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구단의 기업명은 경기장 안팎으로 자주 노출되면서 인지도 상승과 이미지 친화 효과를 창출했다(사진=이코노믹리뷰 송원제 기자).


연중 기업명 노출 홍보효과 무한대… 맥주·외식 파생상품도 동반성장

프로스포츠는 기업에게 어떤 영향을 미칠까? 일단 긍정적인 영향이 매우 크다. 돈을 들이긴 많이 들이지만 그만큼 홍보 효과가 뛰어나다. 단순한 이미지 광고의 수준을 뛰어넘은 정도라고 할 수 있다. 다만, 성적이 나쁘면 기업의 이미지도 나빠진다는 단점도 공존한다.

1982년 프로야구단 삼미슈퍼스타즈를 창단한 삼미그룹은 묘령의 기업이었다. 당시 삼미는 제강(製鋼)과 해운업 등 소비재와는 거리가 먼 산업을 담당했다.

삼미라는 이름이 등장하자 사람들은 ‘삼미통조림’의 삼미식품을 떠올렸다. 여기서 삼미식품은 삼미그룹과 전혀 무관한 회사였다. 회사의 한자 표기부터 달랐다. 야구단의 삼미는 三美였고, 통조림의 삼미는 三味였다. 그래서 당시 삼미는 삼미식품과의 혼란을 막고, 자사 인지도를 더 높이기 위해 한자 표기를 주로 썼다.

이러한 노력 덕분에 삼미그룹은 야구단을 통해 엄청난 홍보 효과를 누렸다. 야구단 창단 이후 삼미라는 이름은 통조림 회사 三味보다 야구단을 운영하는 三美로 각인이 됐다.

삼미그룹의 경영 성적표에도 청신호가 켜졌다. 특히 기업 어음(CP)의 발행에 있어서 큰 혜택을 입었다. 예전에는 삼미라는 기업이 전혀 알려지지 않아 다른 기업보다 높은 이자를 내야 했지만, 프로야구단 운영 이후 ‘탄탄한 기업’이라는 이미지가 알려지면서 금리 인하 효과를 봤다. 100억 원의 어음을 발행할 경우 이전보다 10억 정도의 이자를 절약한 셈이다. 삼미그룹 계열사들의 주식 시가도 올라갔다.

성공으로 귀결된 LG와 넥센의 모험

LG그룹의 옛 이름은 럭키금성그룹이다. 1995년 등장한 LG라는 이름이 프로야구 덕분에 생겼다는 일화는 프로스포츠의 대표적인 기업 이미지 개선 효과 사례로 꼽힌다.

럭키금성그룹은 축구에 먼저 발을 들여놓았다. 당시 팀명은 럭키금성 황소. 그런데 전광판이나 TV 편성표에는 ‘럭금’이라는 정체불명의 약어가 표기됐다. 럭키금성을 나름대로 줄인 말이었다. 기업 내부에서도 ‘럭금’이라는 이름을 간혹 썼지만 어감이 썩 좋지는 않았다.

럭키금성은 MBC에 130억 원을 주고 청룡 야구단을 인수했다. ‘럭키금성 야구단’이라는 이름은 생각보다 길었다. 그 당시 프로스포츠에 참여하는 모든 기업들의 명칭은 빙그레를 제외하고 모두 두 글자였다.

그룹 내부에서는 기업 이름을 짧고 좋은 이미지로 바꿔야 하는데 마땅한 방법이 없다는 고민을 했다. 결국 모험을 걸었다. 럭키금성의 영문 표현인 ‘Lucky Goldstar’의 이니셜을 따서 ‘LG’라는 이름을 지었다. 그룹 내 스포츠단 중 LG라는 이름은 LG트윈스가 첫 사례였다.

LG트윈스는 1990년과 1994년 한국시리즈에서 우승을 차지했다. 야구 덕에 LG가 젠틀 한 느낌의 일류 기업 이미지를 창출하자 구본무 회장은 통 큰 결심을 하게 된다. 이참에 그룹 이름을 LG로 바꾸자는 것이었다.

결국 1995년 럭키금성은 LG로 간판을 바꿔 달았다. 그룹 계열사의 이름도 덩달아 LG로 통일됐다. 프로축구단의 이름도 LG치타스로 바꿨다.

LG는 명칭 변경 이후 엄청난 효과를 누렸다. ‘글로벌 기업’을 주창하던 LG의 해외 인지도가 대폭 올라간 것. 1998년 9.4%에 머물렀던 해외 인지도가 2009년 50.8%로 높아졌다.

