면세점 입찰을 앞두고 각 증권사들은 가장 유력한 후보를 꼽고 있다. 일부 유력한 후보군들이 눈에 띄고 있지만 입찰 업체들은 각각 독특한 매력을 뽐내고 있어 쉽게 예단할 수 없는 상황이다. ‘황금알을 낳은 거위’로 표현되는 면세점을 둘러싼 진검승부에 시장의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오는 9일 서울시내 면세점을 신청한 대기업 7곳과 중소기업 14곳에 대한 프레젠테이션이 실시된다. 이어 10일에는 제주 면세점을 신청한 중견기업 3곳의 프레젠테이션이 마무리 된 후 당일에 서울과 제주 면세점 신청 심사결과를 발표할 예정이다.

이 중 가장 큰 관심사는 대기업 2개 몫을 놓고 HDC신라면세점(호텔신라, 현대산업개발 합작법인), 롯데면세점, 신세계DF, 현대DF, 한화갤러리아타임월드, SK네트웍스, 이랜드면세점 등이 벌이는 7대 기업의 경쟁이다. 이번 면세점 입찰을 두고 각 기업 총수들이 직접 나서서 챙기고 있는 만큼 그 열기는 뜨거운 상황이다.

이뿐만 아니라 시장의 관심이 높은 만큼 증권사들도 이에 촉각을 곤두세우며 관련 보고서를 내놓고 있다.

▲비고: 한화갤러리아타임월드 면적은 9900㎡가 아닌 1만72㎡, SK네트웍스 면적은 1만5180㎡가 아닌 1만9163㎡ [출처:신한금융투자]

면세점에 대한 관심이 높은 이유는 다름 아닌 국내 외국인 관광객 증가다. 토러스투자증권에 따르면 작년 말 기준 한국면세점의 시장규모는 8조3000억원이며 이 중 외국인이 구매한 비중은 5조7000억원에 달한다. 특히 외국인 대부분은 중국인인 것으로 나타났다. 향후 중국인 관광객 증가를 반영해 시장규모를 추산할 경우 한국 면세점 시장은 최소 21조원에서 최대 40조원까지 확대될 수 있다는 점이 매력적이다.

최근 국내 내수시장과 면세점 매출은 메르스(MERS) 여파로 줄어들고 있는 추세지만 지난 2003년 사스(SARS), 2009년 신종플루 등의 경제적 파급효과가 3~6개월 사이로 제한적이었다는 점을 고려할 때, 향후 내수 및 외국인 관광객 수 회복과 함께 매출 증대가 이어질 수 있다는 점이 긍정적이다.

게다가 메르스 여파로 인한 관련 업체들의 주가 조정은 오히려 매수기회가 될 수 있다는 점에서 투자자들의 관심도 높은 상황이다.

토러스투자증권은 SK네트웍스와 신세계를 꼽았다. 현재 SK네트웍스는 최대 3000억원을 투자해 ‘아시아 브로드웨이’라는 동대문시장 주변의 재래시장, 패션산업, 유적지를 아우르는 신개념 관광상품을 개발할 계획이다. SK네트웍스는 ▲면세점과 동대문시장의 모바일 네트워크 구축 ▲동대문 문화타운조성계획 가시화시 컨소시엄 참여로 공연장·호텔 등 투자지원 ▲서울시 매뉴팩처 서울(manufacture Seoul)에 참여해 동반성장펀드 조성 ▲면세점 내 중소기업 상품 전용관 설치 ▲면세점 할인권을 소상공인진흥공단의 온누리 상품권으로 대체 등 동대문 지역경제 활성화시킬 수 있는 구체적인 상생프로그램이 돋보이는 사업계획을 제시했다.

동대문 문화타운 조성, 쇼핑관광특구 개발을 위해 공연장, 문화시설 등에 대한 대규모 투자가 필요하다는 점에서 자금력이 뛰어난 대기업 참여가 필수적이다. 따라서 동대문시장에는 대기업 면세점이 1개 이상 선정될 가능성이 높은 상황이다.

신세계DF는 한국에서 롯데와 유통으로 자웅을 겨룰 수 있는 유일한 기업이라는 평가다. 신세계는 충무로 본점 명품관과 인근 SC제일은행 옛 본점을 면세점 후보지로 정했다. 신세계백화점 본점은 명동보다 남대문시장에 더 가깝다. 신세계가 신규 면세점을 유치하면 명동 쪽으로만 지나치게 편중된 외국인 관광객을 남대문시장 쪽으로 전환유입이 가능하다. 게다가 명동에서 남대문까지 이어지는 세계 최대의 면세점 복합단지가 조성되고 재래상인이 한데 어우러진 대규모 쇼핑 클러스터가 만들어지면서 중소상인을 육성하는 상생플랫폼을 도모할 수 있다는 점이 긍정적이다.

