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을 걷다가 마음에 쏙 드는 셔츠를 발견했다. 마침 셔츠가 필요했던지라 홀린 듯이 매장 안으로 들어섰다. 마네킹에 입혀 놓은 셔츠를 가리키며 직원에게 55 사이즈를 보여 달라고 했다. 거울 앞에 서서 셔츠를 대보니 역시 잘 어울리는 것 같다. 그런데 옷이 살짝 작아 보여 마음에 걸린다. 평소 입던 사이즈지만 최근 몸무게가 조금 불었으니 한번 직접 입어봐야겠다. 피팅룸에 들어가 직접 입어보니 걱정과는 달리 사이즈는 잘 맞았다. 셔츠를 입고 나오니 매장 직원이 아주 잘 어울린다며, 단추를 하나 정도 더 풀면 좀 더 시원하게 연출할 수 있다고 조언해줬다. 모처럼 맘에 들고 잘 어울리는 옷을 사게 되어 기분이 좋다.

여기까지가 일반적으로 옷을 사는 과정이다. 옷을 구입할 때는 사이즈가 잘 맞는지, 자신의 체형이나 얼굴과도 잘 어울리는지 등을 확인하기 위해 직접 입어보고 구입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그런데 위의 과정에서 ‘셔츠’를 ‘속옷’으로 모두 바꾸면 어떻게 될까. 속옷을 입어보고 산다는 사실 자체가 어색한 사람도 있을 것이고, 특히 직원이 그 모습을 본다는 부분에서는 거부감을 느끼기도 한다. 속옷도 옷인데 왜 유독 입어보고 구매하는 과정에 어색함과 민망함을 느끼는 걸까?

 

속옷이라는 아이템의 특성상 입어보기를 꺼리는 사람들이 많지만, 속옷이야말로 정말 구매 전에 입어보는 과정이 꼭 필요하다. 속옷 중에서도 특히 브래지어 같은 아이템은 체형을 보정해주는 기능이 있기 때문에 정확한 사이즈를 알고 체형에 맞는 디자인을 선택하는 것이 중요하다. 속옷의 사이즈 또한 매우 세분화되어 있어 매장 직원의 도움을 받아 선택하는 편이 좋다.

속옷을 입어보기 위해 피팅룸에 들어서면 일반적으로 두 가지 부분에서 놀라게 된다. 첫 번째는 피팅룸의 내부 모습이다. 1990대 후반부터 갖춰지기 시작한 속옷 피팅룸은 처음에는 단순한 탈의실 형태였다. 하지만 2000년대 중반부터는 피팅룸의 인테리어가 고급스럽고 화려하게 변했다. 현재 대부분의 속옷 피팅룸은 예쁜 레이스 커튼과 거울, 화장대 등이 놓인 공주풍의 방으로 꾸며져 있다. 함께 온 사람이 기다릴 수 있는 소파가 놓인 대기실이 따로 마련된 매장도 있다. 속옷을 입어보는 동안은 화려하게 꾸며진 공간에서 예쁜 공주가 된 듯한 기분과 자기만족을 맘껏 즐길 수 있다.

 

속옷 피팅룸을 이용하는 모습도 변하고 있다. 과거에는 속옷을 직접 입어본다는 사실 자체가 부끄러워 피팅룸을 꺼렸지만, 최근에는 적극적으로 피팅룸을 이용하려는 소비자가 늘었다. 또래 친구나 남자친구와 함께 피팅룸을 찾기도 한다. 친한 친구와 함께 들어가서 마치 패션쇼 하듯이 속옷을 입어보거나, 남자친구에게 속옷 입은 모습을 보여주며 의견을 묻는 등 다소 수위 높은 에피소드들도 있다.

속옷 피팅룸에 대해 다시 한 번 놀라게 되는 부분은 바로 밀착 서비스다. 속옷 피팅룸 안에는 매장 직원을 호출할 수 있는 벨이 설치되어 있다. 벨이 없는 경우는 매장 직원이 문 밖에서 동의를 구하고 피팅룸 안으로 들어간다. 이 안에서 사이즈 측정이나 올바른 속옷 착용법 안내, 자신에게 맞는 제품 선택까지 이어지는 밀착 서비스가 제공되는 것이다. 속옷을 착용한 채 매장 직원을 호출하면 우선 착용한 속옷이 자신에게 맞는 사이즈인지를 점검한다. 만일 속옷을 잘못 착용하고 있다면 제대로 된 착용법도 알려주는데, 손길이 닿는 것을 불편해하는 경우라면 고객의 손을 이용해 간접적으로 매무새를 다듬어준다. 속옷이 자신의 체형에 잘 맞는 패턴인지도 확인해준다. 사이즈가 맞더라도 개개인의 체형이 워낙 다양하기 때문에, 좀 더 잘 맞는 패턴의 속옷을 추천해주거나 혹은 볼륨감을 더 살릴 수 있는 패드 등의 사용을 권하기도 한다.

이 모든 서비스는 속옷 매장에 열린 마음만 가지고 방문한다면 누구나 받을 수 있다. ‘속옷도 옷’이라는 단순한 생각 하나면 피팅룸에서 속옷을 입어보는 것은 부끄러운 것이 아닌 당연한 것이 된다. 자신에게 잘 맞는 사이즈의 속옷을 확인하고 살 수 있는 것은 물론, 속옷에 관한 밀착 서비스, 그리고 체형을 잘 살려주는 볼륨감까지 얻을 수 있으니, 아직까지 피팅룸을 이용해보지 않았다면 이번 기회에 시도해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