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경제가 1990년대 일본 버블경제 직전의 상황과 유사하다는 보고서가 등장해 눈길을 끈다. 과거 일본은 소위 버블경제의 직격탄을 맞기 직전 지속적인 소비부진에 따른 통화가치 상승 및 고용부진, 해외 직접투자 가속 등의 여파로 우울한 불경기의 터널을 관통한 바 있다. 이런 상황에서 최근 속속 드러나는 국내경제 지표가 ‘한국판 버블경제’의 서막을 알리고 있다는 분석이다.

현대경제연구원은 28일 '구조적 소비 부진의 한일 비교와 시사점' 보고서를 통해 국내경제가 소비 부진으로 인한 잠재 성장률의 하락으로 1990년대 일본의 상황을 그대로 답습할 가능성이 높다고 전했다. 이를 막아내려면 재정의 경기 조절 기능을 대폭 강화하고 단기적인 경기 하방 압력에 준비하는 한편, 중장기적으로 국내 투자 유인을 강화해 투자의 해외유출을 막고 가계의 소비 여력을 확충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 출처=한국경제연구원

실제로 이부형 연구원은 국내경제에서 소비가 국내총생산 GDP 성장에 기여하는 정도가 지속적으로 낮아진다고 밝혔다. 1960년대 6.3%포인트의 기여도를 자랑하던 것이 1990년대 3.7%포인트에서 최근 1.8%포인트까지 하락했다.

이는 통화가치가 상승하고 해외직접투자가 빠르게 늘어나는 한편 이에 따른 투자와 고용악화가 발생하며 노동소득분배율 악화, 디플레 심리 확산으로 이어진다. 고령화 문제까지 겹치며 고착화된 구조적 소비 부진도 상당한 역할을 수행한 결과다.

1990년대 일본도 지금의 우리와 사정이 비슷했다. 통화가치 및 해외직접투자 상승 등에 따른 소비자 심리 악화 속 인구 오너스(onus/생산연령 인구의 비중이 하락하면서 경제성장이 저하되는 현상) 시작 등에서 상당히 유사하다.

지표부터 닮아있다. 일본의 소비 성장기여도는 1960년대 6.6%포인트에서 1970년대 3.7%로 약 56% 수준으로 하락했으며 이후 1980년대 2%대였던 소비의 성장기여도가 1990년대 1%포인트대로 하락한 후 2000년대는 0%대까지 떨어졌다. 여기에 해외직접투자의 가속화도 벌어졌다. 일본의 해외직접투자는 1970년대 초반부터 급증해 1985년 플라자합의를 계기로 엔화의 통화가치가 급상승하는 현상이 발생한 바 있다.

이러한 현상은 자연스럽게 설비투자, 주택투자, 고용환경를 악화시켰으며 궁극적으로 가계경제에도 엄청난 충격파를 던졌다. 구조적인 소비구축이 벌어질 수 밖에 없는 상황이었다.

그런 이유로 이 수석연구원은 "최근 한국도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1% 초반대로 하락한 것은 물론, 2010년대 후반부터는 생산가능인구가 줄어드는 시대에 진입할 것으로 예상되어 자칫 소비의 장기 침체를 유발할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고 말했다. 소비의 장기 침체가 구조적인 문제로 고착화됙 시작했다는 뜻이다.

그렇기 때문에 이 수석연구원은 소비 부진에 따른 국내 경제의 잠재성장력 지속 약화를 방지하기 하기 위해 단기적으로는 적극적 경기 대응이 필요하다고 역설했다. 또 중장기적으로는 투자의 해외 유출 가속화 현상을 방지해 고용과 소득 증대를 통한 가계의 소비 여력을 확충하는 것이 시급하다고 지적했다.

수도권 규제에 대한 합리적인 개선이 필요하고 인구구조 변화로 야기될 수 있는 소비의 구조적 부진을 예방하기 위해 저출산 고령화에 보다 적극적으로 대응해야 한다는 뜻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