IBK투자증권은 HDC신라면세점과 신세계DF를 유력하다고 평가했다. 일반 경쟁 입찰에 참여하는 기업들은 재무건전성 측면에서 대부분 높은 점수를 받을 것으로 예상되고 있어 관리 역량이나 주변 환경이 핵심 차별화 포인트가 될 것으로 진단했다. 따라서 대규모 면세 및 엔터테인먼트 공간을 개발하고, 기존에 면세점을 경영한 경험이 있는 업체를 선별했다.

신한금융투자는 HDC신라면세점을 탑픽으로 선정했다. 시내면세점 특허 심사 평가 기준인 ▲운영능력 ▲접근성(교통인프라 집중 용산 소재, 최대 주차시설보유, SM엔터테인먼트와 MOU로 한류관 활용) ▲중소기업 지원(최대 매장 규모) 등의 항목에서 유리한 고지를 점하고 있다는 판단이다.

HMC투자증권은 SK네트웍스를 꼽았다. 기존 워커힐호텔을 통한 23년간 면세점 운영 노하우를 통한 관리역량이 우수하며 실제 면세점 매장 면적에서의 상위권에 랭크하고 있어 급증하고 있는 외국인 수요에 대응할 수 있다는 평가다. 또한 동대문은 국내 유일의 24시간 쇼핑이 가능한 곳으로 단체관광객 뿐만 아니라 개인관광객 유입이 많은 지역으로써 충분한 주차공간 확보가 필요하다는 점도 꼽았다. 아울러 중소기업과 전통시장과의 상생 계획 등에 높은 평가점수를 받을 수 있을 것으로 판단했다.

NH투자증권도 SK네트웍스를 가장 유력한 후보로 전망했다. 우선 SK네트웍스가 면세점 후보지로 선정한 동대문은 국내에서 외국인 방문 장소 및 선호도 2위를 차지하고 있으며 명동과 함께 뛰어난 접근성을 지니고 있다는 점이 유리한 점으로 작용할 것으로 내다봤다. 특히 SK네트웍스가 제시한 동대문 지역 투자계획(공연장 및 문화시설 구축, 패션 소상공인 동반성장펀드 조성, 체류형 관광 인프라 구축 등)은 관광산업 활성화 측면에서 긍정적이라는 평가다.

이외에도 면세점 빌딩에 대형버스 35대 주차공간 확보, 실제 매장면적 4000평의 대규모도 유리한 평가를 받을 것으로 판단했다.

KTB투자증권은 HDC신라면세점이 유력하다고 내다봤다. 특히 HDC신라면세점의 모회사격인 호텔신라의 탁월한 사업장 관리 및 운영능력을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또한 해외 관광객을 서울 전반에 걸쳐 무리없이 이동시킬 수 있는 입지 조건, 대규모 단체 중국인 관광객들을 수용할 수 있는 대규모 숙박시설과 쇼핑공간 확보가 가능하다는 점을 이유로 들었다.

KDB대우증권도 HDC신라면세점을 꼽았다. 현재까지 공개된 심사표를 가장 온전하게 충족하고 있는 확신에 가까운 가능성을 지닌 업체라는 것이다. 사업자의 기본 역량과 중소기업과의 상생관련 항목을 호텔신라가 충족시키고 현대산업개발이 제공하는 입지가 나머지 15%의 배점 부문을 이상적으로 보완한다는 것이다.

독과점 논란에 대해서는 적절치 않다는 평가를 내렸다. 시내 면세점 사업의 라이선스는 출사표 이상의 의미를 지니지 못한다. 따라서 보유한 단 하나의 라이선스 대비 큰 호텔신라의 매출규모는 사업권 독점 결과가 아닌 장기간의 노력에 수반된 결실이라는 것이다.

또한 독과점 여부는 특정 채널에 관점이 아닌 전체 유통시장의 맥락에서 바라봐야 한다고 전했다. 대형마트 실적에 포함되는 시내 면세점은 백화점, 대형마트 합산 시장규모 대비 비중이 지난 2014년 7.0%에 불과했다. 또한 작년 한해 백화점과 대형마트 시장 내 주요 업체별 매출액 점유율은 롯데 25%, 신세계 20%, 호텔신라 2%라는 점을 강조했다. <이성규 김태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