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시 근교에서 가족 텃밭을 가꾸며 주말 농부로 변신하는 삶은 도시인들의 오랜 로망이다. 집 가까이에 작은 농지가 있다면 도시민에게 새로운 텃밭 일구기 공간으로 각광받으며 일석삼조의 효과가 있다. 텃밭은 가족에게 건강한 먹을거리를 만들어내는 식량 창고이자 가족에게는 재미있는 자연체험 놀이터이다. 텃밭은 귀농 대신 집 가까이에서 자연을 즐기고 삶을 풍성하게 해주는 힐링의 장소로 여겨지면서 인기를 모으고 있다.

서울 강동구에서 개인사업을 하는 변 씨는 집과 가까운 곳에 소규모 텃밭 매물을 알아보던 중 주변 땅값의 반값에 나온 경매 토지에 투자해보기로 마음먹었다. 몇 년간 종자돈으로 사둘만한 소형 필지의 주말 농장용 토지를 알아봤으나, 땅값만 비싸고 마음에 드는 매물도 거의 없었다. 마침 경기도 광주시 퇴촌면 관음리 소재 그린벨트 내 밭 730㎡가 감정가 4110만원에서 3회 유찰돼 최저가 2110만원에 경매로 나왔다.

변 씨는 단독으로 2126만원(감정가의 53%)에 낙찰받았다. 시세의 반값 수준으로 낙찰받은 셈이다. 낙찰받을 당시에는 산 밑의 묵혀둔 밭으로 방치된 상태였고 관리가 허술해 잡풀이 우겨져 있었다. 하지만 서측에 4차선 도로에 접하고 주변에 주말농장과 드문드문 농가주택들이 있어 추후 토지의 활용가치가 충분하다고 판단했다. 등기를 마친 후 바로 잡풀을 제거한 다음 지금은 다섯 가구의 친척들과 어울려 공동 텃밭으로 이용하고 있다.

지자체나 자치구에서 그린벨트 토지나 국·공유지를 텃밭으로 조성해 희망하는 주민들에게 분양해주면서 신청 열기가 뜨겁다. 도시 근교의 값싼 땅을 경매로 싸게 장만해 농촌체험용 텃밭으로 활용하다가 몇 년 후 지역 개발과 함께 자연스럽게 땅값이 오르면 개발에 따르는 차익을 챙길 수 있는 것이 도시근교의 자투리 농지 투자의 장점이다. 주말농장이나 텃밭으로 활용이 가능한 텃밭을 경매를 통해 싸게 장만하는 노하우를 알아보자.

그린벨트 해제 예정 토지, 투자 수요 급증

전국에서 텃밭으로 이용할 수 있는 작은 필지의 농지가 입찰에 부쳐지는 물량은 한 해에 3만여 건에 달한다. 농지와 대지까지 다양한 지목에 활용도 높은 필지의 다양한 땅이 경매에 부쳐진다. 농지, 임야, 잡종지 순서로 경매 물량이 많고 농지의 절반가량이 텃밭으로 이용 가능한 농지이다. 전국 토지의 낙찰가율은 70%대이나 수도권 자투리 농지의 경우 70~75% 선에서 낙찰된다. 수도권 입찰경쟁률은 2.8 대 1 수준으로 비교적 낮은 편이다.

경매에 부쳐지는 농지는 331㎡ 안팎이 많고 대부분이며 투자 금액대는 통상 2000~3000만원대 소액 투자용이다. 수도권의 경우 한 달에 약 400~500여건이 입찰에 부쳐지고 낙찰가율은 70~80%대로 높은 편이다. 수도권 소형 토지는 선호도가 높아 경매 시장에서 최고의 인기 투자물건으로 꼽힌다. 향후 개발 가능성이 높은 지역 주변의 소형 필지 땅은 장기 호재 여파로 낙찰가율이 90% 선을 넘는 경우도 비일비재하다.

최근 그린벨트 규제 개선 방침 발표 이후 해제 예정지 일대의 농지는 땅값이 자연스럽게 상승하는 추세다. 토지 규제 완화를 진행하며 그린벨트 해제를 논의 중인 경기 군포·의왕 등 수도권 자투리 농지는 규제 완화 여파로 수도권에서는 아파트 개발이, 지방에서는 산업단지 개발이 가속화될 것으로 보인다. 그린벨트 해제 절차가 간소화되면 토지의 이용가치를 높일 수 있어 그린벨트 내 토지가격이 올라 투자자들이 몰려들 가능성이 크다.

