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전자 위기론이 갈수록 심해지고 있다. 다수의 언론은 경쟁적으로 LG전자의 위기를 말하고 있으며 시장의 분위기도 경고등 일색이다.

▲ 출처=LG전자

위기론, 실체가 있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LG전자의 위기론은 분명한 실체를 가지고 있다. 스마트폰 경쟁력은 다소 충격적인 하향곡선을 그리고 있으며 주력인 TV사업도 부진을 면치 못하고 있다. 여기에 스마트폰과 TV에 집중한 LG전자의 전략에 플랜B가 없다는 분석은 상당히 뼈아프다. 삼성전자의 경우 스마트폰과 가전제품 경쟁력이 다소 부진해도 반도체를 중심으로 하는 새로운 성장동력이 존재한다. 하지만 LG전자는 이러한 플랜B가 없다.

더욱 자세히 살펴보자. 시장에서는 LG전자가 올해 2분기 약 3000억 원 수준의 영업이익을 거둘 확률이 높다고 본다. 이는 지난해 동기보다 무려 40% 이상 줄어든 수치다. 'LG전자가 어쩌다...'라는 말이 나오는 순간이다.

여기에는 LG전자 자체적인 판단 미스가 크게 작용했다. 먼저 스마트폰의 경우 G4 이야기를 하지 않을 수 없다. G4는 아날로그 감성을 살린 가죽 후면커버를 내세워 대대적인 세몰이에 돌입했으나 가장 중요한 '성적'이 신통치 않다. 올해 2분기 240만대 정도의 판매고를 올린 것으로 보인다.

왜일까? 다양한 분석이 나오고 있지만 글로벌 스마트폰 시장의 흐름을 정확하게 분석하지 못해 프리미엄의 이미지를 너무 과도하게 설정했으며, 동력이 상실되자 기계적인 마케팅 전략만 반복되며 악순환을 자처했다는 말이 나오고 있다. 정리하자면 '실패확률이 높은 싸움을 반복하며 무리한 자원의 축차투입만 반복했다'는 분석이다. 시장에서는 MC사업본부 영업이익이 올해 2분기 500억 원 수준에 머물 것으로 예상한다.

물론 G4는 LG전자를 대표하는 플리미엄 스마트폰이다. 하지만 스마트폰의 패러다임을 삼성전자와 애플에 맞춰 정면승부를 벌이기 보다 틈새시장을 노리는 것이 가장 현실적인 승부수였다는 점은 누구도 부정하기 어렵다. 회사의 자존심이 걸려있는 중대한 문제지만, 결과론적으로 전향적인 승부수가 필요했다는 말이 나오고 있다. 프리미엄과 중저가 라인업으로 양분된 시장을 냉정하게 파악할 필요가 있었다는 뜻이다. 지금이야 회생의 길로 접어들었지만, 한 때 비슷한 궤적을 그리며 몰락했던 팬택의 기억이 어른거리는 순간이다.

그나마 TV시장의 부진은 LG전자만의 실책이라고 보기에는 어렵다. 일단 글로벌 LCD TV 출하량이 다소 줄어든 상태에서 LG전자의 TV를 포함한 가전제품 경쟁력은 외부의 충격에 따라 출렁였다고 보는 편이 타당하다.

명가재건의 꿈은 살아있다
이대로 LG전자는 지독한 부진의 늪에 빠지고 마는 것일까? 현재 시장의 분위기나 실제적인 지표는 LG전자의 하락세를 예견하고 있다. 그리고 이는 확실한 실체를 가지고 있다.

하지만 냉정하게 말해 LG전자 위기론은 절대 장기적인 관점에서 영속성을 가지지 않을 전망이다. 역설적으로 이러한 결론은 현 상황을 가장 '차갑게' 분석했을 때 명확하게 드러난다는 평가다.

먼저 스마트폰 경쟁력이다. 시장에서는 올해 2분기 LG전자의 스마트폰 판매량이 1450만대 수준이라고 본다. 상당히 낮은 수치지만, 이 지점에서 LG전자는 다양한 전략을 구사하며 활로를 찾고 있다. G4의 경쟁력을 보자. 프리미엄 스마트폰인 G4는 아직 글로벌 시장에서 자신의 진가를 확실하게 드러내지 못했다. 시간이 부족했기 때문이다. 실제로 G4는 지난 4월 29일 출시되어 지금도 글로벌 시장에서 '출시 중'인 제품이다. 순차적으로 출시가 예정되었기 때문에 5월 중말부터 현재까지 아직 글로벌 시장 경쟁력을 확연하게 보여줄 '시간'이 없었다.

