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석준 과학기술정책연구원 원장
■ 서울대 토목공학과를 나와 미국 UCLA대학교에서 정치학 석·박사 학위를 취득했다. 미국 캘리포니아대학교 국제문제연구소와 이화여대 행정학과에서 교수로 일했다. 1990년대 초부터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경실련)의 간부로 활동해왔고, 한국NGO학회의 공동대표도 역임했다. 지난 2008년 8월부터 제11대 과학기술정책연구원 원장을 맡고 있다.

매년 4월은 ‘과학의 달’이다. 과학의 달을 맞아 과학기술계에서는 과학에 대한 국민 친밀도 향상과 과학 위상 제고를 위한 각종 행사가 열리고 있다.

한국은 세계적인 경제 위기의 여파에도 불구하고 과학기술에 대한 투자를 대폭 확대해 이를 통한 경제 성장 및 위기 극복을 성공적으로 추진해왔다. 다만, 실제 소외계층의 삶까지 전달되는 과학기술에는 한계가 있어 몹시 안타깝다.

그러므로 필자는 국민과 밀접한 과학기술의 개발을 통해 정부와의 온도차를 해소하고, 사회적 인프라 개선 및 일자리 창출을 이끌어 낼 수 있는 공정사회에서의 ‘따뜻한 과학기술’이 되기를 희망하는 바이다.

우선 소외계층 삶의 질을 향상할 수 있는 과학기술을 주요 국가 과제로 채택하여, 이를 범부처적으로 추진할 수 있는 정책의 구축이 필요하다. 최근 국가과학기술위원회가 출범하는 등 과학기술계의 컨트롤타워가 재정비 되면서 과학기술의 공공화가 진일보할 수 있는 정책적 기반에 대한 기대감이 고조되고 있다.

정책의 추진을 통해 일궈낸 과학기술의 성장이 국민 생활까지 파급될 수 있도록 각 부처 간 협력과 지속적인 연계가 이루어져야 한다. 더불어 산·학·연의 협동을 통해 정부의 정책에 지침이 될 수 있는 연구프로젝트를 진행해 기술 개발과 함께 제도 개선 등의 실용화 방향을 모색해야 할 것이다.

나아가, 소외계층이 가지고 있는 근본적인 문제인 경제적인 측면에 대한 고려도 필요하다. 미국과 유럽 등에서는 과학기술 혁신의 주체로 경제·사회적 통합과 사회적 이익을 실현하는 ‘사회적 기업’을 육성하고 경쟁력을 높이기 위한 정책이 지속적으로 추진되고 있다.

소외계층의 경우 경제적인 문제로 인해 교육·복지뿐만 아니라 과학기술에서도 소외되면서 이에 따른 정보의 격차가 계층 분화를 심화시키고 있다.

따라서 사회적 기업의 생성을 촉진하여, 고령자, 장애인, 여성, 서민 등 사회적 약자의 일자리를 창출하는 것과 함께 이들의 사회 참여 기회를 확대하여야 할 것이다.

또한 단순 서비스를 넘어 기술·지식 집약적 서비스를 통해 비용 절감과 품질 개선을 가능케 하는 발전형 사회적 기업을 육성하고, 사회적 약자의 일자리 창출을 위한 제도의 정비와 지자체 참여 촉진 등 정부 지원시스템 구축이 필요하다.

소외계층이 생활에서 실감하고 있는 문제점들을 해결하기 위한 노력이 필요하다. 고령자, 장애인의 이동 불편이나 소통의 어려움은 그들을 사회적으로 고립시키는 원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

따라서 재활시스템이나 항노화(抗老化) 등의 기초연구와 더불어 응용기술의 활용까지 이어질 수 있는 연계체제의 구축이 필요하다. 저소득층이 겪게 되는 보건 문제 역시, 백신 및 치료제 개발, 생산 체계 구축 등 사전에 예방하고 대응할 수 있도록 역량을 강화해야 한다.

또 서민의 고민거리가 되고 있는 교육비를 줄이기 위해 현행 EBS만이 아닌 좀 더 수준 있는 IT 교육 콘텐츠 및 E러닝 프로그램의 개발이 필요하다. 이처럼 정책적 측면에서의 개선뿐만 아니라 실제 생활에서 느껴지는 문제점들을 인식하고, 생활수준 향상을 위한 과학기술의 개발을 통해 ‘따뜻한 과학기술’을 만들어 나아가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