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마트 미디어 생태계는 발전한다

스마트폰은 일상의 공기가 되었다. 이제 우리는 스마트폰을 생활필수품으로 여기고 있으며, 중독을 걱정할 정도로 늘 가장 가까운 곳에 두고 있다. 취업포털 잡코리아가 직장인 749명을 대상으로 설문 조사한 결과, 대부분의 직장인은 하루 평균 5.2시간을 스마트폰과 함께 보낸다고 한다. 스마트폰은 이제 신체 일부로 여겨지고 있다.

하지만 스마트폰이 신체 일부로 여겨진 역사는 그리 오래되지 않았다. 2007년 6월 29일 애플이 아이폰 1세대를 세상에 출시한 이후 고작 8년이다. 이 8년 동안 다양한 스마트폰 제조사들이 등장했으며 운영체제의 재편도 발생했다. 스마트폰의 한계를 뛰어넘는 다양한 기술이 발전했으며 더욱 다채로운 디바이스의 개발도 뒤를 이었다. 스마트 생태계의 프레임에서 속속 새로운 사업이 탄생했고, 새로운 사업은 합종연횡(合從連橫)을 거듭하며 거대한 흔적을 남기고 있다.

이 지점에서 우리는 스마트폰의 미래를 분석하고 판단할 의무를 진다. 스마트폰이 일상의 공기가 되어 온 세상에 만연했고, 따라서 자연스럽게 웨어러블의 시대가 열리고 있기 때문이다.

 

사실 스마트 생태계의 시작은 스마트폰에서 비롯됐다. 이견의 여지는 있으나 ‘이동성의 발견’부터 사실상의 스마트 생태계가 시작됐다는 주장도 있다. 즉 이용자가 고정된 기기에 접근해 서비스를 받는 것이 아니라, 이용자가 기기를 ‘끌어당겨’ 활용하는 순간 스마트 생태계가 시작됐다는 분석이다. 이런 분석은 원시인류가 자연에 존재하는 물건을 단순하게 사용하는 상황에서 벗어나, 손에 도구를 드는 순간을 새로운 혁명으로 여기는 분석과 궤를 함께 한다. 이렇게 되면 다양한 원류가 스마트 생태계의 출발로 여겨질 수 없으며, 당연히 소니도 워크맨 혁명이 스마트 생태계의 중요한 기원으로 여겨질 소지가 있다.

여기서 더욱 나가면 어떤 분석이 가능할까. 음원을 통한 이동형 서비스를 발판으로 애플의 아이팟 같은 전자기기의 혁명이 시작되고, 이 지점에서 다양한 부가 서비스가 탑재되어 스마트폰이라는 디바이스가 정체성을 가진다. 최근 스트리밍 음원 서비스를 바탕으로 글로벌 ICT 업계의 주도권이 움직이는 현상과, 이동성 기기가 가지는 웨어러블의 특성을 고려하면 흥미로운 주장이다. 결론적으로, 이동성과 음악에 방점을 찍은 기기의 진화가 인간을 스마트 생태계의 초입으로 밀어 넣었으며, 여기에 중요한 화두인 ‘디바이스’에 ‘음악+개인PC+전화’가 합쳐지며 스마트폰의 개념이 정립된다.

그렇다면 다음은? 일단 글로벌 스마트폰 시장이 포화상태에 이르렀다는 점에 집중해야 한다. 시장조사기관 IDC에 따르면 올해 세계 스마트폰 성장률은 2.5%로 지난해보다 20%가량 하락할 전망이다. 시장조사기관 가트너도 올해 1분기 기준, 스마트폰과 비 스마트폰 비율은 약 7:3에 이른다고 전망했다. 심지어 거대한 내수시장의 표본인 중국은 스마트폰 비율이 무려 93%에 이른다는 후문이다. 이미 프리미엄 스마트폰 시장은 정체기에 접어들었으며, 동남아시아 및 인도 중심의 신흥시장을 겨냥한 중저가 스마트폰 라인업이 주목받는 상황이다.

