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각국이 자국의 경기 침체를 막기 위해 통화전쟁을 벌인 결과 지난 1년간 40여개 나라가 자국 통화가치를 상대적으로 떨어뜨린 것으로 집계됐다. 한국은 지난해 8월 부터 네 차례에 걸쳐 기준금리를 내렸지만 경쟁 관계를 반영한 실질실효환율 측면에서는 사실상 가치가 올라 수출 전망을 어둡게 하고 있다.

19일 국제결제은행(BIS)에 따르면 조사대상 61개국 중 지난해 6월부터 올해 6월까지 실질실효환율이 하락한 국가는 총 43개국에 달했다.

실질실효환율은 세계 61개국(유로존 전체를 개별 국가에 포함)의 물가와 교역 비중을 고려해 각국 통화의 실질적 가치를 보여주는 지표다.

100보다 높으면 기준연도(2010년)보다 그 나라 화폐 가치가 고평가됐고, 100보다 낮으면 저평가됐다는 뜻이다.

주요 국가 가운데 러시아(-17.6%), 브라질(-15.9%)의 절하율이 컸고, 양적완화를 시행하고 있는 일본(-12.1%), 유로존(-9.2%)도 통화가치가 크게 떨어졌다.

올해 들어 유럽중앙은행(ECB)의 양적완화 발표를 시작으로 20여개 국가의 중앙은행이 자국 경제 활성화를 위해 줄줄이 정책금리를 내리면서 통화전쟁이 벌어진 영향이다.

실질실효환율이 크게 오른 곳은 연내 금리 인상을 예고한 미국(15.8%)을 비롯해 사우디아라비아 등 미 달러화에 자국통화를 연동한 국가들, 위안화 국제화를 추진하고 있는 중국(14.0%) 등 일부 국가에 국한됐다.

반면 원화의 평균 실질실효환율은 지난달 112.96포인트를 나타내 1년 전(112.90)에 비해 오히려 0.1% 상승했다. 지난해 8월부터 올 6월까지 총 4차례에서 걸쳐 0.25%포인트 씩 기준금리를 내렸지만 환율 경쟁력은 본전을 유지하는데 그친 것이다. 

세계시장에서의 경쟁 관계를 고려하면 원화의 환율 경쟁력은 오히려 크게 악화했다는 분석도 나온다.

세계시장에서 한국과 수출품 경쟁 관계인 국가의 통화 가치가 더 크게 떨어졌다면 제3국으로의 수출 경쟁에서 국내 수출기업의 가격경쟁력이 불리해지기 때문이다.

특히 한국과 경합도가 높은 일본(-12.1%)의 실질실효환율 하락이 유독 두드러진 것도 국내 수출기업을 어렵게 하는 요인이다.

이런 불리한 환율 상황은 한국의 수출 환경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다.

올해 상반기(1∼6월) 수출액은 세계 경기회복 지연과 유가 하락, 중국의 산업구조 재편 등의 요인까지 겹쳐 작년 동기보다 5.0% 감소한 2690억 달러를 기록했다.

한편 수출이 단기간에 급격히 위축됐음에도 이를 회복할 마땅한 정책수단은 마땅치 않다는 문제가 지적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