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승공식이라는 말이 있다. 쉽게 말하면 ‘이대로만 하면 반드시 이긴다!’는 일종의 성공 방정식이다. 그리고 성공한 조직과 개인은 모두 나름의 필승공식을 가지고 있으며, 강력한 무기로 작동하기 마련이다.

이 지점에서 음악 스트리밍 시장에 빠르게 진입하고 있는 애플의 사례를 돌아보자. 애플은 애플뮤직을 통해 유료 음원 스트리밍 시장에 출사표를 던진 상태다. 이 과정에서 테일러 스위프트라는 ‘강단있는’ 뮤지션과 고질적인 음원 로열티 문제에서 충돌했지만, 결론적으로 애플뮤직은 커다란 돈도 들이지 않고 훌륭한 초반 마케팅에 성공했다. 역시 뭘 해도 되는 기업은 다르다.

애플이 음악 스트리밍 시장에 진입하면서 원하는 것은 무엇일까? 일차적으로 다운로드 시장 중심으로 움직이는 거대한 패러다임이 빠르게 스트리밍으로 바뀌고 있다는 점에 주목했다. 아직 다운로드 시장의 크기가 스트리밍 시장의 크기를 능가하는 상황이지만 이는 곧 역전될 전망이다. 애플은 물론 구글과 알리바바, 그리고 가끔 잊혀지는 경향이 있지만 밀크 서비스의 삼성전자도 집중하고 있다.

이 지점에서 생태계 전략이 붙으며 스트리밍 시장은 또 다른 부가가치를 창출한다는 점도 중요하다. 쉽게 말하면 스트리밍이 오가는 시장을 자신들의 생태계에 이식시켜 그 이상의 ‘알파’를 잡아낸다는 뜻이다. 더 쉽게 말하면 스트리밍 서비스로 이용자를 유혹해 애플의 아이폰과 기타 디바이스를 더욱 사용하게, 아니 여기에 중독되게 만든다는 복안이다. 스포티파이같은 정통 스트리밍 업체 입장에서는 상당히 슬픈 일이다.

여기에서, 애플의 필승공식을 따라가며 그 이후를 과감하게 깊어보자.

아이팟의 등장

사실 음악은 지금의 애플을 존재하게 만든 킬러 콘텐츠이자, 효자상품이다. 스티브 잡스의 전기를 다룬 ‘영화 잡스’의 오프닝을 기억하는가. 화려한 불빛과 무대. 그리고 숨죽인 관객들. 그 자리에 스티브 잡스로 분한 애쉬튼 커쳐는 아이폰이 아닌, 아이팟을 공개한다. 진정한 애플의 역사가 펼쳐지는 순간이다.

하지만 엄밀히 말하면 아이팟의 아버지는 스티브 잡스가 아니다. 필립스 엔지니어 출신인 토니 파델(Tony Fadell)이다. 훗날 아이팟 담당 부사장까지 오르는 그는 1990년 퓨즈라는 회사를 차리고 자금을 모으려 했으나 실패에 실패를 거듭했다. 하지만 그의 진가를 알아본 스티브 잡스는 2001년 그를 전격적으로 영입하고 30명의 인원으로 구성된 팀을 구성해준다. 여기에 프리랜서 카피라이터 비니 치에코(Vinnie Chieco)가 ‘아이팟’이라는 이름을 달아 생명력을 부여한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아이팟 출시 당시 기기가 경쟁자에 비해 지나치게 비싸고, 호환성이 떨어진다는 이유로 혹평을 남겼다. 현재의 애플워치에도 쏟아지는 비판인 “배터리가 금방 소진된다”는 지적도 나왔다. 그러나 이용자들은 전문가들의 평가를 비웃기라도 하는 듯 아이팟에 열광했다. 출시 초반 음질적 측면에서 별다른 경쟁력을 갖추지는 못했지만 탁월한 디자인과 엄청난 대용량이 하나의 문화현상으로 포지셔닝됐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러한 센세이션의 원인을 아이팟 하나에서만 찾기에는 무리가 따른다. 경쟁자들이 하드웨어 기술의 발전만 목표로 삼아 이에 매진할 때, 애플은 아이튠즈라는 거대한 생태계를 구축했기 때문이다. 2001년 9월 화려하게 데뷔한 아이튠즈는 아이팟의 활용도를 극적으로 견인하며 막강한 우군이 되어 주었고, 이를 바탕으로 아이팟은 그 소명을 아이폰에 넘기며 역사속으로 사라지는 순간까지 시장을 지배할 수 있었다.