최근 프로스포츠 참여를 통해 가장 큰 이득을 본 곳은 넥센타이어다. 넥센타이어는 지난 2009년부터 프로야구 서울히어로즈의 메인 스폰서 역할을 하고 있다. 넥센타이어가 히어로즈 구단에 이름을 빌려주고 재정 지원을 하는 방식이다. 정확한 액수는 공개되지 않았지만 지난 2년간 넥센히어로즈 구단이 정상적으로 운영될 수 있도록 재정적 지원을 아끼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넥센타이어의 프로야구 참여는 그 자체로 모험이었다. 하지만 성적표를 받아보니 기대 이상의 성과였다. 야구 성적은 하위권을 면치 못했지만 경영 성적표는 장외 홈런감이었다. 프로야구 참여 이전인 2008년 166.1%에 달하던 부채 비율은 2009년 98.8%로 줄어들었고, 이자 보상배율 역시 2008년 3.9배에서 2009년 12.3배로 폭등했다.

2008년 37.6%를 기록했던 자기 자본 비율에서도 2009년 50.3%로 늘어났고, 당기 순이익 증가율은 2008년 마이너스 국면에서 2009년 무려 816.7%까지 치솟았다. 영업이익은 2008년 537억 원에서 2009년 1622억 원으로 무려 3배가 뛰었다.

한윤석 넥센타이어 마케팅팀장은 “프로야구 참여를 통해 피부로 느끼는 브랜드 이미지 향상 효과가 상당하다”면서 ‘히어로즈 효과’를 설명했다. 조태룡 넥센히어로즈 단장은 “넥센타이어가 야구 덕분에 굴지의 대기업들과 어깨를 나란히 하는 모양새를 갖췄다”면서 “확답할 수는 없지만 넥센타이어와의 스폰서 연장 논의도 긍정적으로 이뤄질 것 같다”고 덧붙였다.

프로스포츠 덕분에 이득을 본 곳은 프로스포츠단을 운영하는 기업만이 아니다. 운동장 내에서 용품을 팔고 있는 응원용품업체나 식음료업체도 덩달아 기세를 올리고 있다.


경기장에서 판매되는 주류와 응원도구는 프로스포츠가 살린 대표적 기생산업이다(사진=이코노믹리뷰 송원제 기자).


스포츠 흥행 뒤에는 우리도 있다!

스포츠용품 전문 업체인 네포스는 프로스포츠에서 빠져서는 안 될 응원용품을 주로 생산·판매하고 있다. 이 회사 전태수 대표는 세계 최초로 응원용 막대풍선을 개발한 발명가다. 전 대표는 1990년대 초 폴리에틸렌 재질의 막대풍선을 만들어 공전의 히트를 기록했다.

최근에는 PVC 재질의 막대풍선을 제작해 프로야구 5개 구단에 공급하고 있다. 과거 폴리에틸렌 막대풍선이 쓰레기를 양산하는 일회용품이었다는 악평이 많아 2000년대 초반부터 재활용이 가능한 PVC 막대풍선을 개발해 사용하고 있다. 수입은 여전히 짭짤하지만, 예전만 못하다. 재사용이 보편화되면서 막대풍선의 수익이 폭증하지 않아서다.

치킨은 지방에서 인기가 높다. 야구 중계에서 흔히 보이는 ‘호식이두마리치킨’ ‘종국이두마리치킨’ 등 토속적인 브랜드들은 이미 남부지역에서 탄탄한 판매망을 갖춘 프랜차이즈들이다. 실제로 이들 업체들은 프로스포츠의 활황 덕에 가시적인 경영 성과를 올리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맥주 업체들도 운동장이 반갑다. 경기장을 찾는 성인 관중 10명 중 8명은 맥주를 찾을 정도로 맥주에 대한 인기는 매우 높다.

이를 활용한 주류업체들의 마케팅도 갈수록 뜨거워지고 있다. 오비맥주는 자사 브랜드인 ‘카스’를 활용해 한국야구위원회(KBO), 케이블TV MBC스포츠플러스와 함께 프로야구 선수 통합 포인트 제도를 올해부터 실시하고 있다. 맥주라는 상품을 직접적으로 드러내지 않고도, 브랜드 이름을 통한 스포츠 마케팅을 활용해 야구 팬들 사이에서 인지도를 높이겠다는 계산이다.

송현석 오비맥주 마케팅 상무는 “앞으로도 야구 외에도 다양한 방법의 스포츠 마케팅 활동을 통해 브랜드 파워를 더욱 강화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정백현 기자 jjeom2@asia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