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형석 한국사회적경영연구원 원장.

요즘 병·의원들이 어렵다고 울상이다. 개원하고도 운영비가 모자라 야간에 다른 병원 당직의사로 뛰는 의사도 있고, 아예 개원을 포기하고 월급의사 소위 ‘봉직의’로 가겠다는 의사들도 많다. 이렇게 매출이 저조하다 보니 한때는 전문의가 인기였지만 지금은 일부러 ‘의원’ 간판을 내건 요양기관들이 부쩍 늘어나는 추세이기도 하다. 예전에는 ‘의원’이라는 간판을 내건 의사들은 레지던트 과정을 거치지 않았거나, 가정의학과 의사들이었다. 예를 들면 ‘황OO 의원’, ‘과천 의원’과 같이 간판을 걸고 그 아래에 조그마한 글씨로 ‘내과, 산부인과, 피부과’ 이런 식으로 붙여서 세 진료과목 환자들을 받겠다는 취지다. 의사면허가 있다면 어떤 진료과목이든 가능하기 때문이다.

얼마 전, 어느 은행 지점장은 “예전에는 개원비 전액을 신용대출해주는 경우가 대부분이었는데, 요즘에는 병·의원들이 하도 망하니까 이제는 신용대출도 잘 안 해준다”고 전했다. 특히 한의사는 아예 신용대출해주지 말라는 은행 내부 지시도 있을 정도로 영업상태가 심각하다.

그렇다면 국내 의원들은 얼마나 벌고 있을까. 분석에 앞서 병원의 정의를 이해할 필요가 있다. 우리가 말하는 병원은 통칭 요양기관이다. 요양기관은 크게 의원, 병원, 종합병원, 상급종합병원, 그리고 약국 등 5종류로 구분할 수 있다. 그 가운데 ‘의원 중에서 전문의’만 분석해봤다. 전체 매출은 환자 본인 부담금만 계산했기 때문에 실제 매출과는 다소 차이가 있을 수 있지만, 치과·성형외과·피부과 등은 대부분이 본인 부담금 비중이 높기 때문에 큰 차이는 없다.

인기 있는 8개 진료과목만 분석한 결과, 의원의 전국 월평균 매출액은 6926만원(2013년 기준)으로 나타났다. 이 가운데 상위 20%는 1억8200만원을 버는 반면 하위 20%는 848만원에 그치는 것으로 분석됐다.

가장 많이 버는 과목은 피부과로 평균 1억4400만원이었고, 2위는 성형외과로 1억1000만원, 치과가 9400만원으로 나타났다. 반면 한의원은 3300만원이었고, 안과·외과도 5000만원을 넘지 않았다. 이미 언급했지만 한의원이나 안과·외과 등은 피부과· 성형외과·치과와 비교해 건강보험료 청구액이 많기 때문에 제시한 매출액보다 많을 수는 있지만 기대 이하임은 분명하다. 참고로 환자 본인 부담금은 의원급의 경우, 치료비의 30%이며, 병원은 40%, 종합병원은 50%, 대학병원급의 상급종합병원은 60%다.

의원 수로 보면 단일 과목으로는 치과가 1만5214개로 가장 많았고, 내과·한의원 순이었다. 치과는 57%가 수도권에 있고, 성형외과도 65.5%인 521개가 수도권에 몰려있어 건강보험에 연연하지 않아도 되는 과목들은 주로 도시에 집중되어 있음을 알 수 있다.

▲ 출처=나이스비즈맵

사실 병·의원은 일반 자영업과 달라서 유지가 안 될 정도로 매출이 낮은 경우는 거의 없었다. 개원을 위해서는 우수한 인재들이 6년 간 밤낮으로 공부해야 하고, 인턴 1년, 레지던트 2년 과정을 이수해야만 비로소 전문의가 되기 때문이다. 게다가 일반 학생보다 2배나 많은 학비를 부담해야 하는 만큼 진입 장벽이 그만큼 높았다. 하지만 지금은 상황이 달라졌다. 3000여명이 넘는 의사가 해마다 배출되는데다 오는 2019년쯤이면 인구도 점점 줄어들 것이기에 간판만 내걸면 되는 시대는 이미 지나고 있다. 그래서 전문과목별로 하위 20%만 따로 분석해봤다. 매출액 하위 20%만 보면 성형외과가 2296만원으로 가장 높았고, 피부과는 2151만원, 그리고 이비인후과가 1920만원 등이었다. 보험 청구 비율을 감안하면 성형외과나 피부과보다 현재로썬 이비인후과가 조금 더 안전한 과목일 수도 있다.

