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패치: 게임 등 프로그램에서 일부 파일이나 소스 등을 변경해 수정한다는 뜻의 용어.

▲ 사진=노연주 기자

“게임은 첨단 종합예술로서 고귀한 가치를 지닙니다.” 한국게임학회 이재홍 학회장 생각이다. 그는 게임이 인류와 영원히 함께할 것이라고 말한다. 게임의 본질이 ‘놀이’인 까닭이다. 그런데 한국에서 게임의 의미가 퇴색됐다. 게임산업이 위기에 빠지면서 그렇게 됐다. “우리나라 참 대단한 나라예요. 게임산업을 이렇게 규제하는 나라는 우리밖에 없어요.” 그는 우리 정부가 창조경제의 원형을 너무 홀대하고 있다 지적했다.

그런데 최근의 생각은 다르다. 그간 정부만 나무랐는데 자꾸만 업계에도 책임이 있다는 생각이 든다고 한다. “국내 게임사들은 어려움만 알았지, 기업경영에 대해선 잘 모르고 성장했어요. 그래서 일종의 졸부 근성이 있죠. 돈을 벌어놓고 어떻게 써야 할지 모릅니다.”

규제만 탓했지, 업계 스스로 미래 경쟁력 확보를 못 했다는 것이다. 그러다 보니 세계무대에서 약점을 노출하며 밀려나고 말았다. 대표적인 약점이 스토리텔링이다. 이 학회장은 스토리텔링의 부재가 심각하다고 말한다.

“모바일 게임 ‘앵그리버드’와 ‘애니팡’을 비교해봅시다. 애니팡 유저한테 ‘왜 귀여운 동물들을 죽이냐’ 물으면 대답을 못 합니다. 이유 없는 동물학대죠. 반면 앵그리버드는요? 새들이 화난 이유는 돼지들이 알을 훔쳐갔기 때문이죠. 이를 응징하는 것이니 정당방위죠. 이것이 스토리텔링의 차이입니다. 앵그리버드를 전 세계인이 즐기는 이유죠.”

▲ 사진=노연주 기자

이 학회장은 스토리가 약한 것이 우리 게임의 고질병이라 했다. 왜 이렇게 됐을까. “잘 되는 것만 따라간 결과죠. 리니지가 해외 시장에서 먹히니까 흉내를 내서 해외 시장에 팔아먹으려고 했죠. 그런데 리니지에는 별 스토리가 없습니다. 썰고 베는 것뿐이죠.”

그는 이제라도 스토리텔링을 강화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스토리텔링은 결국 상품을 포장하는 것입니다. 우리 게임은 장수하는 것이 적지만 스토리텔링을 강화한다면 한 게임의 생명력을 10년은 더 늘릴 수 있습니다.”

스토리텔링을 강화하려면 게임사는 스토리 작가를 고용해야 한다. 그런데 현실은 스토리 작가를 반기지 않는다. “스토리 작가보다는 프로그래머나 그래픽 인력을 뽑는 게 더 낫다고들 여깁니다. 그러다보니 다른 인력이 스토리를 맡게 되죠. 제대로 완성도가 나올 리 없겠죠.”

이 학회장은 스토리텔링을 비롯해 미래 먹거리 발굴에서도 기회를 찾아야 한다고 말한다. “이제는 게임도 스트리밍 시대입니다. 캐주얼은 물론 무거운 게임들도 스트리밍이 가능하죠. 모바일에 콘솔 게임과 온라인 게임 기술력이 들어오는 것이 가능해지는 겁니다. 어쩌면 우리 온라인 게임 기술력을 살릴 수 있는 기회가 온 거죠.”

대신 ‘다변화’가 중요하다고 했다. 한쪽으로만 몰려가 피 튀기는 레드오션으로 만드는 일을 그만두자는 거다. 그래서 주목하는 것이 아케이드다. “있는 사람들은 홍콩, 마카오, 정선 등지로 가서 카지노에서 놀아요. 그런데 중산층 이하는 휴일에도 즐길 게 없어요. 그들에게도 놀 곳을 만들어 줘야죠. 그래서 아케이드 분야를 살려야 합니다.”

그는 정부 지원에 대한 당부도 잊지 않았다. “과감하고 통 큰 투자가 필요합니다. 지금은 전자산업에 우리 경제가 크게 의존하고 있잖아요? 그 산업이 주춤하면 나라가 휘청거리게 됩니다. 게임산업을 키워 놓으면 그 공백을 채울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이 학회장은 마지막으로 업계에 당부했다. “우리나라는 그래도 명색이 한때는 세계에서 게임강국으로 통했습니다. 지금도 해외에선 업신여기지 않죠. 과감하게 치고 나가 주도권을 다시 잡을 필요가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