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재 세계 경제는 국가 간 복잡한 경제구조로 얽혀 있다. 각 나라의 주요산업은 다른 나라들과 경쟁하기 때문에 서로의 상대적 환율도 고려해야 한다. 하지만 이를 명확히 파악하고 예상하기란 쉽지 않다. 따라서 환율변동시대에는 오히려 환율 변화에 민감하지 않는 업종을 선택하는 것도 좋은 투자전략이라 할 수 있다.

지난 7월 21일 현대자동차의 주가는 전일 대비 7.26% 큰 폭으로 오른 13만3000원으로 마감했다. 이뿐만 아니라 기아자동차의 주가도 같은 기간 3.06% 오른 4만2100원으로 거래를 마쳤다. 최근 원/달러 환율이 상승함으로써 환율에 민감한 수출주, 그 중에서도 그동안 부진한 주가 흐름을 보였던 자동차 업종에 매수세가 몰렸다는 의견이 존재하지만 이는 단편적인 시각이라 볼 수 있다. 지난해 7월 원/달러 환율은 1000원대 초반에 머무르고 있었다. 당시에는 900원대 진입 가능성도 제시됐지만, 1년이 지난 지금 원/달러 환율은 1150원대를 기록하고 있다. 원/달러 환율이 15% 가량 상승하면서 원화 약세가 꾸준히 진행된 셈이다. 원화 약세가 수출주들에게 긍정적이고, 특히 자동차 수출에 영향을 미친다면 같은 기간 오히려 하락한 현대차와 기아차의 주가는 납득이 가지 않는다.

 

본지는 지난 6월 3일 <한국 증시 “싼 게 비지떡일 수 있다”… 대외 변화 적응 못 해>라는 제목의 기사를 통해 엔화 약세는 일본과 수출 경합도가 높은 국내 철강·자동차 산업 등에 부정적이라고 진단했다. 원화만 약세 기조를 보인 것이 아니라는 뜻이다. 실제로 지난해 7월 엔/달러 환율은 100엔 초반에 머물고 있었으나, 최근에는 125엔에 근접했다. 단순 수치만을 놓고 봐도 엔/달러 환율은 이 기간 동안 25%, 원/달러 환율은 15% 상승세를 보여 상대적으로 엔화 약세가 빠르게 진행됐음을 알 수 있다. 하지만 지난 6월 이후 원/달러 환율과 엔/달러 환율의 흐름을 보면 다르다. 이 기간 동안 상대적으로 원/달러 환율의 상승세가 엔/달러보다 가파르게 진행된 것이다. 일반적으로 환율 효과가 한 국가 기업의 수출에 영향을 미쳐 실적에 반영되는 시기는 통상 3개월 이후로 알려져 있다. 6월 이후 원/달러 환율과 엔/달러 환율의 흐름이 이전부터 진행된 방향과 달라졌다면, 최근 현대차와 기아차의 주가가 그 방향성을 달리하려는 움직임은 실적 개선에 대한 기대감을 반영할 것이다. 김대준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한국 증시에서 수출주는 원/달러 환율 하락보다 원/엔 환율에 더욱 민감하게 반응한다”며 “수출주의 수익률이 내수주를 상회하기 위해서는 원/엔 환율 상승이라는 조건이 필요하다”고 전했다.

 

원/달러 환율 방향보다 원/엔 환율 추이가 더 중요

향후 시장은 정부의 부양책과 함께 원화 약세를 신규 모멘텀으로 이용하려는 시도가 많아질 것으로 예상된다. 최근 발표되는 미국의 실물경기 지표가 예상치를 상회하고 있으며, 실물경기 회복에 따른 미국 연방준비위원회(Fed)의 기준금리 인상은 달러 강세 유인으로 작용해 원화 약세를 유도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국내 수출경기 부진과 메르스(중동호흡기증후군) 여파로 우리나라 2분기 국내총생산(GDP)은 하향될 가능성이 높아졌다. KB투자증권에 따르면 메르스 발발 이전 2분기 GDP는 전기 대비 0.8~0.9% 성장이 예상됐으나, 메르스 발발 이후 전기대비 0.4% 성장으로 하향될 전망이다.

