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동 정정 불안과 일본 대지진이라는 악재 속에서도 두각을 나타낸 펀드는 있다. 1분기 펀드시장은 차별화라는 단어로 요약된다. 국내 주식펀드는 중소형주펀드와 압축포트폴리오펀드가 선전한 반면 삼성그룹주펀드가 수익률 최하위의 수모를 겪었다. 해외 주식펀드는 전반적인 부진 속에 선진시장과 원자재, 에너지 관련 펀드만이 성과를 내며 투자자를 위로했다.

펀드평가사 제로인에 따르면 1분기(지난 1일 기준) 설정액 10억 원 이상 국내 주식펀드는 평균 4.43%의 수익률을 기록하며 같은 기간 코스피 상승률인 2.72%를 넘어섰다. 해외 주식펀드는 평균 0.17%의 수익을 얻는데 그쳤다. 국내외펀드 모두 개별 수익률에서 큰 격차를 보인 탓에 투자자들의 희비가 엇갈렸다.

‘유리슈퍼뷰티자[주식]C/C1’ 수익률 14.74%

1분기 국내 주식형 가운데 가장 성과가 두드러진 펀드는 유리자산운용의 ‘유리슈퍼뷰티자[주식]C/C1’다. 수익률 14.74%로 전체 1위를 차지했다. 국내 주식형펀드 평균 수익률을 10.40% 웃돈 이 펀드는 10~20개 사이의 종목을 선별해 집중 투자하는 압축포트폴리오펀드다.

2위는 하이자산운용의 ‘하이중소형주플러스’다. 14.73%의 성과를 낸 비결은 대형주 대비 밸류에이션 매력이 있는 중소형주에 대한 투자다. 중소형주펀드는 1분기 12.04%의 유형 평균수익률로 배당주, 일반주식 등 다른 대유형 펀드와 큰 격차를 나타냈다.

이 외에도 압축포트폴리오펀드인 ‘산은2020’과 ‘교보악사코어셀렉션’이 3위와 4위에 올랐고 ‘알리안츠Best중소형’은 13.34%의 수익률로 5위를 차지하며 압축포트폴리오펀드와 중소형주펀드의 강세를 입증했다. 삼성그룹주펀드는 대표 종목인 삼성전자의 주가 하락과 정보통신(IT)업종의 전반전인 부진으로 최하위 그룹을 형성했다.


자금 유입에서는 지난해 수익률 상위 펀드들이 투자자의 관심을 모았다. 지난해 상위 1% 성적을 올린 ‘JP모간코리아트러스트’ ‘알리안츠기업가치’ ‘KB밸류포커스’는 자금 유입 1~3위를 차지하며 지난해에 이어 인기 몰이를 예고했다. 반면 미래에셋자산운용의 대표 펀드인 ‘미래에셋디스커버리3’ ‘미래에셋솔로몬’ 등은 1000억~2000억 원대의 자금이 빠져나가며 투자자들의 외면을 받았다.

원자재·에너지·선진증시는 간다

해외 주식펀드는 글로벌 리스크에 직격탄을 맞으며 높은 변동성을 보였다. 세제 혜택이 사라진데다 부진한 성적까지 발목을 잡으며 2조 이상이 순유출 됐다. 하지만 이 와중에도 수혜를 입은 펀드는 있었다. 개별 펀드 가운데서는 블랙록자산운용의 ‘블랙록월드광업주’ 펀드가 19.69%의 성과로 국내외주식형을 아울러 정상을 차지했다.
‘프랭클린내츄럴리소스’ ‘신한BNPP더드림러시아’ ‘우리러시아익스플로러’ ‘JP모간천연자원’ 등 원자재·천연자원 관련 펀드들이 상위권을 휩쓸며 유가급등과 인플레이션 우려에 대한 반사이익을 톡톡히 누렸다.

국제 유가 고공행진은 원자재펀드 뿐만 아니라 국가별 펀드에도 큰 영향을 미쳤다. 러시아주식펀드는 유가와 천연자원 강세를 등에 업고 8.55%의 수익을 거뒀다. 유럽신흥국주식펀드 역시 6.09%의 성과를 거두며 혜택을 받았다. 미국을 중심으로 한 선진시장의 강세도 주목할 만했다. 신흥시장의 가격 부담과 안전자산 부각이 글로벌 투자자금을 선진시장으로 이끌었기 때문이다. 개별 펀드로는 ‘AB미국그로스(주식-재간접)’ ‘피델리티미국자’ 펀드가 각각 7.30%, 6.21%의 수익률로 상위권에 자리 잡았다.

선진시장 강세로 회복 기조에 있던 일본주식펀드는 대지진과 원전 쇼크로 수익률이 급락했다. 1분기 -8.02%로 선진시장 펀드 가운데 유일하게 손실을 입었다. 선진시장으로 자금이 쏠리면서 신흥시장은 부진을 기록했다. 가장 많은 국내 투자자들은 보유하고 있는 중국주식펀드는 1분기 수익률 0.40%에 그쳤다. 인도주식펀드도 -8.45%로 지역별 펀드 가운데 가장 저조한 성적을 냈다.

1분기 성과는 2분기에도 이어져

2분기 펀드 투자전략은 1분기를 거울삼아 준비하는 것이 안전해 보인다. 국내시장을 중심으로 포트폴리오를 꾸리고 유망 해외 시장에 분산투자하는 것이 기본이다. 실적 시즌이 도래함에 따라 국내 증시의 상승 모멘텀이 살아나고 있고 외국인의 매수세가 돌아오면서 국내주식펀드에 우호적인 여건이 조성되고 있다. 다만 여전히 차별화 장세가 펼쳐지고 있다는 것을 유념할 필요가 있다.

서경덕 하나대투증권 애널리스트는 “상저하고의 주가 전망이 유효하기 때문에 수익률 상승 탄력이 높은 압축포트폴리오펀드를 주목하라”며 “다만 압축포트폴리오펀드는 운용사, 매니저 간의 수익률 차이가 뚜렷하기 때문에 수익과 함께 변동성도 점검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박지성 아시아경제 기자 jiseong@asia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