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딜: '터질 폭(爆)'과 '피해를 입힌다(Damage Dealing)'의 합성어로 최대 화력을 모아 상대에게 피해를 입힌다는 뜻의 게임 용어.

▲ 사진=노연주 기자

“한국에서 게임 만드는 일은 총체적으로 힘들어요.” 김종득 게임개발자연대 대표의 말이다. 한국에서 게임 개발자로 산다는 것은 과거 경제 부흥기 수출역군의 인생살이와 별반 다를 게 없어 보인다. 고된 노동을 강요당하지만 과실은 나눠지지 않기 때문이다.

모바일로 게임 트렌드가 바뀌면서 개발자의 처지도 새 국면에 접어들었다. 좋아졌냐고? “온라인 게임에서 모바일 게임 환경으로 넘어 오면서 게임사들이 개발자들을 정리하기 시작했어요. 불과 2010~2012년 사이 일어난 일입니다.” 개발자 입장에서 대량해고가 반가울 리 없다.

모바일 게임사들이 제법 생겼다. 직장을 잃은 개발자들은 그곳으로 헤쳐 모였다. 상황은 예전과 많이 달랐다. 모바일 게임은 온라인 게임과 비교하면 많은 인력이 필요 없었다. “끽해봐야 5~10명이죠. 온라인 게임사는 평균 100명 정도가 회사에 직원으로 있었는데 말이죠.”

처우가 달라졌다. “온라인 게임 개발자 과장급이 연봉 6000만~7000만원을 받았다면, 모바일 게임사에서는 3000~4000만원이면 굉장히 잘 받는 겁니다.” 그래서 김 대표는 온라인 게임사에 다니는 지인들에게 “절대 나오지 마라. 지금은 때가 아니다”라고 한다.

산업이 위기인 까닭일까. 개발자에 대한 대우가 나빠졌다. “시장 경쟁이 치열해지다 보니 게임사들이 생존을 위협받게 됐어요. 이에 따라 과노동이 당연시되고, 노동 시간은 불특정해졌죠. 회사는 복지에도 신경을 쓰지 않게 됩니다.”

야근 문제만 두고 봐도 심각하다. “미국은 ‘크런치’라고 해서 신작 게임 출시 직전 한 달 정도 야근을 당연하게 생각합니다. 대신 그 외에는 야근을 안 하는 것이 합의되어 있습니다.” 한국은 “한국은 수시로 야근을 합니다. 어느 회사는 출근을 늦게 한다지만 전날 새벽까지 일을 시켰으니 출근시간이라도 늦추는 거죠.”

개발자들은 당하고만 있을까. 달리 방도가 없다. “근로환경에 대해 회사에 이야기하려면 적어도 35세 정도는 되어야겠죠. 그 이전은 그냥 참아버립니다. ‘여긴 더러우니 다른 회사 가야지’하고 생각하기도 하죠. 그런데 이 회사를 나가면 갈 데가 없는 상황이 됐습니다. 그러니 참는 수밖에요.”

▲ 사진=노연주 기자

참고 일하면 남는 게 무엇일까? “개발자들이 게임 만들어서 부자 됐다는 이야기는 단 한 번도 들은 적이 없습니다.” 투자자나, 회사 지분이 있는 임원들만 ‘대박’의 과실을 가져간다는 지적이다.

게임개발자가 회사를 차린다면 어떨까. 돈이 돈을 만들기 때문에, 순수 게임개발 기술력만으로 돈을 버는 것이 쉽지가 않다. “우리나라에서 잘됐다고 하는 벤처를 보면 창업자 본인이 부자이거나, 부모가 부자인 경우가 많죠. 그렇지 않으면 창업 이후 초반에 못 버팁니다.”

그런데도 게임사 창업 열풍은 시작됐다. 갈 곳 잃은 개발자들이 살아남기 위해 창업을 한 사례가 많았다. 이들 생계형 창업자들은 ‘치킨집 인디’라고도 불린다. 인디게임사를 표방하지만 실질적으로 인디게임을 만들지는 않는다는 설명이다.

김 대표는 말했다. “갈 회사는 없는데 게임을 만들고 싶으니까 창업을 한 사람들이죠. 인디가 되고 싶어서 된 게 아니고, 투자를 해주는 데가 없으니까 인디가 된 것입니다. 이런 개발사들은 소득이 거의 없다고 봐야죠.”

생계형 창업자들 대부분은 빚더미에 앉아 폐업해버린다. 기술력을 지닌 개발자들이 이렇게 업계에서 내쫓긴다. 비슷한 인생 경로를 밟은 개발자가 한둘이 아니라는 것이 김 대표의 설명이다. 그는 말한다. “그런데 이제 와서 어떻게 게임산업이 잘되고 있다는 이야기를 할 수 있겠습니까? 그건 기만이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