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기업의 질문]

“저도 홍보를 하며 사과나 해명 광고를 여러 번 만들어 보았는데요. 항상 고민인 게 대표이사 성함을 넣느냐 마느냐 하는 겁니다. 나름 경험을 살려 적용하고는 하는데요. 어제는 CEO가 물으면서 그게 어떤 기준이냐 하시더군요. 업계에서도 동일 이슈로 사과 광고를 내면 어디는 하단에 대표 성함을 넣고, 어디는 ‘임직원 일동’이라 표시를 해요. 기준이 무엇이죠?”

[컨설턴트의 답변]

 

그 질문에 답하기 전에 먼저 묻고 싶은 것이 있습니다. ‘내부적으로 왜 대표이사 성명을 넣기 꺼리는 거죠?’ 혹시 이 질문에 대한 답에 고민의 핵심이 있는 것은 아닐까요? 회사가 사과할 이슈가 있다는 것은 사회적으로 회사가 어떤 잘못을 저질렀다는 의미입니다. 그것이 법적인 것이거나, 여론적으로 받아들여지지 않는 것이거나, 혹은 윤리적인 것이더라도 잘못은 잘못입니다.

잘못에 용서를 구하는 주체는 상당한 의미를 가집니다. ‘누가 무엇을 잘못했다’는 것은 사과의 첫 핵심입니다. 또한 ‘누가 앞으로 어떻게 해서 다시는 이런 잘못을 되풀이하지 않겠다’는 것이 두 번째 핵심입니다. 이 두 핵심 사이에 오버랩되는 부분이 있죠? 맞습니다. 사과의 주체, 즉 ‘누가?’ 입니다.

사과의 주체는 잘못을 일으킨 책임이 있는 사람 또는 사람들이어야 합니다. 예를 들어 과일 가게에서 맛있게 생긴 복숭아를 훔친 아이가 있다고 칩시다. 이 아이의 잘못된 행동에 사과받아야 할 대상은 당연히 ‘과일 가게 주인’이죠. 그렇다면 주인에게 사과하는 주체는 누구입니까? 훔친 복숭아를 이미 다 먹어 치운 7살짜리 아이가 물론 첫 번째 사과 주체지요? 하지만 아이를 키우고 가르친 부모는 어떻습니까? 사과의 주체가 아닐까요? 그 비싼 복숭아에 대한 변제를 7살짜리 아들이 하게 놓아둔 채 사과하지 않아도 되는 것일까요?

만약 그 부모가 어린 아들이 비싼 복숭아를 먹고 있는 모습을 보고도 별 의심을 하지 않았다면? 그 부모가 아들이 훔친 복숭아를 함께 맛있게 먹었다면? 혹시 아이에게 복숭아를 훔쳐오라고 시켰다면 어땠을까요? 그 어떤 상황에서도 부모의 책임은 피할 길이 없어 보입니다. 책임의 정도 차이만 있다 뿐이겠지요.

앞으로 돌아가 ‘사과 광고’에 대표이사의 성명을 명기하는 것이 불편한 이유는 무엇일까요? 대표가 혹시 ‘내가 왜 이런 부정적인 기록에 이름을 남겨야 하는가?’라 묻고 있지는 않나요? 내부적으로 ‘이런 불편한 사과에 대표의 성함을 올리는 것은 불경 아닌가?’ 하는 시각들이 있나요? 혹은 “그냥 ‘OO회사 임직원 일동’ 표시만 하면 될 걸 뭐 그리 오버해서 대표이사 성명까지 명기하는가?’ 하는 의견들이 있나요?

좋습니다. 내부적으로 해당 의사 결정이 있었다면 그걸 따라야겠지요. 그렇지만 위기관리 관점에서는 이해관계자 수용성과 신뢰에 대한 고민도 한번 해볼 필요가 있습니다. 우리 회사의 특정 행위로 피해나 고통을 받은 핵심 이해관계자들과 이를 구경하는 수많은 공중들의 입장에서 사과문을 들여다보자는 거죠.

상당히 진중한 사과와 보상책 그리고 향후 개선책을 이야기한 사과 광고를 그들은 읽습니다. 맨 마지막 사과 주체로 각각 ‘OO주식회사’, ‘OO주식회사 임직원 일동’ ‘OO주식회사 대표 OOO’ 이렇게 3가지 사고 주체가 있다고 합시다. 사과하는 회사의 행위가 무엇이냐에 따라 사과 주체가 달라져야 하는 것은 당연합니다. 그러나 사과하게 된 행위 전반에 대한 책임은 법적으로나 여론적으로 대표이사에게 있습니다. 대표이사가 쏙 빠진 사과문보다는 대표이사가 주체가 된 사과문이 더욱 ‘신뢰’를 주는 것은 당연합니다. 이해관계자들과 공중들은 이를 통해 해당 회사 대표의 강력한 ‘의지’를 구경하게 되기 때문입니다.

사과문이나 사과 광고를 구성할 때 사내적으로 기억하시기 바랍니다. 맨 말미 사과 주체를 명기할 때 종전처럼 ‘대표 성명이 여기에 꼭 들어가야 할까?’하는 고민 보다 ‘대표 성명이 들어가면 안 되는 이유가 있을까?’를 고민하라는 것입니다. 그것이 더 전략적인 위기관리 커뮤니케이션적 고민이 되기 때문입니다. 그 이유가 정확하다면 대표이사 성명을 쓸 필요는 없습니다.

실무 임직원들에게 가장 좋은 상황은 대표이사가 직접 ‘제 이름을 명기하세요. 제가 책임지고 이 문제를 해결하고, 재발방지에 모든 노력을 다 할 것입니다’라 지시해줄 때입니다. 반대로 대표이사 개인이 저지른 실수에 대해서도 ‘OO주식회사 임직원 일동’이라 사과 주체를 정하는 일처럼 고통스러운 것이 없습니다. 기업 커뮤니케이터에게 가장 두려운 것은 공중의 ‘실소(失笑)’이기 때문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