은 “러시아 온라인 시장이 앞으로 매우 유망한 사업이 되어 번창할 것”이라며 “현재 러시아에서 일하는 직원이 단 한 명뿐이지만, 알리 엑스프레스는 이미 러시아 최대의 방문자 수를 기록하는 업체로 발전했다”고 신화통신과의 인터뷰에서 밝혔다.

2010년에 출범한 알리엑스프레스는 전 세계의 군소 바이어들이 도매 가격으로 소량 다종의 상품들을 살 수 있는 사이트다. 이에 마윈 회장은 러시아에서 확인되는 알리엑스프레스의 빠른 성장 속도가 러시아 소비자들의 무한한 잠재력과 엄청난 요구를 입증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러한 발언은 결국 징동닷컴에 대한 견제로 해석된다. 중국의 경화시보(京華時報)에 따르면 지난 6월 18일 징동닷컴은 러시아어 사이트를 오픈하는 한편 현지에서 신용카드 및 직불카드, 페이팔 등으로 결제가 가능한 시스템을 완비했다.

결론적으로 징동닷컴은 배송의 우위를 바탕으로 중국과 해외를 넘나들며 알리바바를 바짝 추격하고 있다는 해석이 가능하다.

▲ 출처=징동닷컴

시간이 말한다
아마존과 알리바바가 져가는 구세대이고, 제트와 징동닷컴이 떠오르는 신세대라고 보기에는 어렵다. 단순한 시간의 흐름으로는 말할 수 있지만 사실 이들은 빠르게 변하는 글로벌 ICT 기업으로 봐야하기 때문이다. 모두 나름의 혁신과 경쟁력을 가지고 있다. 게다가 징동닷컴은 몰라도 제트가 아마존을 흔들고 있다고 보기에는 어렵다.

하지만 이 지점에서 명확한 점은, 분명히 기존에 없던 분위기가 감지되고 있다는 점이다. 이는 전자상거래 업체의 전선이 변하고 있다는 뜻과도 일치한다.

이견이 있지만 온실 속 화초로 여겨지는 알리바바와 파격의 전술가인 아마존이 서로의 존재감을 느끼며 조용한 대치를 거듭하는 사이, 각자의 안방에서 강력한 경쟁자들이 모습을 드러냈다. 우리는 이 지점에 주목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