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형석 한국사회적경영연구원 원장.

‘아침산업’을 검색창에 입력하면 똑똑한 검색엔진에서 “‘아이산업’으로 검색하시겠습니까?”라고 키워드가 바르지 않음을 정중하게 알려준다. 구글에서도 ‘morning industry’를 치면 도어락 회사가 나오고, ‘morning market’을 쳐도 각국 여행지의 아침시장 풍경을 보여주는 사진뿐이다. ‘아침산업’은 보편화된 용어가 아니라는 뜻이다.

그래서 새롭게 정의를 내려보기 위해 ‘아침’을 국어사전에서 찾아보니 ‘날이 새면서 오전 반나절쯤까지의 동안’으로 설명되어 있다. 웹스터 영어사전에서도 ‘the early part of the day’, 즉 ‘하루 중 이른 시간’을 말하는 것으로 봐서 아침의 개념을 정확하게 몇 시부터 몇 시까지로 구분하는 건 어려울 것 같다. 그래도 시간의 구간을 정하는 것이 아침산업을 규정하는 데 편할 듯해서 ‘출근 전 3시간을 생산적으로 소비하려는 사람들에게 그들이 필요로 하는 제품이나 서비스를 제공하는 사업의 총칭’으로 두고 관련 사업을 정리해 본다.

대표적인 업종으로는 가정대용식(HMR, Home Meal Replacement)형 음식업종과 학원 같은 역량개발 지원사업, 헬스클럽과 같은 체력단련 사업, 그리고 미용실과 같은 맵시 서비스업 등이 꼽힌다. 우선 가정대용식(HMR)형 업종부터 보자. HMR은 일품(一品)요리의 형태로 집이나 외부에서 별도의 조리가 필요 없이 그대로 먹거나 간단히 데워 먹을 수 있는 식사대용 음식을 말하는데, 이러한 식재로 영업하는 대표적인 음식점이 ‘죽 전문점’이다.

월평균 1400만원(2013년 기준) 매출을 올리는 죽 전문점은 서울·경기 지역에 47%의 점포가 몰려 있으면서도 전국 대비 총매출액 비중이 57%나 되는 도시형 업종이다. 이러한 도시형 패스트푸드 업종으로는 김밥·토스트·떡볶이·도시락 등이 있는데 이들 업종의 성장 배경은 크게 3가지로 요약할 수 있다.

경기 침체로 소비자들의 주머니가 얇아져서 끼니를 가볍게 때우려는 경향이 첫째, 고용 환경이 악화되어 생존을 위해 시간을 효과적으로 소비하려는 샐러리맨이 늘어나는 것이 둘째 이유다. 그리고 세 번째는 57%에 이르는 맞벌이 가정의 바쁜 아침 문화로 집밖에서 식사를 해결해야 하는 생활환경의 변화 때문이다.

이 가운데 세 번째 이유에 관심을 가질 필요가 있다. 통계청 자료를 보면 아침을 거르는 20대가 45%나 되고, 30~40대는 20%가 아침을 먹지 않는 걸로 나와 있다. 아침을 거르는 이유로는 ▲좀 더 자고 싶어서 38% ▲습관적으로 먹지 않아서 29% ▲입맛이 없거나 소화가 안 돼서 23% 순이었다. 아침산업의 공격 대상 고객은 바로 ‘좀 더 자고 싶어 하는 사람’ 층인데 10명 중 4명이나 된다.

아침산업에서 최고의 수혜업종은 단연 편의점이다. 편의점의 3대 인스턴트식품(컵라면, 샌드위치, 햄버거) 시장이 최근 3년간 매년 15% 이상 성장해온 것만으로도 쉽게 증명된다. 얼마 전에는 한 편의점 기업에서 도시락을 먹을 수 있는 공간을 제공하는 ‘편의점 카페’를 서울 강남에 출점했는데 다른 점포보다 1.5배나 더 많이 벌고 있다. 특히 도시락과 삼각김밥 등 소위 미반(米飯, 쌀로 만든)상품 매출이 전체 매출의 20% 가까이 되고, 대부분 아침시간에 오른다는 점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일본에서는 수퍼마켓이나 편의점에서 ‘수퍼오벤또’라는 도시락을 팔고 있고, 테이크아웃 음식점들이 앞 다투어 먹을 수 있는 공간을 만들어 편의점 매출의 30% 이상을 도시락이 차지할 정도로 인기몰이 하고 있다는 사실도 참고할 만 하다. 혼자 해 먹기에는 마땅찮은 1인 가구가 늘어날수록 이러한 현상은 더욱 두드러질 것으로 보인다.