결국 포스트 스마트폰에 대한 고민이 필요한 순간이다. 사물인터넷을 기반으로 삼는 웨어러블의 경쟁력을 세밀하게 살펴야 하고, 이를 바탕으로 ‘차기 왕좌의 주인’을 가려내야 한다. 다만 현 상황에서 가장 강력한 후보는 스마트워치라는 것이 중론이다. 왜일까? 그 복잡 다변한 내면을 살펴보자.

 

글로벌 웨어러블 공방전

포스트 스마트폰에 대한 논의가 본격화되고 있다. 그 다음 디바이스에 대한 상상력은 대체로 웨어러블로 수렴하는 추세다. 웨어러블이 스마트폰을 대체할 가장 유력한 후보로 떠오른 것이다. 일반적으로 몸에 착용 가능한 스마트 기기를 웨어러블 디바이스라고 부른다. 이는 의류, 안경, 시계, 반지 등 다양한 형태에 스마트 기능을 덧입힌 모습으로 나타나고 있다.

시장조사업체 IDC는 향후 3년간 웨어러블 시장이 연간 78%에 달하는 폭발적인 성장세를 보일 것으로 전망했다. 이에 글로벌 ICT 기업들은 웨어러블을 미래 먹거리로 육성하겠다는 계획을 세우고 서둘러 관련 포트폴리오를 구축하기에 나섰다.

다만 아직까지 그 준비 태세가 미약한 것이 사실이다. 그런 까닭에 일부 업체가 선두로 나섰다고 해도 승부는 쉽게 뒤집힐 수 있는 상황이다. 시장조사기관 룩스 리서치에 따르면 지난 2010년부터 올 3월까지 웨어러블 관련 특허를 가장 많이 확보한 업체는 삼성전자(4%)인 것으로 나타났다. 그 뒤로 퀄컴(3%)과 애플(2.2%)이 자리했다. 근소한 차이인 만큼 삼성전자로서는 안도할 수 없다.

또 한 가지 흥미로운 지점은 웨어러블 관련 특허를 기업보다 개인이 훨씬 많이 보유하고 있다는 것이다. 무려 77%가 개인 소유의 특허다. 이는 상용화가 본격화되지 않은 ICT 시장에서 자주 목격되는 모습이다. 따라서 웨어러블 시장이 아직은 태동기에 있다고 분석할 수 있다.

같은 기간 등록된 웨어러블 관련 특허는 총 4만1301개로 집계됐다. 주목할 부분은 특허가 연평균 1.4배 증가하고 있다는 것이다. ICT 공룡들이 관련 시장에 주목해 연구개발(R&D) 인프라를 적극 가동하면서 나타난 결과로 판단된다.

 

초기 웨어러블 시장 승자는 스마트밴드

웨어러블 기기는 전반적으로 대중화는커녕 상용화 면에서도 뚜렷한 성과를 보이고 있지는 않다. 다만 스마트밴드 분야는 나름의 수요를 창출하며 웨어러블 시장의 포문을 열었다는 분석이다. 최근에는 스마트워치도 그 효용을 입증하며 세를 확장할 준비를 마친 것으로 보인다.

일각에서는 스마트밴드와 스마트워치에 큰 차이가 없는 것으로 여긴다. 하지만 두 기기는 모태부터 다르다. 손목 밴드에 스마트 기능을 입힌 것이 스마트밴드라면, 시계를 대체하는 것이 스마트워치이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기능도 미묘하게 다르다. 스마트워치가 시계 기능을 비롯해 전화 통화, 문자 수신, 사회관계망 서비스(SNS), 사진 촬영 등 폭넓은 기능을 지원하며 가격이 상대적으로 고가로 형성되어 있는 데 반해, 스마트밴드는 간단한 진동·알람 기능과 초보적인 피트니스 기능을 내장한 대신 가격이 저렴하다.

