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년부터 전개되던 구글과 오라클의 ‘자바전쟁’이 극적인 변곡점을 돌며 뜻밖의 결과를 향해 치닫고 있다. 미국의 대법원이 구글의 상고허가를 받아들이지 않기로 결정했기 때문이다. 이제 글로벌 소프트웨어 산업은 판부터 다시 짜야할 지경에 몰렸다.

29일(현지시각) 주요 외신은 대법원이 구글의 상고허가를 받아들이지 않기로 결정했다고 보도했다. 미국의 사법체계에서는 항소법원 판결에 불복한 쪽이 상고를 신청할 경우 이를 대법원이 맡을 가치가 있는지 심사하는 기능이 있다. 그런데 이 지점에서 대법원은 구글의 상고자격을 박탈한 셈이다.

사실 이러한 분위기는 지난 5월에도 감지된 바 있다. 미국 법무부가 5월 26일(현지시각) 구글과 오라클의 자바 전쟁에서 ‘API는 저작권의 보호를 받는 대상’이라는 의견을 연방최고재판소(the Supreme Court)에 전달했기 때문이다. 사실상 오라클의 편에 선 셈이다. 이로 말미암아 1심에서 승리했던 구글은 항소심에서 패배한 후, 법무부의 등장으로 급속하게 동력을 상실하다가 대법원의 일격으로 사면초가에 몰렸다.

무슨 일인가?

구글과 오라클의 자바전쟁은 2010년 8월부터 시작됐지만, 사실상 1998년 소위 'State Street Bank-Signature Financial 사건'이 발단이다. 1998년 뮤추얼 펀드를 운용하는 방식, 즉 이해하기에 따라 단순한 수학적 알고리즘으로 구축한 비즈니스 모델을 하나의 특허로 인정하는 판결이 내려졌기 때문이다. 특허 및 저작권에 있어 추상적인 모델도 엄연히 특허로 보장받을 수 있다는 뜻이다.

하지만 2010년 'Bilski', 2014년 'Alice vs CLS 은행' 사건이 터지며 사태가 일변한다. 쉽게 말하면 모호한 수학적 체계, 즉 정형화된 시스템은 특허로 인정받지 못하며 광의의 개념으로 여겨진다는 판결이 나왔기 때문이다.

이 지점에서 구글과 오라클의 자바전쟁을 살펴야 한다. 구글은 2007년 아이폰이 출시된 직후 안드로이드OS 개발에 착수해 2008년 이를 처음 공개했다. 그런데 이 과정에서 '선'의 프로그래밍 언어인 '자바'를 커스터마이징한 '달빅'을 소스로 활용한 점이 논란의 시작이 되었다. 선은 자바를 오픈소스로 공개했으나 모바일은 오픈소스로 공개하지 않았기 때문에, 즉 자바는 모바일에서 저작권을 보호받았기 때문에 여기에서 구글은 모바일 시대의 첨병인 안드로이드OS를 구축하며 모바일 자바를 커스터마이징하는 방법으로 라이센스를 피하고자 했다.

그런데 오라클이 선을 인수하며 문제가 꼬이기 시작했다. 그리고 2010년 오라클은 자바를 만든 선을 인수한 직후 모바일 자바를 커스터마이징한 달빅을 매개로 삼아 구글을 특허권 위반으로 고소했다. 이는 아주 심각한 문제다. 만약 오라클의 권리가 인정받으면 글로벌 OS 시장을 호령하는 안드로이드OS는 태생부터 위협받기 때문이다.

게다가 구글의 에릭 슈미트 회장은 선의 부사장직을 역임하며 자바를 키워낸 장본인으로 불리며, 자바의 아버지인 선의 창업자 제임스 고슬링도 구글이 영입했다. 경제적으로, 정서적으로 절대 받아들일수 없다는 입장이다.

 

치열한 공방전

2010년 8월 처음으로 구글과 오라클의 법적공방이 벌어졌다. 일단 포인트는 달빅에 자바 API의 이름, 문서, 헤더라인을 복사해 넣었는지 여부가 초미의 관심사였다. 여기에서 2012년 5월 샌프란시스코 연방법원은 구글의 손을 들어주었다. 2010년 'Bilski', 2014년 'Alice vs CLS 은행' 판결의 연장선상이다.

하지만 2014년 5월 오라클은 항소심 재판부에 다시 소송을 걸며 반격에 나섰다. 자바의 구조 및 시퀀스 등이 엄연히 보호를 받아야 한다는 점을 명확히 했다. 그리고 놀라운 일이 벌어졌다. 연방 항소 법원이 1심 판결을 뒤엎고 오라클의 손을 들어줬기 때문이다. 당장 ICT 연구자들이 이에 반대하는 법정의견서를 제출하며 구글의 편에 섰으나 이미 엎질러진 물이었다.

여기에서 구글이 다시 항소를 준비했지만 미국 법무부가 제동을 걸고 나섰다. 이 지점에서 법무부는 ‘API가 저작권의 보호를 받는다’는 의견서를 제출했다. 사실 이 대목이 중요하다. API의 범위와 그 알고리즘을 정보처리 상호 운용의 가능성(interoperability) 차원에서 바라봐야 한다는 구글의 주장에 정면으로 배치되기 때문이다.

하지만 더욱 이상한 지점은 법무부의 상황판단이다. 사실 법무부의 의견서가 나오기 전만해도 미국 정부는 오라클이 아닌, 구글의 편에 설 것이라는 의견이 지배적이었다. 이유는 특허 사냥꾼 때문이다. 1998년 ‘State Street Bank-Signature Financial 사건' 이후 추상적인 알고리즘도 특허로 보장받는 판결이 등장한 직후, 당시 휘청이던 글로벌 경제위기를 발판으로 삼아 소위 특허 사냥꾼들이 양질의 ICT 기업을 공격해 막대한 특허를 챙기는 일이 빈번했기 때문이다.

게다가 오바마 행정부는 실리콘밸리의 전폭적인 지원을 받아 탄생했다고 봐도 무방하다. 이런 상황에서 물론 실리콘밸리가 구글과 오라클을 각각 지지하는 쪽으로 양분되어 있지만, 특허 사냥꾼을 잡아내기 위한 노력과 오라클의 주장을 지지하는 것은 일견 이해가 되지 않는 지점이다.

▲ 출처=오라클

어떻게 될까

초기에는 특허문제였지만, 이제 구글과 오라클의 자바전쟁은 저작권 전체에 대한 개념을 완전히 바꿀 전망이다. 만약 오라클이 승리하면 API를 자유롭게 쓰는 경향이 사라지며 소프트웨어 산업 전체에 엄청난 파장을 일으킬 것으로 보인다. 인식이 완전히 변한다는 것을 의미하며 특히 소프트워에 업체에게는 무시무시한 재앙이 될 전망이다.

안드로이드OS의 미래도 우울하게 됐다. 아직 구글과 오라클의 전쟁이 완전히 오라클의 승리로 끝난 것은 아니지만, 오라클이 완벽하게 승리할 경우 구글은 천문학적인 피해를 입을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