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의 합병을 결정할 주주총회를 앞두고 미국계 헤지펀드 엘리엇 매니지먼트의 폴 싱어 회장은 양사 합병에 대한 반대 입장을 다시 밝히며 이는 자신들에게 중요한 문제라고 강조했다.

▲ 폴 싱어 엘리엇 회장. 출처=CNBC 화면 캡처

폴 싱어 회장은 15일(현지시간) 미국 뉴욕에서 열린 CNBC와 인스티튜셔널 인베스터가 공동 주최한 '딜리버링 알파' 컨퍼런스에 참석해 인터뷰를 진행했다.

인터뷰어로 나선 CNBC 방송의 데이비드 파버가 “주주총회가 이틀 남았다”면서 인터뷰 초반부터 삼성을 언급했다. 파버의 “당신은 왜 한국에서 가장 유력한 가문, 회사와 싸움을 시작했나”는 질문에 싱어는 “20년이 넘도록 한국에 투자해 왔고 삼성물산 등 삼성 그룹에 투자한 것도 수년 째로 회사의 구조조정이 필요하다고 생각해 왔는데 3월쯤 합병에 관련된 루머를 듣게 됐다”고 답했다.

그는 “우리는 삼성물산 측에 이야기를 했고 합병은 일어나지 않을 것이라고 확신했다”며 “만약 그렇게 된다면 합병은 불공정한 것이라고 생각했고 현재도 생각한다”고 거듭 강조했다.

그는 “보통 가치 평가를 할 때 패시브(passive)할 것인지 액티브(active)할 것인지를 정하는 데 삼성물산이 경우 패시브라고 본다”고 주장했다. 싱어 회장은 “처음부터 액티브하게 나섰다기보다는 어쩌다 보니 이 상황이으로 흘러왔다”며 합병은 주주 투표를 통해 결정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그는 한국 기업계의 존립에 가장 중요한 주체인 한 회사와 행동주의 투자자 전쟁으로 이 것을 시작한 것은 아니라고 시장의 의혹을 부인했다. 그는 또 이와 관련해 한국에서 법적 소송을 했으나 패소했다고도 했다.

그는 엘리엇이 삼성물산의 주식 7% 이상을 가지고 있어 자신들에게도 경제적으로 중요하다면서 한국과 한국 기업 지배가 세계에서 어떻게 받아들여지는지 등 한국인에게도 중요한 사항이라고 전했다.

싱어는 “자신들이 투자하고 투자할 곳이 기업 지배가 합리적이고 적법한, 법과 원칙에 의한 국가라면 공정하게 다뤄져야 한다”며 “이 문제가 한국에 투자하는 우리의 능력에 대해서도 영향을 주겠지만 기업지배 구조에 있어 문제가 있는 세계의 다른 지역들에도 신호가 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삼성물산의 최대 주주로 주주 투표의 캐스팅보트를 쥐고 있는 국민연금공단 기금운용본부가 주주총회에서 양사의 합병에 찬성하는 쪽으로 의결권을 행사할 것으로 전해진 가운데 그는 국내 의결권 자문기관인 한국기업지배구조원과 세계적인 의결권 자문기관인 ISS와 글래스루이스(Glass Lewis & Co)와 ISS도 국민연금에 합병에 반대할 것을 권고했다며 “국민연금이 합병을 반대해 달라”는 기존의 주장을 반복했다.

주가 상승을 노린 것이냐는 질문에는 “더 높은 주가의 가능성을 보지는 못했다”며 그는 “합병은 무산돼야 하며 회사는 다른 방향으로 나아가야 한다”며 “회사는 미래에 언젠가 주주 이익에 더욱 친화적으로 재조정돼야 한다”고 했다.

그는 인터뷰 중 월드컵 경기에도 한국팀을 응원하기 위해 ‘붉은 악마’ 응원복을 입기도 했다며 한국에 대한 애정과 관심을 표했다. 싱어 회장은 “(외신 보도처럼) 한국인이 반유대주의는 아니라고 생각한다”며 “그러나 이를 한국 대 외국인, 특히 유대계와의 싸움으로 색칠하는 이들은 있다”고 주장했다.

싱어 회장이 삼성물산ㆍ제일모직 합병 이슈에 대해 직접적으로 언급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