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스 쇼크의 위력은 일단 대단했다. 지난 28일 그리스 정부가 29일부터 은행영업을 중단할 것이라는 발표가 디폴트(채무불이행) 우려를 증폭시켜 아시아 증시를 비롯해 유럽증시 미국증시까지 도미노 쇼크현상을 보였다.

29일 아시아 증시는 중국이 3%대의 폭락장을 연출하는 등 대부분 1~2% 하락했다. 당사자인 유럽증시는 패닉이었다. 최대 채권국 독일 프랑크푸르트 증시의 DAX 30 지수는 3.56% 급락한 11,083.20으로 마쳤다.

프랑스 파리 증시의 CAC 40 지수는 3.74% 하락한 4,869.82로 끝냈고, 영국 런던 증시의 FTSE 100 지수는 1.97% 떨어진 6,620.48로 마감했다.

제 2의 그리스로 지목받고 있는 포르투갈과 이탈리아 증시는 5% 이상 폭락했고 스페인 증시 역시 4.56% 추락했다. 범유럽 지수인 STOXX 50 지수는 4.14% 하락한 3,471.91을 기록했다.

이같은 도미노 쇼크는 일단 뉴욕증시도 빗겨갈 수는 없었다. 뉴욕증시가 이날만은 금리인상을 전혀 신경쓰지 못하는 상황이었다.  그리스의 디폴트 우려와 미국 자치령 푸에르토리코의 디폴트 우려까지 이중으로 터지며 그야말로 디폴트 장세였다.

주택지수와 제조업지수가 크게 호전된 것으로 발표 됐지만 신경쓰는 투자자들은 아무도 없었다.

29일(현지시간) 다우지수는 350.33(1.95%) 하락한 1만7596.35로 마쳤다. S&P 500지수는 43.85(2.09%) 하락한 2057.64를 마감했고 나스닥지수는 122.04(2.40%) 급락한 4958.47로 마쳤다.

개장 전부터 그리스 쇼크로 투자심리는 불안했다. 장중에 터진 미국 자치령 푸에르토리코의 디폴트 가능성은 그야말로 투자심리를 얼어붙게 만들었다. 얼어붙은 투자심리를 이날 발표된 양호한 주택지수와 호전된 댈러스 제조업지수도 녹이지 못했다.

국제신용평가사인 스탠다드 앤드 푸어스(S&P)가 그리스의 신용등급을 지난 19일 CCC로의 강등한 이래 19일 만에 'CCC' 마이너스(-)로 1등급 강등한 것도 시장 냉기를 거들었다. 올 들어 4번째 강등이다. 한편 S&P는 "그리스가 유로존을 탈퇴할 가능성은 50%"라고 전망했다.

경제지표들은 이날도 크게 호전된 모습을 보여줬다. 그리스만 아니면 뉴욕증시는 금리인상 논란이 벌어질 정도의 양호한 지표들이었다.

미국부동산중개인협회(NAR)의 지난 달 잠정주택판매지수가 전월보다 0.9% 증가한 112.6을 기록, 수정치 기록인 111.6을 웃돌았다. 이는 주택시장 거품이 경기침체를 촉발하기 직전인 2006년 4월 수준에 육박한 것이어서 어느 정도의 회복세임을 짐작하게 한다.

잠정주택판매는 매매계약 서명은 했지만 거래가 완료완된 것으로 주택시장의 선행지수 역할을 한다.

이날 발표된 댈러스 제조업지수도 감소폭이 큰폭으로 개선되며 제조업 경기의 회복세를 보여줬다. 댈러스 연방준비은행은 이지역의 이달 제조업지수가 마이너스(-) 7.0을 기록, 5월의 마이너스(-) 20.8 감소보다 큰폭 개선됐다. 시장 예상치 마이너스 16.0 감소보다도 높은 수준이다.

금리인상 관련 발언도 이제는 새로울 것이 없는 상황이다. 이날  뉴욕 연방준비은행의 윌리엄 더들리 총재는 "최근 경제 개선으로 9월 금리 인상 가능성이 매우 높다”고 밝혔지만 역시 별 영향을 못줬다.

국제유가는 이란 핵협상 결과를 주목하며 그리스 쇼크 우려로 하락했다. 뉴욕상업거래소(NYMEX)에서 서부텍사스산원유(WTI) 8월물 선물 가격은 배럴당 1.30달러, 2.18% 하락한 58.33달러를 기록했다. 런던 ICE 선물거래소에서 브렌트유 8월물 선물 가격은 배럴당 1.20달러 내린 62.02달러를 기록했다.

금값은 소폭 상승했다. 금 8월물 선물 가격은 대비 온스당 5.80달러 오른 1179.00달러를 기록했다. 미 국채 수익률은 하락했다. 미 국채 10년물 수익률은 2.35%선에서, 2년물 국채 수익률은 0.64%선에 머물렀다.

그리스 쇼크 여파로 금융주들이 급락했다. 대부분 종목들이 하락세를 보이는 가운데 퍼스트 머천츠와 합병을 성사시킨 아메리아나 반코프만  34.97% 상승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