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정부의 경제정책 핵심 키워드는 두말할 나위 없이 ‘창조경제’다. 근혜노믹스의 핵심 아이콘이다. 하지만 집권 절반을 넘긴 시점에서 여전히 ‘박근혜표 창조경제’의 실체는 낯설다. 이는 최근 국민여론조사에서 드러났다. 얼마 전 박근혜 대통령의 경제교육 멘토였던 김광두 서강대 교수가 좌장(원장)으로 있는 국가미래연구원이 리서치 전문기관에 의뢰한 ‘현 정부 추진 핵심정책 (국민)체감도 설문조사’에서, 창조경제 인식을 묻는 질문에 응답자 절반 이상인 55%가 ‘알지 못한다’는 반응을 내놓았다.

조사 대상이 만 19세 이상 49세 이하의 이른바 우리 사회에서 창의력이 활발한 2040세대였다는 점에서 이 같은 인식 부재는 창조경제 실행의 한 단면을 보여준다. 더욱이 박근혜 정부 5년 임기 내에 창조경제 실현 여부에 대해선 전체 응답자의 83%가 ‘실현되지 못할 것’이라는 부정적 전망을 내놓았다는 사실은, 2040세대들이 창조경제를 일종의 ‘프로파겐다(정치선전) 아젠다’로 인식하고 있음을 해석 가능케 한다.

이 같은 창조경제에 대한 국민적 소통 부재는 보통 일이 아니다. 1년 전인 박근혜 정부 출범 1주년 언론 여론조사에서는 그래도 긍정과 부정의 평가가 엇비슷했지만, 이제는 집권 초기 표방했던 창조경제에 거는 국민적 기대마저 점점 사그라지고 있음을 보여주는 것 같아 안타까움마저 든다.

그렇다고 현 정부가 최대 경제 슬로건인 창조경제 실현 기치만 내건 채 뒷짐을 지고 있었던 것도 아니다. 나름대로 창조경제 6대 전략을 수립하고, 창조경제 생태계 조성을 비롯해 창의성에 바탕을 둔 신산업·신시장 창출, 글로벌 창의인재 육성, 과학기술과 ICT혁신 역량 강화(융복합)를 위한 준비작업을 해왔다.

그동안 창조경제 관련 대표적인 성과로 전국 17개 광역 지방자치단체 단위로 발족한 창조경제혁신센터를 비롯해 창의적 아이디어의 플랫폼인 창조경제타운, 민관합동 창조경제추진단 출범, 창조경제박람회 등을 꼽을 수 있다. 특히 창조경제혁신센터는 해당 지역 입지 연고권을 가진 대기업과 1대 1로 연계해, 역내 중소기업들의 기술 및 인적 혁신역량을 육성 지원하는 창조경제 구현 교두보 역할을 할 것으로 정부는 기대하고 있다.

그럼에도 국민들의 창조경제 체감 지수가 낮은 이유는 이렇다 할만한 ‘가시적인 경제 실적’이 없기 때문이다. 첨병 역할을 할 창조경제혁신센터도 이제 막 전국 네트워크 구축을 마쳤기에 당장 내놓을 ‘창조적 작품’이 없다.

그 때문인지 경제계 일각에서는 정부가 벌써부터 조급증을 보이며 해당 연고기업에 창조적 결실을 내놓으라고 압력을 가한다는 짜증 섞인 소리가 흘러나오고 있다. 심지어 현 정부 임기가 종료되면 창조경제혁신센터에서 바로 짐 싸고 본사로 원대 복귀할 것이라는 파견직원의 ‘희망 섞인(?)’ 말까지 나온다고 한다.

정부 한켠에서도 볼멘소리가 새어 나온다. 창조경제 실행 주무부처인 미래창조과학부가 타 경제부처에서 이전에 추진·운영해오던 창조혁신 관련 정책사업들을 자신의 소관사업으로 끌어들여 자기네 ‘창조경제 사업’ 실적으로 물타기하고 생색내기를 한다는 불만이다.

이래선 안 된다. 아직 창조경제에 대한 국민 인식도 제대로 자리 잡지 않았고, 이제 실제적인 엔진 시동에 들어간 상태에서 벌써부터 ‘감 내놓으라’는 주문과 영역싸움의 모양새는 전혀 ‘창조경제답지’ 않다.

더욱이 정부는 창조경제 로드맵 완료를 박 대통령의 임기가 끝나는 오는 2018년으로 잡고 있다고 한다. 국정을 책임진 입장에서는 당연한 바람이겠지만, 이 또한 어리석은 단견(短見)이다. 대한민국 국정의 난맥상에서 가장 고질적 병폐로 지적받아온 것이 정부 교체 때마다 뒤바뀌는 국가정책의 단절성, 백년대계의 장기 국정 비전 부재가 아니었던가.

창조경제가 어디 5년으로 끝날 일인가. 아직 2년 반이 남았으니 그 결실 유무를 속단하긴 어렵지만, 지금은 과실을 따먹을 사심(私心)보다는 밑거름을 꾸준히 주고 세심하게 키우는 땀 흘리는 농심(農心)을 배워야 할 때다.

“지금은 누가 더 오래, 더 많이 일을 하느냐가 아니라 누가 더 많은 아이디어를 가지고, 누가 더 창의성을 발휘하느냐에 따라 개인과 기업, 나아가 국가의 미래가 좌우되는 시대입니다.”

창조경제박람회 행사에 참석한 박근혜 대통령의 축사 일부다. 창조경제의 실행 주체들은 누가 더 오래, 더 많이 일하느냐를 과시하거나 전시성 결과물을 재촉하기보다는, 국민과 기업들에게 창조경제를 좀 더 의미 있는 현실적 국가 과제로 가슴에 와 닿게 하는 더 많은 아이디어와 창의성을 내도록 숙고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