 

스마트밴드 분야에서는 벌써부터 두각을 보이는 업체가 많다. 특히 신생기업의 빠른 성장이 돋보인다. 그 대표주자가 핏빗(Fitbit)이다. IDC에 따르면 지난해 글로벌 웨어러블 시장 1위는 이 업체다. 무려 34.4%의 시장을 점유해 삼성전자, 애플, 소니 등 대기업들을 따돌렸다. 웨어러블 시장이 열리면 ICT 업계에 지각변동이 일어날 것으로 조심스럽게 예견할 수 있는 대목이다.

한국계 최고경영자(CEO) 제임스 박(39)이 이끄는 핏빗은 최근 뉴욕증권거래소에 성공적으로 상장해 외신에 대서특필되기도 했다. 헬스케어에 방점을 찍고 퓨어펄스(PurePulse) 기술로 심박수를 측정하는 제품을 통해 흥행에 성공했다. 핏빗의 성장세는 좀처럼 꺾일 줄 모른다. 핏빗은 지난해 처음으로 흑자전환에 성공했으며 올 1분기 매출은 지난해 대비 3배가 증가한 3억3600만 달러(405억3600만원)에 달했다.

웨어러블 시장의 2위는 중국 샤오미다. 샤오미는 내수시장을 바탕으로 스마트폰 분야에서 급성장을 이뤘지만 시장이 포화에 가까워지면서 서둘러 사업 확장과 시장 확대에 나서는 모양새다. 샤오미는 특히 앱세서리(Appcessory) 사업에 야심을 보인다. 그중 성과가 두드러지는 제품이 스마트밴드인 ‘미밴드’이다. 샤오미는 이 제품의 인기를 바탕으로 올 1분기 글로벌 웨어러블 시장 2위를 달성했다.

미밴드는 지난 6월 10일을 기점으로 600만대가 출하된 것으로 알려졌다. 이 제품에는 스마트폰 분야에서 보여준 샤오미의 전략이 대폭 적용됐다는 평가다. 신체 바이오리듬 측정, 신진대사 정보, 진동 알림 등 타사 스마트밴드가 구현한 기능을 대부분 포함하면서도 가격은 고작 2만원 정도에 불과하다. ‘비슷한 성능, 저렴한 가격’의 전략을 웨어러블 분야에도 적용한 셈이다. 샤오미는 조만간 미밴드S 혹은 미밴드2를 출시하는 한편, 스마트홈 시대가 시작되면 미밴드를 ID카드로 활용하겠다는 계획도 세웠다. 스마트홈 시대를 대비한 생태계 구축 작업을 이미 시작한 것이다.

이외에도 다양한 업체가 스마트밴드 분야에서 두각을 보인다. 일찍이 관련 사업에 진출한 일본 소니는 라인업을 밴드·워치로 이원화해 시장을 공략 중이다. 대표적인 제품은 스마트밴드톡(SWR30)인데 전자책 리더기에 사용하는 e잉크 디스플레이를 탑재한 것이 특징이다. 기본적인 피트니스 기능은 물론 시계 기능과 음성통화까지 가능해 밴드와 워치의 중간형 제품으로 평가된다.

한편 미오 퓨즈는 정교한 피트니스 기능으로 승부를 거는 제품이다. 1초에 1회 실시간 심박수 측정이 가능한 광학센서 특허기술로 가슴 스트랩이 필요 없이 지속적인 심박수 측정이 가능하다는 장점을 지닌다. SK텔레콤이 선보인 스마트밴드는 저렴한 가격에(6만9000원)에 패션 아이템으로 자리매김하겠다는 방침이다. SK텔레콤 박철순 컨버전스사업본부장은 “스마트밴드는 패션화하는 스마트 기기를 대표하는 제품”이라고 말했다.

