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량은 인간이 삶을 영위하기 위한 가장 중요한 수단 중 하나이다. 이는 글로벌 인구 증가, 이상 기후 현상 등과 맞물리며 그 중요성이 더욱 부각되는 상황이다. 이뿐만 아니라 식량은 국가의 3대 안보(식량, 군사, 에너지) 중 하나에 속해 있어 각국 정부 차원에서도 중요시하고 있다. 설령 글로벌 위기가 발생해도 식량만큼은 간과할 수 없는 대상이라는 것이다. 그만큼 농산물 투자에 대한 꾸준한 관심도 필요하다.

1차 산업으로 분류되는 농업은 사양산업이라 생각하기 쉽다. 하지만 인구의 증가 및 소득 수준 향상에 비춰볼 때, 농업을 사양산업으로 치부하기는 어렵다. 특히 식량 생산의 근원이라 할 수 있는 종자는 먹거리를 제공함은 물론, 생명산업·바이오 연료 공급 등 다양한 영역에서 쓰이는 만큼 농업은 단순 1차 산업이 아닌 첨단산업의 분야로 들어서고 있다. 하지만 농업이 첨단산업으로 분류되고 있는 데 반해 업의 특성상 수급 여건은 날씨, 인구 등의 영향을 받기 때문에 식량 가격 또한 변동이 크다.

최근 농산물 가격을 둘러싼 가장 큰 이슈는 엘니뇨다. 엘니뇨란 적도 동태평양 해역의 월평균 해수면 온도가 6개월 이상 지속적으로 평년보다 0.5℃ 이상 높은 상태를 말한다. 미 국립해양대기관리청(NOAA)에 따르면 지난 3월 기준 6개월 연속 예년 대비 해수면 온도가 0.5℃를 상회하고 있어 이미 엘니뇨에 접어들었다고 볼 수 있다. 지난 5월에는 미국에서 홍수가 발생했으며 그 원인으로는 엘니뇨가 꼽히고 있다. 이는 다시 농산물 가격 변동에 영향을 미쳤다. 김재은 NH투자증권 연구원은 “지난 6월 중순 이후 농산물 가격이 급등하며 변동성이 커진 모습”이라며 “미국 홍수로 인해 대두와 밀, 옥수수 등의 곡물 재배 둔화로 곡물 생산량이 줄어들 가능성이 제기된 것”으로 분석했다. 그는 이어 “최근 이들 농산물의 비상업용 선물 포지션을 보면 매도 포지션이 빠르게 감소하고 있어 곡물 가격의 추가적 상승에 대한 기대감도 존재한다”고 진했다.

▲ 출처:KDB대우증권

실제로 미국, 호주, 일본 등 주요국 기상청은 올해 ‘슈퍼 엘니뇨’ 발생을 예상하고 있다. 미국 기상청(NOAA)은 올해 여름 북반구에 엘니뇨가 지속될 확률이 90%, 올해 내내 지속될 확률은 80%에 달한다고 예측했다. 호주 기상청은 최근 엘니뇨 현상이 더욱 발달하면서 1997년 이후 가장 강력해질 조짐이 보인다고 경고했다. 또한 최근 미국 농부무가 발표한 전 세계 농산물 수급 전망 보고서(WASDE)에 따르면 2015~2016년 주요 곡물의 생산량 감소할 것으로 나타났다. 만약 ‘슈퍼 엘니뇨’까지 겹친다면 농산물 가격 변동성은 더욱 증대될 것으로 관측된다.

KDB대우증권은 지난 5월 보고서를 통해 엘니뇨 발생 가능성이 높다고 진단했다. 이상 기후의 영향으로 전반적인 농산물 가격이 오르겠지만 특히 엘니뇨 영향권에 있는 주요 국가들과 이들의 생산이나 수출비중을 고려하면 곡물보다는 소프트 원자재 가격(코코아, 커피, 원면, 원당 등)에 미치는 영향이 더 클 것으로 예상했다.

기후변화에 따른 다양한 투자처에 관심 필요

슈퍼 엘니뇨 우려와 그에 따른 농산물 가격 상승이 예상될 경우 수혜가 가능한 기업 혹은 엘니뇨의 영향을 받을 수 있는 기업에 투자하는 방법이 있다. 세계 주요 농기계 기업들은 금융위기로 곡물 가격이 악화됐던 2009년 실적 부진 이후 빠르게 회복됐다. 반면 국내 농기계 업계는 정체 기조 속에 내수시장 악화를 경험하고 있어 실적 개선을 기대한다면 해외 수출이 가능한 농기계 업체에 관심을 가질 필요가 있다. 관련 기업으로는 LS엠트론을 자회사로 하는 LS, 대동공업, 동양물산 등이다.

곡물 가격이 오르면 농산물 수확량을 늘리기 위해 비료 소비가 늘어난다. 비료 수요 증대는 비료 가격을 높이게 돼 관련 기업들의 수익성이 개선될 여지가 있다는 점도 주목할 점이다. NH투자증권에 따르면 비료 대표 종목인 인산이암모늄(Diammonium Phosphate, DAP) 가격과 해외 메이저 비료 기업의 실적 추이는 높은 상관관계를 보인다. 국내 대표 비료회사로는 남해화학, KG케미칼, 효성오앤비, 조비 등을 꼽을 수 있다. 하지만 최근 국내 비료회사의 DAP 수입 의존도가 커지고 있으며 글로벌 주요 비료 업체들도 지난 2008년 이후 대규모 증설 이후 물량 부담을 겪고 있는 것으로 관측된다. 따라서 비료 회사의 수혜 가능성은 보수적으로 바라볼 필요가 있다.

▲ 출처:에프앤가이드

이 밖에도 관련 ETF(주가지수연계펀드)나 펀드에 투자하는 방법이 있다. NH투자증권에 따르면 농산물 관련 ETF의 경우 장기수익률보다 단기 수익률이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그만큼 최근 들어 농산물 가격의 변동성이 높아졌음을 나타낸다. 투자정보 제공업체 에프앤가이드의 농산물 펀드 수익률 조사결과도 이와 유사했다. 펀드별 수익률 차이는 있지만 최근 1개월 내 수익률이 장기수익률 대비 높은 것으로 나타나 단기적으로 농산물 가격의 오름세가 두드러졌다.

엘니뇨 현상 그리고 이에 따른 미국 홍수 발생 등이 단기적으로 농산물 가격 상승에 힘을 실은 것으로 풀이된다. 다만 세계 경제의 더딘 성장률, 국제상품가격의 중심으로 작용하는 국제유가가 낮은 수준에 머물러 있다는 점은 농산물 수요의 감소에 이은 가격하락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점을 상기할 필요가 있다. 그러나 지속적인 기후변화 및 고령화, 신흥국 중심의 식량 수요 증가 등은 장기적으로 식량가격 상승에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되고 있어 이와 관련 투자대상에 대한 지속적인 관심이 필요한 상황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