가장 낮은 업종은 역시 한의원이었는데 월 500만원을 넘지 않았고, 안과도 1000만원이 채 되지 않을 정도로 상상 이하의 매출이었다. 한의원과 안과는 보험청구 비율 70%를 온전히 계산한다 할지라도 월 1000만원을 조금 웃도는 수준에 머물 정도니까 운영비를 내기가 버거운 수준이다. 또 한 가지 참고할만한 데이터는 일반 자영업의 경우, 업력이 길수록 장사가 잘 되는 경향에 비해 의원은 오히려 개원 초기에 많이 버는 것으로 나타났다.

의원은 평균 업력이 8년이었는데 대부분의 의원이 개원 후 4~6년차에 가장 많이 벌었고, 7년이 넘어가면서 서서히 줄다가 10년 이후에는 초기보다 40~50% 감소하는 경향을 보였다.

▲ 출처=나이스비즈맵

이러한 현상은 오래된 병원보다 신규 요양병원들이 첨단 의료기기를 많이 도입해 환자를 유인하기 때문인 것으로 추측된다. 다만 과목별 이용 횟수는 내과·이비인후과·치과 순이었으나, 건당 매출액으로 보면 이비인후과가 8400원인데 비해 치과는 21만 8000원으로 역시 비보험 업종이 강세였다. 그렇다면 전국에서 의원이 가장 잘 되는 지역은 어디일까. 의원 전체평균을 보면 울산광역시가 월평균 7850만원으로 1위였고, 서울이 7420만원으로 2위, 충남이 7400만원으로 3위를 차지했다. 평균 매출이 가장 낮은 지역은 대구(5460만원), 경북(5870만원), 제주(6160만원) 등이다.

▲ 출처=나이스비즈맵

이번에는 진료과목별 매출액을 시·군·구로 좁혀 분석해봤다. 먼저 내과는 충남 천안시가 1억7700만원으로 가장 많이 버는 지역으로 나타났고, 다음은 경기도 광명시(1억6200만원), 강원도 원주시(1억5900만원) 순이었다. 내과의 행정동별 분석에서는 울산시 남구 삼산동(1억8200만원), 서울 강남구 신사동(1억7600만원), 서울 은평구 대조동(1억7900만원) 등이다.

다음으로는 안과. 안과의 전국 평균 월 매출액은 5713만원이며, 상위 20%는 1억5200만원인데 반해 하위 20%는 694만원에 불과했다. 다시 언급하지만 건강보험 청구 비율로 최고 70%를 더한다 해도 하위 20%는 의원 운영비를 내기가 버거운 수준이다. 안과가 가장 잘 되는 지역으로는 부산시 부산진구가 2억7700만원으로 가장 높았고, 울산시 남구(1억7200만원), 서울 서초구(1억7000만원) 순이었다.

반면 가장 저조한 지역은 경남 창원이 4900만원으로 가장 낮았고, 서울 서대문구(5100만원)와 경기도 수원시가 5200만원으로 하위권에 맴돌았다. 한편 안과가 가장 잘 되는 동별 순위에서는 서울 서초4동이 3억1100만원으로 1위였고, 강남구 역삼1동(2억9200만원), 울산시 삼산동(2억8000만원) 순이다. 안과의 월별 매출액 추이를 보면 방학 때인 1~2월이 제일 높았고, 가장 안 되는 시기는 10~11월로 거의 2배 정도 차이가 나는 것으로 분석됐다.

