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5일 서울 여의도 전경련회관에서 열린 '남북경제교류의 뉴 패러다임과 경제교류 활성화' 세미나에서 박찬호 전경련 전무가 인사말을 하고 있다. 사진=전국경제인연합회

재계를 대표하는 경제단체인 전국경제인연합회(회장 허창수)가 남북한 관계 패러다임을 과거의 ‘당근과 채찍’, 즉 지원과 압박이라는 낡은 틀에서 벗어나 상호이익을 누릴 수 있는 경제 중심 새로운 틀로 전환해야 한다는 주장을 내놓아 눈길을 끈다.

전경련은 15일 서울 여의도 전경련회관 컨퍼런스센터에서 <남북경제교류의 뉴 패러다임과 경제교류 활성화> 세미나를 열고 뉴 패러다임에 부응하는 ‘남북경협 신(新) 5대 원칙’을 발표했다.

박찬호 전경련 전무는 행사 개회사에서 경제중심의 남북경협 뉴 패러다임의 필요성을 역설하고, 신 5대 원칙으로 ①남북한 당국간 대화의 진전과 조화 ②남북 상호이익 ③북한 주도 북한경제개발 ④남북한 산업 장점 결합 산업구조 구축 ⑤동북아경제권 형성을 위한 주변국 참여와 지지 확보 등을 추진해 나가자는 재계의 입장을 천명했다.

전경련은 “20년 전인 지난 1995년 6월 전경련 남북경제협력 5대 원칙을 제시한 바 있는데, 20년이 지난 지금 중국의 G2 부상을 비롯해 북·중·러 접경지역 개발, 북한 내 시장화 흐름 진행 등 한반도 주변 상황 변화에 맞춰 이번에 신 5대원칙을 제시하게 된 것”이라고설명했다.

전경련은 20년 남북경협 5대 원칙으로 ①정부의 투자지침 및 남북대화 진전과의 조화 ②비(非)전략물자 중심의 경협 ③과당경쟁 유발 자제 ④장기적 방향의 단계적 추진 ⑤남북한 산업 장점의 보완 발전을 내놓은 바 있다.

▲ 출처=전국경제인연합회

한편, 이날 세미나에서 첫 번째 주제발표에 나선 최수영 한국경제연구원 연구위ㅈ원은 2010년 김정은 정권 출범 후 북한은 시장화와 사(私)경제가 확산되고 있고, 19개 경제개발구를 설치하는 등 대외개방 확대를 모색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그러나 금강산 남한 관광객 피격사망 사건에 따른 우리 정부의 5.24 조치 이후 북한의 중국에 대한 교역 의존도가 90%에 이르는 등 대(對)중국 의존도가 심화되고 있어 남북경협 추진이 더 필요하다고 말했다.

최 연구위원은 남북경협 신 5대원칙이 차질없이 추진되기 위한 7대 과제도 제시했다.

즉, 남북한 경제단체 연락사무소를 서울과 평양에 상호 교환 설치해 실질적인 남북간 경제교류 확대, 북한경제 개발 지원 및 협력 창구로 활용해야 한다고 말했다.

‘한반도 서부축 경협 루트’를 확보해 북측 경의선 철도와 도로망을 개선하고 남측과 육로로 연결하는 한편, 남북 접경지역 경협 활성화를 위해 개성공단을 복합산업지구 및 국제화 단지로 확대하고, 금강산 관광을 재개해 원산-금강산-설악산을 잇는 ‘동해안 국제관광벨트’를 구축하자고 제안했다.

이밖에 북측 평양과 남포에 신규 남북경협 산업단지를 세워 북한 자원 및 산업과 연계된 산업 클러스터 조성, 김책제철소·단천자원가공공장의 리모델링을 통한 북한기업 살리기 프로젝트 진행, 개성공단 남북기술교류센터를 활용한 북한의 산업·기술인력 양성, 북한과 중국 접경지역 개발에 남한기업 참여로 동북아 다자 경제협력사업 추진 등이 적극 추진되어야 한다고 제언했다.

▲ 남북경협의 전략적 7대 과제 내용. 출처=한국경제연구원

토론에 나선 김영수 현대아산 관광경협본부장은 “남북간 경제교류가 남북관계 개선을 이끌 수도 있다는 역발상의 사고가 필요하고, 이를 위해 현재 중단된 남북경제협력 사업의 정상화는 물론 신변안전 보장 등 당국간 협의를 전제로 금강산관광을 재개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조봉현 IBK경제연구소 수석연구위원은 “남북한 경제교류가 최소한 독일통일 이전의 동서독 수준, 중국과 대만의 경제교류 수준까지는 가야 한다”고 말했다.

이케하타 슈헤이 NHK 서울지국장은 2012년 북한방문 경험을 이야기하면서, 북한도 조금씩 경제개방을 향해 나아가고 있으며, 이 흐름이 역행하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두 번째 주제발표에 나선 곽강수 포스코경영연구원 글로벌연구센터장은 북한의 장점으로 인건비, 토지비용이 저렴하고 부존자원이 풍부하는 것과 동북아경제권 형성의 핵심 지역으로서 지경학적 가치가 있다는 점을 들었다. 그러나 북한의 인프라가 부족하고, 법제도가 제대로 갖추어져 있지 않으며, 국제사회의 대북제재와 남북관계 불안이라는 제약 요건이 있다고 설명했다.

이같은 제약 조건을 극복하고 남북관계가 개선돼 남한 기업이 북한에 진출하게 되면 투자와 고용, 사회적 책임을 수행함으로써 남북통일의 경제적 효과 극대화에 기여할 수 있을 것이라고 곽 연구원은 말했다.

토론에 나선 길정우 새누리당 의원은 “경제계가 남북경제교류 협력을 추진하는데 있어 정부의 선제적 조치를 기다리는 자세로 일관한다면 기회가 오지 않을 것”이라면서 “현 단계에서 구체적인 로드맵을 작성하고 추진해야 할 것”이라고 조언했다.

김병연 서울대 교수는 북한의 저렴한 인건비로부터 발생하는 이익은 조기에 사라질 가능성이 있어 교육과 훈련을 통해 북한 인력을 보다 부가가치가 높은 산업으로 이동할 수 있도록 하는 게 필요하다고 역설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