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음카카오는 모바일 메신저 카카오톡을 중심에 둔 거대한 로드맵을 작동시키고 있다. 모바일, 즉 앱의 시대를 맞아 자신의 가장 강력한 무기를 중심에 두고 샵검색 및 채널 등을 탑재시켜 그 자체로 생태계를 구축하려는 행보다. 보기에 따라 웹의 시대 포털의 전략과 비슷하다. 여기에 O2O 전략이 붙으며 카카오택시가 완성됐다.

초반 카카오택시의 기세는 상당하다. 카카오택시는 지난달 29일 기준으로 가입자 200만 명을 확보했으며 기사 회원 9만 명, 누적 호출 수 300만회, 일 호출 수 10만회를 기록했다. 공유경제 기업인 우버와 기존 콜택시앱의 인프라와 비교하면 뚜렷한 기술적 차별성은 보여주지 못하고 있지만 시장에 빠르게 진출해 의미있는 성과를 거두고 있는 부분은 분명 혁신에 가깝다.

네이버가 혈세를 낭비하는 정부 주도의 ‘전국 콜택시 1333’ 인프라를 활용해 묻어가는 방식으로 택시, 더 나아가 물류 서비스를 추구하는 방향성과 비교하면 가히 독보적이다.

이 지점에서 카카오택시는 물류를 중심에 둔 카카오택시 플러스를 노리고 있다. 앞으로 대리운전 및 일반적인 물류배송 등의 영역에도 공격적인 진출을 타진할 전망이다. 여기에 더하여, 러프한 공유경제의 개념을 더하고 빅데이터의 적절한 활용 및 특화된 서비스로 불안요소를 커버하면 어떤 일이 벌어질까? 다만 이제부터 말하는 것은 다소 상상의 나래를 펼친 글이라는 점을 미리 말한다. 일종의 제안이다.

▲ 출처=카카오택시

러프한 공유경제의 개념을 더하면?

공유경제에 대한 개념은 이견의 여지가 많다. 그 중심을 공유에 두느냐, 아니면 경제에 두느냐에 따라 서울시와 국토교통부가 ‘대노’하거나 ‘환영’하기 때문이다. 다만 러프한 광의의 개념에서 공유경제의 일차적인 방향성을 말하자면 이렇게 말할 수 있지 않을까. ‘기술의 발전으로 그동안 사용하지 못하던 이득을 함께 공유하는 방식으로 누리는 것.’ 여기에 수익성에 대한 이야기는 빼도록 하자.

카카오택시에 러프한 공유경제 개념을 도입하는 것은 어떨까? 사실 모바일과 O2O의 기술력으로 무장한 기존의 콜택시앱도 동일하지만, 잘 나가는 카카오택시에 공유경제의 ‘이득’을 심어주는 것은 어떨까?

우리는 타지역으로 택배를 보낼 때 전문 택배회사를 이용하기도 하지만, 가끔 시외버스를 활용하기도 한다. 시외버스터미널로 찾아가 물건을 건내면 목적지가 같은 버스가 이를 실어주는 일. 여기서 중요한 것은 사람이 아니라 물건이 이동한다는 점이다. 즉 교통 인프라는 사람의 이동 뿐 아니라 물건의 이동도 가능하게 만든다는 지극히 단순하고 기본적인 개념이다.

이를 카카오택시에 적용하는 방법도 있다. 카카오택시의 기사가 많아지고(현 상황으로 보면 그럴 개연성은 상당히 높아 보인다) 그 인프라가 전국에 골고루 퍼진다면 어떤 사업을 할 수 있을까? 다음카카오가 플러스 알파를 통해 새로운 물류사업을 시도하기전 테스트 베드로 활용하거나, 혹은 아예 자체 사업으로 만들 수 있는 일이 벌어지지 않을까? 법적인 문제만 잘 따진다는 전제로 택시일때는 소량의 물건만 이동시켜도 이후 사업을 확장하면 콜밴도 영입할 수 있을 것이다.

꿈같은 이야기인가? 그런데 우버는 실제로 하고 있다. 우버는 2년 전에 기업의 표어를 “모두의 개인 전용 운전사(Everyone’s private driver)”에서 “당신의 생활과 물류의 만남(Where lifestyle meets logistics)”으로 바꿨다. 즉 사람만 이동시키는 것이 아니라 물류 그 자체에 방점을 찍었다는 뜻이다. 만약 우버 기사가 늘어나고 교통수단도 다양해진다면 어떤 일이 벌어질까? 실제로 우버는 이 지점에서 명확한 방향성을 잡고 있다. 신선식품을 배달하는 아마존도 마찬가지다. 새로운 세상이다.