애플의 필승공식

아이팟의 성공을 통해 확인할 수 있는 애플의 첫 번재 필승공식은 바로 음악이다. 걸으면서 음악을 듣는다는, 당시에는 기발한 발상의 전환으로 세계를 석권한 소니의 워크맨이 보여준 경쟁력을 바탕으로 아이팟은 지금까지 그 누구도 제대로 신경쓰지 않았던 디자인과 용량에 집중했다. 여기에 음악이라는 무기가 탑재되며 아이팟은 위대해졌고, 애플도 위대해졌다.

그러나 아이팟의 성공이 애플의 성공으로 직결되는 것은 아니다. 앞에서 설명했던 생태계, 즉 아이튠즈라는 거대한 흐름이 존재했기에 모두가 해피엔딩을 맞을 수 있었기 때문이다. 이 지점에서 애플의 두 번째 필승공식은 아이팟이라는 디바이스의 경쟁력에 강력한 생태계를 접목시키는 방향으로 가닥을 잡을 수 있다. 두 가지 서비스를 바탕으로 시너지 효과를 창출한다는 뜻이다.

여기에서 현재의 상황을 살핀다면, 흥미로운 지점을 확인할 수 있다. 다운로드에서 스트리밍으로 시장이 바뀌는 바로 지금 애플이 아이팟의 필승공식을 약간 변형해 또 다른 비전을 노리고 있기 때문이다. 즉 아이팟 당시에는 디바이스에 집중하며 생태계를 육성해 이를 우군으로 삼아 시너지를 노렸다고 볼 수 있지만 지금은 거대한 생태계를 발전시키고 이를 보완하기 위해 음악이라는 카드를 뽑아들었다는 뜻이다.

정리하자면 지금 애플은 음악을 화두로 삼아 이용자들을 생태계로 유인하고, 그들에게 아이폰과 같은 디바이스를 더욱 가깝게 사용할 수 있는 동기를 제공하는 방식이다. 사실 아이팟과 구성요소 측면에서 다른점은 별로 없지만, 이를 활용하는 순서에는 분명 차이가 난다. 변형된 필승공식이다.

이는 플랫폼을 중심으로 생태계를 창출하는 구글과 달리 디바이스 중심의 생태계를 추구하는 애플의 철학과도 긴밀하게 연결되어 있다. 그리도 다운로드에서 스트리밍으로 넘어가는 순간 아이팟보다 더욱 확장된 개념의 아이폰 등 다수의 스마트 디바이스는 나름의 생태계를 또 한번 확장시키며 생태계를 늘릴 전망이다.

즉 현재의 애플이 필승공식을 구사하며 아이팟 시절과 차별화된 장면을 연출하는 지점은, 포인트는 디바이스에 두지만 무게중심을 생태계에 더욱 집중시킨다는 점이다. 이는 아이팟 시절과 달리 아이폰, 아이패드 등 디바이스 파편화와도 관련이 있어 보이지만 더욱 궁극적인 배경에는 생태계의 중요성이 당시보다 더욱 중요해졌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이제 무엇을 보여줄까

하지만 이 지점이 끝은 아니다. 애플은 음악을 중심으로 삼아 디바이스와 생태계를 넘나들며 세련된 필승공식을 보여주고 있지만, 현재의 애플은 또 다른 한방이 있다는 점에서 시사하는 바가 크다.

아이팟으로 돌아가보자. 아이팟의 성공으로 애플은 이를 기반으로 삼는 디바이스 확장성을 더욱 능동적으로 노릴 수 있게 됐다. 쉽게 말하면 아이팟의 성공으로 아이폰과 아이패드 등의 디바이스를 만들 수 있었다는 점이다. 진정한 애플혁명의 기폭제가 아이팟이었다는 점은 누구나 인정한다. 이 관점에서 지금을 보면 재미있는 장면을 예상할 수 있다. 다소 파격적이지만 음악 다운로드를 활용하는 방식을 적절하게 구사해 아이팟이 성공하고 이를 기반으로 확장된 기능을 포함하는 아이폰과 아이패드가 등장했다면, 지금도 그러지 말라는 법은 없다는 뜻이다.

이는 전적으로 상상이며 판타지다. 하지만 포스트 스마트폰에 대한 열망이 서서히 고개를 드는 상황에서 아이팟 시절 당시 음악을 중심으로 확장된 기술의 발전이 또 다른 디바이스를 세상에 불러냈다는 점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그 주인공이 애플워치일까? 역사가 답해줄 것이지만, 우리가 생각하지 못한 것들을 아무렇지도 않게 처리해 버리는 것이 또 애플이다. 스티브 잡스는 없어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