이러한 여세에 힘입어 편의점 수는 전년 대비 18%나 늘어난 2만 3000개(2014년)가 전국에 포진되어 있고, 평균 6000만원의 매출을 올려 작년에 가장 장사를 잘한 업종에 올랐다. 또 다른 아침업종인 빵집(베이커리)은 2013년도 월평균 매출 4700만원을 기록했는데, 이는 전년보다 5.1% 오른 금액이다.

이들 업종 말고도 아침에 문 여는 식당으로는 해장국·동태국·북어국·설렁탕과 같이 주로 국물이 있는 일품음식점들이 있다. 이들 업종의 장점은 회전율이 빠르고, 식재(食材) 손실이 적어 매출대비 순이익 비율이 높다는 데 있다. 일부 전문가들이 건강을 위해서 아침밥을 먹지 말라고 권하는 경우가 있어서 안 먹는 사람들이 늘어나면 아침식당은 더 어려워지지 않을까 우려하는 자영업자들도 있을 듯하다.

미국 임상영양학회지 <The American Journal of Clinical Nutrition> 2014년 8월호에 실린 연구논문에서, 살을 빼려는 사람들을 대상으로 연구했는데 그동안 아침식사를 했든 안했든 상관없이 지금까지 해오던 습관대로 아침식사를 해결하라고 주문했다. 16주 후에 조사했더니 모두가 몸무게에 큰 변화가 없었다는 것이다. 또 다른 연구에서는 표준 체형의 참가자 33명을 대상으로 실험했는데 아침을 먹은 사람들은 먹지 않은 사람들보다 오전 시간에 조금 더 활발하게 일을 했고, 하루 전체로 치면 평균 500칼로리 정도를 더 썼다고 나와 있다.

그러니까 다이어트를 위해 아침식사를 거르는 것은 몸무게와는 별 상관없을 뿐 아니라, 오히려 오전 일에 소홀할 수 있어서 자기발전에도 저해 요인이 될 수 있다니까 아침을 일부러 거르는 일은 줄지 않을 것 같다. 실제로 최근 5년간 아침산업 업종의 매출을 분석해 봤더니, 샌드위치와 토스트만 다소 떨어졌을 뿐 만두와 라면은 올랐고, 해장국·죽집·설렁탕 등은 매년 비슷한 수준이어서 전체적으로 보면 완만한 상승세이거나 평년작 수준으로 이어져 왔다는 점이 확인되었다.

다음으로 ‘역량개발 지원사업’을 보자. 포털사이트에서 ‘직장인+새벽반’ 치면 8할은 외국어가 뜨는 건 예나 지금이나 별 차이가 없다. 다만 외국어 비중이 영어나 일본어에서 중국어로 옮겨져 커졌다는 점이 다를 뿐이다. 외국어 학원은 우리나라에 1만여 개가 영업 중인데 평균매출은 3940만원이고 평균생존율은 3.5년으로 나타났다. 수강생 1인당 결제액은 29만원이며, 이 금액은 2014년 기준 직장인 남성연봉 3700만원이나 2100만원에 불과한 여성직장인 연봉과 비교해 보면 적잖은 비용을 자기계발에 투자하고 있다는 점을 알 수 있다.

흥미로운 점은 다른 지역에 비해 울산광역시가 2014년에 전년 대비 5.6% 성장해서 전국에서 가장 높은 상승률을 기록했다는 점이다. 대기업 직장인들이 많아서 소득은 높지만 그만큼 살아남기 위한 고투(苦鬪)가 엿보이는 대목이다.