이러한 개념도입을 공유경제라고 말하기에는 어폐가 있을 수 있다. 하지만 하나의 플랫폼을 중심으로 다수의 객체가 언제나 스탠바이 상태를 유지할 수 있다면, 또 이러한 인프라가 구축이 된다면 러프한 개념의 공유경제를 구현할 수 있다. 다소 과격한 상상이지만 쿠팡과 같은 소셜커머스, 아니 이커머스의 보완재가 될 수 있지 않을까? 교통 인프라가 강력한 힘을 발휘하는 것은 이유가 있는 법이다.

▲ 우버도 음식을 배달한다. 출처=우버

빅데이터 활용

O2O를 활용하는 순간 빅데이터는 카카오택시 입장에서 아주 매력적인 강점이 될 전망이다. 아주 간단한 논리다. 이용자의 동선을 파악해 이를 바탕으로 서비스 확률을 끌어올리고 전략을 정교하게 가다듬을 수 있기 때문이다.

상상해보자. 직장인 A는 매주 수요일 본사에서 열리는 회의에 참석한다. 그런데 회의는 주로 자정을 넘겨야만 끝나고, 덕분에 A는 매주 수요일 본사가 있는 광화문에서 택시를 잡고 집에 가야만 한다. 이러한 패턴이 반복되면 카카오택시는 어떤 서비스를 준비할 수 있을까? 다소 먼 미래의 일이지만 미리 카카오택시를 준비하거나, 혹은 커피를 좋아하는 A를 위해 광화문 근처 커피전문점의 쿠폰도 제공할 수 있다. 여기에 A가 평소 공상과학 영화를 좋아한다면? 카카오택시는 택시를 기다리는 짧은시간, 혹은 A가 택시를 타고 귀가하는 동안 짧은 공상과학 영화 예고 콘텐츠를 제공할 수 있다.

사실 이 지점에서 카카오택시가 할 수 있는 것은 무궁무진하다. 약간 다른 말이지만 현재 미디어 업계의 관심사인 MCN(다중채널네트워크/Multi Channel Networks)과 비슷하다. 정확히 말하자면 유튜브를 중심으로 1인 미디어를 체계적으로 묶어내 시너지 효과를 창출하는 MCN을 인수하는 기존 미디어의 의도와 부합된다. 기존 미디어는 MCN의 가능성을 보고 공격적인 투자를 단행하고 있지만, MCN을 통해 소위 C세대(Connected Generation)의 시청패턴도 정확히 잡아낼 수 있다.

C세대는 문자 그대로 연결의 가치를 중시하며 주로 동영상을 활용해 타인과의 접점을 적극적으로 개척하는 스타일을 가지고 있다. 접속(Connection), 창조(Creation), 커뮤니티(Community), 큐레이션(Curation)의 특징으로 만들고 부수고 소통하고 연결하고 잡아내는 일에 익숙하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다음카카오의 의지다. 일단 다음카카오는 개인정보 활용에 있어 다소 위축된 분위기를 연출하기 때문이다. 지난해 벌어진 카카오톡 감청논란을 통과하며 다음카카오는 그와 관련된 일체의 행동을 거부하고 있다. 하지만 빅데이터를 법적인 테두리 내부에서 활용하는 것은 선택이 아닌 필수의 시대다. O2O를 염두에 두고 실제적인 시너지의 확장을 노린다면, 다음카카오는 전격적인 결단을 내릴 가능성이 높다.

특화된 서비스

마지막으로 카카오택시의 특화된 서비스다. 이는 카카오택시를 바탕으로 물류산업 전반에 돌진하는 행보를 말하는 것이 아니며, 말 그대로 카카오택시 내부에서의 ‘특별함’을 말하는 것이다. 그리고 이 지점에서 카카오택시는 카카오 리무진과 같은 나름의 행보를 보여주며 의미있는 성과를 거두고 있다.

하지만 카카오 리무진같은 특화된 서비스와 별도로, 카카오택시가 살아남기 위한 동력의 확장성을 길러야 한다는 말도 나온다.

우리나라는 국토가 좁다. 그런데 택시숫자도 28만대에 이른다. 이는 역으로 평상시에 택시를 잡는 일이 ‘그리 어렵지 않다’는 뜻과 일맥상통한다. 실제로 낮에는 어느 지역을 가도 택시를 쉽게 잡을 수 있다. 수도권보다 지역은 더 쉽다.

하지만 밤이되면 몇몇 지역은 택시를 잡기 힘들어지는 것도 사실이다. 카카오택시가 이런 부분을 파고들어 특화된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은 어떨까? 당장의 수익도 수익이지만 브랜드 가치 제고에도 상당한 도움이 될 전망이다.

경쟁자인 T맵에는 택시를 부를 때 미터기 요금보다 웃돈을 더 챙겨주는 기능이 있으며, 이를 바탕으로 심야택시 경쟁력을 키우는 상황이다. 여기까지는 아니더라도 카카오택시 입장에서 서비스의 연속성을 가지려는 특별한 서비스를 준비하는 것도 방법 중 하나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