이 지점에서 'G4의 경쟁력은 이미 국내 판매량으로 확인됐다'는 말이 나올 수 있다. 이러한 주장은 G4의 국내 판매량이 낮은데, 글로벌 출시가 현재 진행형이라고 해서 달라질 것이 없다는 논리를 배경으로 한다.

그러나 이는 상황을 명확하게 살피지 못한 허술한 논리라는 반발이 나올 수 있다. 국내 스마트폰 시장은 글로벌 시장과 비교해 상당한 포화상태를 보여주고 있으며, 보급율이 80%를 넘긴 상태다. 이는 프리미엄 시장과 중저가 라인업이 극면한 구분을 가진다는 것을 뜻한다. 게다가 국내는 삼성전자와 애플로 대표되는 '막강한 강자들의 직접적인 영향권'에 속해있다. 이러한 힘의 배경을 글로벌 시장 전체에 기계적으로 대입하는 것은 어불성설이다.

이러한 전제에서 LG전자는 다양한 중저가 라인업을 속속 런칭하며 이미 행동에 돌입했다. G4 비트 및 알뜰폰 전용 마그나를 연이어 출시하는 한편 20일에는 벨로2까지 순차적으로 런칭했다. 벨로2는 지난해 8월 출시한 L벨로의 후속작이며 L벨로는 브라질에서만 밀리언셀러를 기록한 바 있다. LG전자는 벨로2를 이달 중남미를 시작으로 아시아, 럽, CIS 등에 순차적으로 출시해 글로벌 3G 시장을 공략한다는 계획이다.

여기에서 중저가 라인업의 세분화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LG전자는 구 프리미엄 스마트폰의 기능을 최신 중저가 라인업에 도입하는 전통적인 방식을 고수하며 중저가 라인업을 철저하게 세분화시켰다. 마그나를 알뜰폰에, G4 비트는 G4의 파생 라인업, 20일 출시된 벨로2는 3G 스마트폰에 적용한 부분이 극적이다.

▲ 벨로2. 출처=LG전자

특히 시장조사기관 스트래티지 애널리틱스(SA)는 올해 3G 스마트폰 시장을 전체 스마트폰 시장의 40%에 육박하는 5억 5000만대 규모로 전망했다. 삼성전자의 중저가 라인업이 대부분 '프리미엄을 지향하는' 방식으로 구성됐다면, LG전자의 중저가 라인업은 철저한 역할분담이 인상적이다.

물론 철저한 중저가 전략만 있는 것이 아니다. LG전자는 꾸준히 프리미엄 라인업을 내세워 삼성전자와 애플에 도전장을 내밀 전망이다.

TV시장의 경우 LG전자는 외부의 충격에 타격을 받았지만, 또 외부의 변화에 상승곡선을 그릴 전망이다. 글로벌 TV패널의 원가가 지속적으로 줄어들고 있기 때문이다. 일각에서는 이러한 분위기가 당장의 실적개선을 견인할 가능성은 없다고 단언하지만, OLED 시장이 의외로 빨리 열리는 분위기를 연출하는 것은 분명 LG전자 입장에서 호재다.

실제로 지난 19일 LG전자는 LG OLED TV 상반기 국내 판매량이 1만5000대를 돌파했다고 밝혔다. 백화점 로드쇼, ‘미리미리(mm) 페스티벌’ 등을 통해 압도적 화질을 직접 경험한 고객들이 구입을 결정하면서 OLED TV 판매량이 지속적으로 늘고 있다는 설명이다.

올해 OLED TV 상반기 국내 판매량은 지난해 동기 대비 10배 이상 증가했다. 특히 최고 프리미엄 TV인 울트라 OLED TV의 월평균성장률은 150%를 웃돌며 급속한 성장세를 보여주고 있다. 5월과 6월에는 울트라 OLED TV의 판매량이 올레드 TV 전체 판매량의 25%에 육박할 정도로 상승세가 가파르다. OLED 자체가 미래지향적 기술이라 당장의 상황에 일희일비할 수 없지만, 분명 기회의 순간은 빠르게 다가오고 있다.

▲ 출처=LG전자

출사표는 던져졌다
지나친 장밋빛 전망은 오히려 지금의 LG전자에게 '악재'가 될 수 있다. 그리고 이러한 분위기는 LG전자 내부에서도 충분한 공감대를 얻고 있다는 것이 정설이다. 결국 중장기적 대책을 통해 플랜B까지 구축한 상태에서 당장의 파도를 넘어야 한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2분기 실적은 저조할 것이 분명하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고 LG전자의 현재 진행형인 '승부수'가 적절하게 시장에 맞아 들어가면 상황은 일변할 가능성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