텃밭 농지를 경매로 살 때 도시에서 살았던 일반인에게는 큰 걱정이 될 것이다. 농지취득자격증명 등 토지 취득에 따른 걸림돌 때문이다. 하지만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 세대별로 1000㎡(302평) 미만에 한해 주말·체험 영농 목적으로 농지를 취득할 수 있다. 이 경우는 농업경영계획서를 제출하지 않아도 된다. 집에서 가까운 곳의 농지를 경매로 싸게 사서 가끔 들러 농사를 짓고 휴식을 취하려면 주말농장으로 신청하면 된다.

농지를 소유했다가 나중에 시골 주택을 지으려면 농지에서 대지로 용도를 바꿔야 한다. 즉 ‘농지 전용’ 과정을 거쳐야 한다. 일반적으로 땅의 용도를 바꾸기 위해서는 측량과 형질변경이 필요한데 300㎡의 토지 기준으로 300만원 안팎의 비용이 든다. 또 자치구에 농지 전용 관련 서류를 제출하고 허가가 나올 때까지 2~3개월가량 기다려야 한다. 좀 더 쉽게 주택을 지으려면 대지나 농가주택이 있는 땅을 낙찰받아 리모델링하는 것도 방법이다.

소형 자투리 농지도 투자성 따져라

경매에 부쳐진 소규모 텃밭 용도의 농지는 정확한 위치를 찾기가 쉽지 않다. 오래 묵혀놓은 땅인 데다, 복잡하게 얽힌 필지의 땅속에 섞여 있어 인근 필지의 땅을 착각해 입찰에 참가하는 경우도 많다. 이럴 때는 감정평가서와 지적도 등을 보고 주변에 참고할 만한 건축물이 없다면 지형을 활용해 위치를 찾는다. 도로나 구거의 굽은 형태를 보고 5000분 1 지적도 등과 맞추어 위치를 찾아내는 방법도 있다.

텃밭으로 활용하다가 대지로 용도를 바꾸거나 주택을 지으려면 도로에 붙어 있는 땅을 골라야 한다. 지적도상 도로가 있어야 땅을 사용할 수 있고 인·허가를 받을 수 있다. 토지대장상에 지목은 땅의 용도인데, 예를 들어 대지는 건축물의 부지이고 공장용지는 제조시설로 쓸 수 있는 땅이란 뜻이다. 지목이 대지인지 전, 답, 과수원, 임야인지 알아보아야 하는데 지적도에도 표시 되어 있다. 대지라면 집을 짓는 땅이고 전이라면 밭농사를 짓는 땅이다.

주말농장용 텃밭을 고를 때는 저평가지역 토지를 고르는 것이 관건이다. 개발지역이거나 대도시 인접 땅은 감정가가 비싸고 낙찰가율도 높다. 하지만 아직 땅의 거품이 적은 외곽과 미개발지역은 저평가된 땅이기 때문에 소액 투자가 가능하고 추후 지가상승이 예상돼 땅의 가치가 반드시 상승한다. 이런 곳에 위치한 주말농장은 공기도 좋고 물도 맑아 특별히 유기농을 하지 않더라도 채소도 잘 자라 자연 유기농사가 가능하다.

경매로 나온 소형 필지 토지를 고를 때는 현재 상황을 잘 살펴봐야 한다. 구거나 하천, 도로 등이 지적과 일치하는지 따져보고, 도랑이나 하천부지로 일부가 사용되고 있는지도 살펴봐야 한다. 또 분묘가 있는지 여부와 불법으로 점유하는지 여부와 함께 불법으로 전용되어 사용되고 있는지, 허가 받지 않고 지은 불법건축물은 없는지 살펴야 한다. 자투리 토지라도 주변 농민들과 사적 분쟁이 있는 경우 토지 사용에 지장이 있을 수 있다.

입찰 전에 경매에 부쳐진 땅의 용도를 미리 확인해 두는 게 좋다. 농림지역이나 자연환경보전지역의 경우 농사용 외에는 다른 용도로의 개발이 제한적이지만 관리지역 땅은 개발이 상대적으로 자유로운 편이다. 관리지역 중에 계획관리지역 토지가 개발 여지가 많은 편이다. 토지거래허가구역이나 문화재보호구역, 군사시설보호구역 땅은 다양한 규제를 받으므로 ‘토지이용계획확인서’를 발급받아 개별 법률에 의한 규제내용을 살펴봐야 한다.

텃밭용 농지를 경매로 취득하려면 농지취득자격증명(농취증)을 발급받아야 한다. 이 제도는 매수인의 농민 및 자경 여부를 심사해 적격인 농민에게만 매입을 허용하고자 만들었다. 농취증은 농지의 소재지 관할 시·구·읍·면장에게 신청해 발급받을 수 있다. 투기 목적이 아니라면 그리 까다롭지 않게 농취증을 발급받을 수 있다. 단 자격에 부합하지 않을 경우 미발급될 수 있기 때문에 미리 농취증을 발급받을 수 있는지 확인한 다음에 경매에 참여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