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이코노믹리뷰 송원제 기자)


조선시대 때 이미 채소 온실 재배… 원조 자처 독일보다 160년 앞서

‘동절양채’(冬節養菜). 온돌과 한지를 이용해 온도를 조절한 온실이다. 겨울철에 채소를 키운다는 뜻으로서 조선시대의 의관인 전순의가 작성한 생활과학서 ‘산가요록’에 기록돼 있다.

독일 하이델베르크에서 등장한 단순난방 온실은 1619년에 만들어진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산가요록이 1459년에 지어진 점을 감안하면 그 전부터 우리나라에 온도조절 온실이 있었음을 짐작할 수 있다. 독일보다 최소 160년 이상 앞선 기술이다. 세계 최초의 온실을 개발한 대한민국 농업은 2030년에 어떤 모습일지 가늠해봤다. <편집자 주>

이곳에는 10층 건물의 ‘식물공장’이 여러 개 세워져 있다. 식물공장 옆에는 태양광시설이 들어서 있다. 그 뒤로 나무들이 있으며 소형 텃밭에서 소일거리를 하는 농민들이 눈에 띈다.

농민들 식물공장서 짭짤한 배당금

농촌이 식물공장 중심으로 변신한 건 2020년에 농민 중심으로 전개된 ‘농산물 고부가가치 사업’ 덕분이다. 이 사업은 농민이 주주로 참여해서 농협의 정책자금을 지원받아 시작됐다. 농민 100여 명씩 자발적으로 자신 소유의 토지 중 일부를 재개발 형태로 묶어서 식물공장을 세웠다.

식물공장의 주식은 토지의 지분에 따라 농민이 소유했다. 식물공장은 2027년부터 본격적으로 농산물을 생산했다. 3년이 지난 2030년에 농민들은 식물공장에서 나오는 수익금과 배당금으로 생활하고 있다.

태양광 기술의 발달로 식물공장은 건물 옥상과 공장 주변에 설치한 태양광 시설로 인해 전기를 무제한 사용한다. 남는 전기는 한국전력공사 등에 판매해서 부수입까지 챙기고 있다.

태양광뿐 아니라 태양열도 이용한다. 태양열 시설로 온수를 무제한 공급받는다. 식물공장은 여기서 나온 온수로 열대식물도 생산한다. 지열 냉난방 장치도 설치했다. 지상부의 공기를 연중 온도가 일정한 지하수나 땅 속을 통과시켜 온도를 조절한 뒤 냉난방에 사용한다.

식물공장 1층은 직원들을 위한 사무실이다. 자동화시설을 갖추고 있어서 10층 건물에 50여 명만 근무한다. 이들은 식물공장에서 생산한 농산물을 수확해서 전국에 배송하는 역할을 담당한다.

식물공장 내부의 광원은 태양을 대신해 발광다이오드(LED) 조명을 활용한다. 2~3층에는 적색광으로 식물의 생육과 개화시기를 조절한다. 4~6층은 청색광으로 잎의 생성을 돕거나 키를 조절한다. 7~10층은 황색광으로 병해충의 저항력을 키워 좋은 품질의 농산물을 생산한다. 10층에서 최종 농산물이 나오면 자동화시설을 통해 1층으로 이송돼 직원들이 수확하는 구조다.

각 공장마다 저마다 생산하는 주력 상품이 있다. 벼를 중점적으로 만드는 공장, 보리나 밀을 생산하는 공장, 미니과일이나 열대과일을 생산하는 공장 등이 있다.

심지어 명품 밀을 만드는 공장도 있다. 동의보감에 따르면 “밀은 가을에 심고 겨울에 자라서 봄에 이삭을 패고 여름에 익기 때문에 4계절의 고른 기운을 갖게 돼 5곡에서 제일 귀한 것”이라는 설명이 있다.

이어 “기후가 따뜻한 곳에서는 봄에 심었다가 여름에 걷어 들이기도 하나 이것은 기가 부족하기 때문에 독이 있다”는 구절이 있다.
여기에 착안해 명품 밀을 생산하는 식물공장은 인위적으로 겨울철 날씨를 만든다. 에너지가 많이 들어가기 때문에 가격이 비싼 게 흠이지만 소비자들에게 좋은 인상을 줘 농가소득에 보탬이 된다.

도심 주부 신선채소 구매 나들이

식물공장은 도심의 환경도 바꿔 놨다. 2030년 서울을 비롯해 도심에서 식물공장은 24시간 산소를 뿜어내고 있다. 도심에서는 신선도가 필요한 상추나 유채 등 어린잎 채소를 심어 유통기간을 반나절로 줄였다.