외국어뿐 아니라 소셜네트워킹서비스(SNS) 마케팅, 자서전 만들기 등 다양한 교육 프로그램들이 직장인을 대상으로 이루어지고 있고, 협회나 단체 등 조직에 가입된 사람들은 인적 네트워킹을 위한 조찬모임도 활발해서 ‘조찬모임 대행업’이라는 뉴비즈니스가 인기업종이 될 가능성도 커졌다. 궁금한 건 못 참는 성격 때문에 조찬모임이 언제부터였는지 옛날 신문을 봤더니 1992~1994년경께 국회의원들이 조찬연구모임을 했다는 기사가 있었다. 요즘에도 국민을 위해서 아침에 열심히 공부하고 있을 것으로 믿어 의심치 않는다.

‘아침산업’ 하면 빼놓을 수 없는 또 다른 업종이 ‘운동’이다. 가장 빈도가 높은 아침운동이 헬스클럽·휘트니스 센터 등인데 다소 성장세가 꺾인 미국이나 일본에서는 24시간 오픈형 헬스클럽으로 세력을 넓혀가고 있다. 밤잠 없는 사람들이 느는 추세여서 24시간 오픈형은 조만간 우리나라에도 도입될 가능성이 크다. 특히 최근 고객이 원하는 시간에 맞춰 함께 운동해 주는 ‘개인 헬스 트레이너’가 새로운 직종으로 각광받으며 운동산업을 견인하고 있다는 점은 업계로선 긍정적이다.

헬스클럽 이야기가 나온 김에 정책제안을 하나 해보자. 일본에서는 헬스클럽을 복지 프로그램의 네트워크로 활용하려는 시도가 있다. 전국에 포진한 헬스클럽들이 노인의 운동을 유도하 정부가 보상한다는 프로그램인데, 정부는 질병예방으로 복지예산을 절감해서 좋고, 헬스클럽은 수익모델이 하나 더 생겨서 좋은 모델이어서 우리도 한번 검토해 보면 좋을 것 같다.

마지막으로 아침산업에서 빼놓을 수 없는 업종이 이·미용실이다. 국세청 발표자료와 ㈜나이스평가정보의 빅데이터 분석결과를 종합해 보면 미용실은 8만여 개로 월평균 900만원의 저조한 매출임에도 매년 조금씩 늘어나는 반면, 이용원은 갈수록 줄어들어 지난 2009년 1만4100여 개였던 것이 2013년에는 1만3100여 개로 불과 4년 만에 1000개가 없어질 정도로 미용실에 주눅이 든 상태다. 다행이 최근 청년 이발사들이 일부 등장해서 이발관의 명예회복이 이루어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사실 미용실은 이미 2007년쯤부터 포화상태였다. 그럼에도 줄지 않고 있는 것은 미용사들이 외줄타기를 하고 있어서다. 미용기술로 또 다른 직업을 가질 수 있는 확장성이 없어서 ‘못 먹어도 고(Go)’를 할 수 밖에 없다는 점이 안타깝다. 여기서 얻을 수 있는 중요한 미션 하나는 어떤 업종을 하더라도 확장성을 염두에 두라는 점이다. 귀가 닳도록 들었겠지만 불확실성의 시대에 수시로 갈아타야 하는 직종이나 업종의 속성을 감안하여 선택하는 것이 보다 안전하게 나아가는 방법이기 때문이다.

정리하자면, 일본의 한 작가는 “아침을 먹지 마라”고 하고, 독일의 한 작가는 “저녁을 먹지 마라”고 했지만, 아침을 먹는 게 건강에 좋다는 것은 검증된 사실이어서 시장 규모는 줄지 않을 것으로 보여 출근 길목에다 아침업종 가게를 차리면 당분간 큰 무리 없이 영업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아침산업이라고 해서 아침에만 장사하고 말라는 이야기는 물론 아니고, 아침매출이 하루 매출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큰 업종이라는 의미이므로 ‘삼시세끼’ 제대로 서비스할 수 있어야 문 닫고 점심을 집에서 먹는 일이 없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