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과 1년 전 주택 경기 활성화를 위해 각종 금융규제를 완화했던 정부가 최근 180도 방향을 틀며 주택 시장의 불안감이 확산되고 있다.

22일 기획재정부와 금융위원회, 한국은행 등 금융관계기관은 합동브리핑을 열고 대출심사를 강화하는 등의 내용을 골자로 하는 가계부채 관리 방안을 발표했다.

이번 가계부채 종합관리방안 대책은 과도한 대출을 억제하고, 빚을 처음부터 나누어 갚아나가도록 하는 것이 골자다.

특히 신규 주택대출을 취급할 때 소득수준이나 주택가격에 비해 대출금액이 큰 경우에는 일정수준 초과분에 대해 분할상환 방식을 적용할 예정이다. 기존 대출에는 이 방식을 적용하지 않지만 대출을 증액하거나 다른 대출로 대환시에는 분할상환을 적용키로 했다.

1년 전 정부가 주택 시장 활성화 명분으로 대출규제를 풀면서 ‘빚 내서 집 사라’고 유도했던 것과 달리 이번 대책은 주택 구매를 위한 대출 규제 강화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최근 부동산 시장은 지난 1년 전 최경환 부총리 취임을 기점으로 활기를 되찾고 있다. 부동산시장에 유동성 공급을 늘리기 위해 주택담보대출비율(LTV)·총부채상환비율(DTI) 완화, 금리 인하 등 금융 규제를 풀면서 소비자들이 주택을 구매하기 쉬운 환경을 조성한 것.

실제 최 부총리 취임 이후 주택거래량과 가격은 꾸준히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 국토부에 따르면, 최 부총리 취임 이후 주택매매거래량은 꾸준히 증가하며 지난해 연간 100만건을 돌파했다. 연간 주택매매거래량이 100만건을 넘어선 것은 2006년 이후 처음이다. 특히 올해는 거래량이 더욱 늘어 상반기에만 61만건을 넘어서며, 지난해 상반기와 비교 시 29.1%나 증가했다.

주택가격도 꾸준히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 0.1~0.2% 수준에서 머물렀던 월간 주택매매가격 변동률은 최 부총리 취임 이후 서서히 오르기 시작해 올 3월부터는 0.3%를 상회하는 변동률을 이어오고 있다.

이번 가계부채 대책과 관련 업계에서는 가계부채 해결에 대한 필요성에는 공감하지만, 최근 훈풍이 불고 있는 부동산 경기에 악영향을 끼칠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특히 이자만 갚는 거치식 주택 담보 대출로 내 집마련을 꿈 꿔왔던 소비자들은 상당한 혼란을 피할 수 없게 됐다.

주택협회 관계자는 “늘어나고 있는 가계부채 해결 측면에서는 바람직하지만 시기상으로 봤을 때 너무 급작스러운 발표가 아니었나 싶다”며, “불과 몇 개월 전 주택거래 활성화를 위해 저금리로 마구 대출을 해주다가 갑자기 정책을 180도 선회함에 따라 자칫 살아나는 주택시장에 찬물을 끼얹을 수도 있다”고 우려했다.

부동산114 관계자는 “부동산 시장에 미치는 부정적 영향은 내년 초부터 나타날 것으로 예상된다”며, “특히 수요 감소에 따른 영향으로 고가주택, 강남권, 재건축 주택시장이 타격을 입을 가능성이 크다”고 진단했다.

특히 최근 전세난으로 주택 구입에 대한 수요가 늘어난 20~30대 계층들이 오히려 주택 자금을 빌리는 데 제약을 받게 돼 내 집 마련이 더욱 어려워 질 것이라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주택산업연구원 관계자는 “이번 대책으로 일반 20~30대 직장인들은 대출이 어려워져 월급의 상당 부분을 원리금을 갚는데 쓰고, 연일 치솟는 전세금 때문에 대출을 받아야 하는 서민들은 살 길이 더 막막해질 수 있다”고 우려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