 

대외수요 부진과 국내 내수경기에 메르스 악영향 등이 성장률을 3% 이하로 떨어뜨릴 것으로 예상되며, 이에 따른 추가경정예산안 편으로 추가적인 기준금리 인하 가능성도 제기되는 상황이다. 하지만 기준금리가 인하되지 않더라도 미국 시장금리 상승, 국내 시장 금리 횡보에 따른 금리차 축소는 달러화 강세 원화 약세를 유도하는 요인이 된다. 원화 약세 압력은 지속된다는 것이다.

KB투자증권 분석에 따르면 내외금리차 경상수지 격차를 감안해 올해 달러화 지수의 적정 수준은 97.5포인트 수준이며, 단기적으로 내외금리차의 영향이 더 클 것으로 판단돼 올해 하반기 달러화 지수는 96.0~99.0포인트 수준에서 등락할 것으로 관측된다. 현재 달러화 지수가 98포인트라는 점을 감안하면 전망치의 상단에 위치한 상태다. 따라서 단기적으로 달러화는 추가적 강세 압력보다 조정 압력을 받을 가능성이 높다. 미국이 달러화 강세에 우려를 표명한 만큼 시장도 이를 인식하고 있는 분위기다. 장기적으로 미국 금리인상에 이은 달러화 강세가 점진적으로 진행된다고 가정했을 때, 다른 국가들의 수출기업에게는 호재로 작용할 수 있다. 그러나 각국의 수출기업들에 중요한 것은 향후 달러화 방향이 아닌 달러화 외 통화들 간의 문제다. 우리나라 수출기업들에게 중요한 것은 원/달러 환율이 아닌 원/엔 환율의 방향성이라는 것이다. 장기적 관점에서는 국내 수출기업들의 주가와 원/달러 환율의 상관관계가 높다.

 

환율의 배신, 아무도 알 수 없다… 환율 민감하지 않은 업종 선택

환율이란 각국 통화의 교환비율을 말하는 것으로 상대적인 통화가치를 나타내는 표시다. 그렇기 때문에 이는 각국의 재정 및 통화정책은 물론 경제 상황 등 다양한 요소에 영향을 받는다. 그만큼 환율을 통해 투자전략을 구사한다는 것은 상당히 어려운 일이다. 변수가 일정하고 그 변수가 예상대로 발생된다면 환율의 흐름 또한 예상대로 흘러가겠지만 이는 그저 바람일 뿐이다. 특히 미국 금리인상과 같은 빅 이벤트를 앞두고 있는 상황이라면 더욱 그렇다. 김민규 KB투자증권 연구원은 “환율 방향성을 예측하기 힘든 불확실성이 존재한다면 환율에 둔감한 업종이 자연스러운 선택이 될 것”이라며 “환율과의 상관관계가 악화되고 있거나 낮은 흐름을 유지하는 주요 업종은 유틸리티, 미디어·교육, 소프트웨어, 상사·자본재, 화장품·의류”라고 전했다.

 

외환 및 증권시장은 환율 영향이 즉각적으로 반영된다는 점도 문제다. 원/달러 환율이 상승할 경우 향후 수출기업들의 실적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지만 가파른 상승 혹은 지속되는 오름세는 결국 원화수요 감소, 달러수요 증가를 의미한다. 이는 결국 원화로 표시된 자산으로부터 자금이 유출된다는 것이며, 이러한 현상이 지속될 경우 수익에 대한 ‘기대감’은 ‘실망감’으로 다가올 수 있다. 따라서 불확실성 시대에는 환율 변동에 민감하지 않은 업종 선택이 최고의 투자가 될 수 있다. 시장 방향성이 확인된 후 투자전략을 변경해도 늦지 않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