다음은 이비인후과를 살펴보자. 이비인후과의 전국 월평균 매출액은 6375만원인데 상위 20%는 1억4500만원인 반면 하위 20%는 1920만원으로 나타났다. 전국 지역별 상위매출 도시로는 1위 전남 목포시가 1억6000만원, 2위 충남 천안시가 1억2600만원, 3위 강남구가 54개 의원 평균 1억1800만원을 버는 것으로 조사됐다. 이비인후과의 행정동 단위 매출 상위 동은 서울 압구정동이 2억8600만원으로 최고였다. 이어 서초4동(2억6300만원), 역삼 2동(1억9800만원) 순이다. 이비인후과는 다른 과목에 비해 계절별 특수효과는 많지 않으나 비교적 10월에 환자수가 많았고, 겨울에 꾸준한 매출을 올리는 것으로 분석됐다. 가장 큰 이유는 감기가 아닌가 판단된다.

이번엔 치과. 치과의 전국 월평균 매출액은 9399만원. 이 가운데 상위 20%는 2억1400만원으로 나타났고, 하위 20%는 1385만원으로 분석됐다. 치과가 잘 되는 지역으로는 서울 서대문구의 113개 치과의원 평균 1억6000만원을 벌어서 전국 수위였고, 경남 거제시, 부산 사하구 순으로 높았다. 반면 치과가 가장 안 되는 지역은 울산 남구, 경기 시흥시, 서울 노원구 순이었는데, 울산 남구의 경우 치과의원 수가 무려 138개나 있고, 서울 서대문구도 179개나 있어서 밀집도가 높은 것이 큰 이유인 듯하다.

반대로 치과가 가장 잘 되는 동은 서울 서대문구 신촌동으로 2억3300만원으로 나타났고, 안양시 범계동이 2위로 2억원 남짓이고, 서초 2동이 1억9000만원으로 3위에 랭크됐다. 이들 3개 동에는 치과가 각각 28개, 23개, 31개가 있다. 반면 가장 저조한 동으로는 경기 구리시 인창동, 서울 역삼1동, 울산 삼산동 등이 하위그룹을 형성했다. 치과는 연중 2월이 가장 매출이 높았지만 다른 과목에 비해 고른 매출을 기록했다. 반복적으로 치료를 받아야 하는 것이 그 이유로 분석됐다.

요즘 인기 좋다는 피부과는 어떨까. 피부과의 전국 평균 월 매출액은 1억4300만원으로 진료과목 중 역시 가장 높았다. 상위 20% 매출은 더욱 두드러져 3억3000만원이나 됐지만 하위 20%는 2151만원으로 비교적 낮았다.

 

피부과가 가장 잘 되는 지역으로는 충남 천안시, 서울 서대문구, 부산시 부산진구 등이 앞섰고, 경기 용인시, 울산 남구, 대구 중구 등은 하위에 랭크됐다. 가장 잘 되는 동으로는 부산진구 부전2동으로 월 3억5500만원의 매출을 올렸고, 천안시 신안동과 대전시 둔산2동이 그 뒤를 이었다. 피부과도 성형외과나 안과와 같이 방학기간인 1~2월에 가장 잘 된 반면 방학기간이지만 휴가철인 7월에 가장 낮은 것으로 분석됐다. 자외선에 노출이 많은 여름이라 치료 후의 부작용 등도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마지막으로 한의원을 보자. 한의원의 전국 평균 월 매출액은 3257만원. 이 중 상위 20%는 8242만원이며, 하위 20%는 443만원에 불과했다. 참고로 한의원당 외래환자는 월 평균 332명이었다. 한의원이 가장 잘 되는 지역으로는 84개가 있는 서울 서초구의 6000만원에 이어 경기 군포의 5500만원, 경기 시흥의 5100만원 순이다. 가장 잘 되는 동으로는 서초 1,4동과 수원 영통2동이 9000만원 수준인 것으로 나타나 있다.

이처럼 의원들의 매출이 상상한 것만큼 많지 않으며, 특히 하위매출 의원들의 문제가 심각한 상황으로 분석된다. 물론 다른 일반 자영업종에 비하면 그래도 유리하지만 그동안의 노력과 교육비, 교육기간 등을 감안하면 만족할 수준은 아닌 것은 분명하다. 이제는 요양기관들도 사전에 철저한 분석을 통해 대응전략을 세우지 않는다면 안정화로 가는 길이 험난할 것으로 예상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