식물공장 1층은 농산물 전용 매장시설을 갖췄다. 이곳에서 주부들이 상추, 양배추를 비롯해 무순, 메밀싹, 밀싹 등의 싹채소를 직접 구입한다. 맞벌이 부부는 저녁 때 퇴근하면서 이곳에 들러 채소를 사가기도 한다.

이 기술은 국내에서 2010년 농촌진흥청이 남극 세종기지에 20피트 컨테이너 식물공장을 공급하면서 발전했다. 이곳에서는 하루에 1㎏ 정도의 신선채소를 생산한다. 메밀싹과 보리싹 등 새싹 채소는 파종하고 1주일 뒤에 먹을 수 있다. 상추와 쑥갓 등은 약 2개월이 지나면 쌈채소로 이용할 수 있다.

컨테이너 식물공장의 규격은 길이 5.9m, 폭 2,4m, 높이 2.4m다. 내부에는 LED조명과 형광등을 병용한다. 3단 저면급수 순환시스템을 적용했다. 완벽한 단열로 극한기온에서도 난방비를 최소화하도록 설계됐다.

컨테이너 식물공장은 5000만 원을 들여 제작했다. 단품 제품이기 때문에 비용이 많이 들어간 셈이다. 하루에 1㎏의 신선채소를 생산하기 때문에 10여년이 지나면 제작비를 뽑아낼 수 있다.

농촌진흥청 국립원예특작과학원 엄영철 농업연구관은 “대기업에서 냉장고 찍어내듯이 제작할 수 있다면 가격이 2000만 원 대까지 떨어질 것”이라며 “그러면 경쟁력을 갖출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2011년 4월초 농촌진흥청 국립원예특작과학원은 파종 후 3주 만에 상추를 따 먹을 수 있도록 개선했다. 쑥갓은 과도한 광도로 인해 오히려 개화하면서 종자가 나와 버리는 현상을 발견했다. 각 채소별로 24시간 광을 쪼이는 게 효과적인지 12시간만 쪼이는 게 효과적인지 등을 연구하고 있다.

아직 과일까지 연구할 단계는 아니다. 과실수는 채소류보다 경제성이 떨어진다는 이유에서다. 과실이 열리는 작물은 광 에너지가 많이 필요하고 재배기간이 길어 잎채소에 비해 약 10배 이상의 생산비가 투입된다.

유망한 수출플랜트 사업 부상

식물공장은 잎에 물이 하나도 묻지 않는다는 게 장점. 뿌리에만 물을 주기 때문이다. 잎에 물이 없어서 세균이 서식할 위험이 없다. 공장도 깨끗해서 먼지가 묻지 않는다. 세균이 없기 때문에 오랫동안 저장이 가능하다. 씻지 않고 바로 먹어도 될 정도로 안전성이 뛰어나다.

2030년에 한 연구소는 식물공장에서 유전자 변형 농산물(GMO)을 활발하게 생산한다. 식품을 만드는 게 아니라 약품을 만들고 있다. 당뇨병에 좋은 물질이 많이 들어있는 형질이 전환된 딸기를 생산한다. 철저하게 관리되기 때문에 일반인이 먹을 확률은 전혀 없다.

GMO 작물이기 때문에 바깥에서 재배할 수는 없다. 식물공장에서 형질이 전환된 농산물은 의사의 처방전이 있어야 구매할 수 있다. 당뇨병 환자는 매일 약을 먹는 것보다 매일 딸기를 먹는 걸 선호하기 때문에 인기가 높다.

더욱이 한국의 식물공장은 유망한 수출 플랜트 산업이다. 사막처럼 농업환경이 나쁜 중동지역에 수출하고 있다. 담수화플랜트 사업과 패키지로 개발해 부가가치를 높였다. 바닷물을 민물로 바꾸는 담수화 기술은 국내 기업이 세계시장 점유율 1위를 기록하고 있어 시너지 효과가 높다.

이밖에 종자산업 육성에도 응용되고 있다. 한국의 종자산업은 위기에 처해 있다. 청양고추는 제주산 고추와 태국산 고추를 잡종 교배해 얻은 품종으로 알려져 있다. 청양고추의 최대 생산지는 경남 밀양이다. 하지만 청양고추 종자가 해외기업으로 넘어가서 몬산토에서 역수입하고 있다.

라일락도 비슷하다. 라일락은 미 식물채집가가 북한산 정향나무 종자를 미국으로 유출한 후 품종 개량을 거쳐 다시 한국에 수입되고 있다. 한국은 세계에서 여섯 번째로 많은 유전자원(약 26만 점)을 보유한 국가임에도 종자 보급률은 매우 저조하다. 2030년에 식물공장은 새로운 종자개발에 주력, 미래산업의 주역이 되고 있다.

김경원 기자 kwkim@asia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