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홍성민 연세대 미래교육원 교수.

요즘 먹고 살기 힘들다고 다들 아우성이다. 스트레스를 푸는 방법 중에 맛있는 음식을 먹으며 현실에 대한 압박감을 해소하기도 한다. 스트레스 해소법인지, 잘 먹고 잘 사는 세상에 대한 열망 때문인지 최근 방송계는 ‘먹방’ 프로그램이 대세다. ‘식신‧테이스티‧맛집’ 등이 일상화되어 있다. 인간의 욕구 가운데 생존을 위한 욕구는 식욕(食慾), 수면욕(睡眠慾), 성욕(性慾) 등 여러 가지가 있다. 최상위의 욕구인 자아실현까지, 우리가 충족해야 할 욕구는 무한하다. 그 중에 생존본능과 직결되는 최소한의 욕구는 바로 식욕이다. 곳간에 먹을 것이 차야 예의를 알고, 등 따시고 배가 불러야 염치가 생긴다고 한다. 이 말은 2700년 전 중국 춘추전국시대 ‘관포지교(管鮑之交)’의 주인공인 관자의 경제철학이다.

요즘 ‘삼포(연애·결혼·출산 포기)세대’라는 말이 유행이다. 그만큼 먹고 살기 빡빡한 현실에 치여, 종족보존을 위한 연애까지 포기하는 세대라는 뜻이다. 이 같은 현실에 대한 대리만족으로 요리나 먹방 방송이 신드롬처럼 번진다는 것이다. 경기불황과 솔로(Solo)라는 심리적 공허함을 원초적인 식욕을 통해 해소한다는 분석까지 나왔다.

 

일련의 먹방 열풍에서 최고의 인기 스타는 <집밥 백선생>의 ‘백종원’이다. 최고급 식자재의 고상한 요리가 아니라, 싱글족을 위한 초스피드 간단 레시피로 만든 집밥이다. 소박하고 평범해 보이지만, 재미있고 맛있는 요리가 대박을 친 것이다. 먹고 살기 힘든 현대인들이 대리만족하기에 더없이 적절한 요리가 아닌가. 만들기 어렵고 손이 많이 가는 식재료로 만든 비싼 요리는 이들에겐 그림의 떡이다. 백종원의 인기몰이에는 현재의 경제상황이 그대로 투영되어 있다. 성공한 외식사업가이자 요리연구가인 그의 얼굴은 식신(食神)의 관상인가? 최고의 셰프는 음식의 신(神)이다. 식신이란 식록복(食祿福)을 타고난 사람을 뜻하는 말이기도 하다. 먹을 복을 타고난 것은 곧 잘 사는 사람의 관상이다.

우리 얼굴에는 식록(食祿) 창고와 복록(福祿) 창고라는 식록복의 장소를 살피는 곳이 있다. 식창(食倉, 식록 창고)과 록창(祿倉, 복록 창고)이란 부위인데, 이곳이 발달되면 식록복이 좋아진다. 이러한 관상은 먹는 업종인 식음료업이나 외식 사업으로 성공할 수 있는 식신(食神)의 상이다. 인중(人中, 코와 윗입술 사이의 오목하게 골이 파진 곳) 옆 부위인데, 인중을 중심으로 왼쪽을 식창, 오른쪽을 록창이라고 부른다. 코와 입술 사이에 있고, 윗입술 위쪽이다. 이곳이 넓고 두툼하면 식록복이 좋은 상이다. 특히 팔자주름이 이 부위를 둘러싸서 길게 뻗어 있으면 말년까지 식록복을 누릴 수 있다.

관상학 용어로 법령(法令)이라고 하는 팔자주름은 자의(字意) 그대로 ‘법적인 권력을 행사할 수 있는 명령권’을 뜻하는 말이다. 대인관계가 좋고, 잘 웃으면 팔자주름이 생기게 된다. 웃어서 생기는 주름은 행운의 주름이고, 팔자주름은 관상적으로 식록복을 보호하며 장수를 상징하는 주름살이다. 팔(八)자 주름이라도, 좁은 팔자주름과 넓은 팔자주름은 식록복에서 큰 차이를 보인다. 팔자주름이 시원하게 퍼져서 사이가 넓은 팔(八자) 형태로 식록복 부위를 감싸고 돌 때 더욱 좋아진다. 잘 먹고 잘 사는 ‘식록‧복록의 창고’ 면적이 그만큼 넓어지게 되는 것이다.

백종원의 윗입술 부위는 면적이 넓고 살이 두툼한 전형적인 식신(食神)의 관상이며, 팔자주름이 넓게 발달되어 턱까지 내려온다. 이는 식신으로서의 권위를 말년까지 행사할 수 있음을 나타낸다.

일반적으로 먹성이 좋은 동물은 돼지이다. 그래서인지 잘 먹어서 기름진 사람을 표현할 때 ‘돼지’ 같다고 한다. 또 돼지 꿈을 꾸게 되면 복꿈이라며 길하게 해석한다. 돼지 꿈, 돼지 저금통 등 동양에서 돼지는 재복 좋은 부유한 이미지다. 중국의 포대화상은 복신(福神)의 상징으로, 돈과 복을 내려준다고 한다. 중국 후량 시대의 스님으로 체구가 크고 배가 볼록 나왔으며 웃음기 가득한 통통한 얼굴이다. 포대자루에 시주받은 물건을 갖고 다니며, 가난한 백성들과 아이들에게 나누어 주었다고 한다. 관상학에서도 살이 두툼한 경우를 재물과 식록복이 좋은 상이라고 본다. 살이 찐 얼굴은 사각형이나 둥근 얼굴형으로 전(田)자나, 원(圓)자의 형태다. 반대로 살이 빠진 얼굴은 갑(甲)자형으로 세모 형태의 갸름한 얼굴형이다. 대체로 풍족하고 부유한 상은 얼굴과 몸에 적당히 살이 오른다. 반대로 살이 너무 없으면 빈약하거나 궁핍해 보인다.

먹을 복을 타고 태어나는 관상은 얼굴에 살이 빠지지 않은 오동통한 복돼지 상이다. 또 코끝에서 입 사이의 길이와 폭이 넓고, 살이 두툼하고, 넓은 팔자주름이 선명하다. 이런 관상은 처음부터 타고나기도 하지만, 스스로 노력하면 표정과 이미지를 변화시킬 수도 있다. 팔자주름은 미소주름이다. 대인관계가 좋고 잘 웃는 스타일에게 많이 생긴다. 나이 들어 보인다고 기피하는 팔자주름이 50대 이후의 식록복을 보장하는 셈이다.

식신의 관상이 많아질수록 우리 사회는 잘 먹고 살기 좋은 사회가 될 것이다. 식록복이 좋은 사람들이 많아질수록 경제는 안정되고 발전한다. 현실적으로 제대로 된 식욕이 채워질 때, 결혼과 출산이란 성욕도 만족될 것이다. 더불어 자아실현이라는 고도의 욕구도 채워지는 사회가 오길 희망한다. 먹을 복이 있어야 부끄러움을 알게 된다. 먹고 사는 것이 힘들어질수록 뻔뻔하고 몰염치한 사람들은 늘어나고, 세상은 각박해질 것이다. 인심과 여유는 모두 ‘집밥’에서 나오는 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