스마트밴드를 흡수하는 스마트워치

이색적인 제품으로 웨어러블 시장의 외연을 확대하려는 움직임도 포착된다. AMP스트립이라는 업체는 가슴에 부착하는 헬스케어 제품을 선보였으며, 프랑스 업체 에미오타는 착용자의 허리 사이즈를 측정해 자동 조절되는 스마트 허리띠를 공개했다. 미국 크라우드펀딩 플랫폼 킥스타터에 등장한 CH4는 바지 뒷주머니에 착용하는 기기인데, 엉덩이에서 배출되는 가스를 탐지하고 분석해 식습관에 대해 조언하는 제품이다.

국내 기업 쓰리엘 랩스(3L Labs)가 선보인 ‘풋로거’는 신발 깔창 형태의 웨어러블로서 자세 교정 등에 도움을 주는 헬스케어 특화 제품이다. 아울러 올 초 1세대 제품이 판매 중단된 스마트 안경 구글 글래스도 차기 웨어러블 패권을 노리는 야심이 담긴 디바이스 중 하나다.

▲ 출처=SK텔레콤

그러나 스마트밴드가 넘겨준 바통을 이어받을 가장 강력한 후보는 스마트워치가 꼽힌다. 최근 애플은 애플워치를 2차 출시하며 시장을 확대했다. 일각에서는 이 제품이 스마트워치 대중화의 포문을 열 것이라고 말한다. 물론 경쟁업체가 손 놓고 있는 것은 아니다. 삼성전자, LG전자, 화웨이 등이 각자의 라인업을 구축하고 있으며 페블과 같은 경쟁력 있는 스타트업도 존재한다.

특히 페블에 시선이 쏠린다. 이 업체는 킥스타터에 스마트워치 ‘페블타임’을 공개해 2000만달러(약 220억원)를 모금했다. 킥스타터 역대 최고 금액을 경신한 액수다. 다른 스마트워치들과는 달리 아이폰과 안드로이드 스마트폰 모두와 호환이 가능하다는 점에서 호응을 얻었다. 또한 1회 충전으로 7일을 버티는 배터리 성능도 주목받았다. ‘하루살이’인 애플워치와는 엄청난 차이다.

신재욱 LG경제연구원 책임연구원은 “작년까지만 해도 제일 많이 팔리는 웨어러블 기기는 스마트밴드였다. 그러나 작년 말부터 올해 초 분위기가 달라진 모습이다. 작년에 삼성전자 스마트워치의 판매가 많이 이뤄지긴 했지만 그 당시에도 애플워치가 어떤 형태로 나올 것인가에 관심이 쏠려 있었다. 올해 애플워치 출시를 기점으로 스마트워치 시장이 본격화되고 있다”고 밝혔다.

다만 기술적인 한계도 명확히 했다. 신 연구위원은 “배터리 용량 문제, 항상 착용하고 다녀야 하는 소재 측면에서의 이슈, 디스플레이의 크기 등 테크니컬한 문제가 있다. 그리고 제일 큰 문제는 이걸 왜 차고 다녀야 하느냐에 아직 답을 명확히 주지 못한다는 것이다”고 지적했다.

전문가들은 시장이 확대되고 관련 제품이 추가될수록 스마트워치가 스마트밴드를 대체하는 방향으로 흐를 것이라고 지적한다. 기존 스마트밴드는 기능이 추가되면서 스마트워치처럼 진화할 것이고, 스마트워치는 지속적인 가격 인하로 시장성을 확보하면서 가격 경쟁력에서 강점을 보이던 스마트밴드의 이점을 퇴색시킬 것이기 때문이다. 이 지점에서 스마트밴드와 스마트워치가 교차할 것이라는 분석이다. 일종의 통합 과정을 거치면 이 기기가 빠른 속도로 스마트폰의 효용을 흡수해 ‘포스트 스마트폰’을 현실화할 것이라는 주장에 무게가 실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