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형석 사회적경영연구원장.

지난 2002년 미국의 TV 프로그램 <심슨 가족(The Simpsons)>이라는 만화영화를 본 적이 있다. 사회문제를 패러디해서 대화 형식으로 풀어가는 풍자만화다. 어느 날 심슨의 아들이 아이스크림 가게에 들렀다가 나오자, 주변의 모든 가게가 순식간에 스타벅스로 변해 있는 장면이 있다. 심슨의 메시지는 커피 전문점이 지나치게 많이 생기는 것을 우려하는 내용이었던 것 같다.

그런데 그로부터 13년 뒤인 지금, 우리나라가 꼭 그렇다. 길거리를 가다 보면 한 집 건너 하나씩 커피 전문점에 맞닥뜨릴 정도로 그 숫자가 폭발적으로 늘고 있다. 실제로 2011년 말 커피 전문점 수가 1만2500개였던 것이 1년 뒤 2012년에는 54%나 늘어났고, 2014년에도 전년 대비 15%가 늘어난 무려 2만2200개에 이를 정도로 끝 모를 양적 팽창을 거듭하고 있다. 이 통계는 커피 전문점의 숫자일 뿐, 다방까지 합치면 국내 커피점은 무려 3만8000개에 이른다.

우리나라에 커피가 소개된 것은 1895년 러시아 공사관에서 고종황제가 마신 것이 처음이며, 국내 1호 커피숍은 독일의 손탁이라는 여인이 중구 정동에 연 곳이다. 아주 특별한 기호식품이었던 이 커피가 이제는 대한민국 성인 1인당 연간 338잔을 마실 정도로 일상음료가 됐다.

이런 커피 전문점을 창업하려면 과거에는 8000~9000만원이던 창업비용이 지금은 어지간한 아파트 한 채 값이 있어야 폼 나는 가게 하나 차릴 수 있는 정도다. 그렇다면 이렇게 큰돈을 들여 창업한 커피 전문점의 수익성은 어느 정도일까.

나이스비즈맵 상권정보서비스(www.nicebizmap.co.kr)를 제공하는 ㈜나이스평가정보 분석팀과 함께 분석한 결과, 전국 커피 전문점의 점포당 월평균 매출은 1046만원으로 집계됐다(2012년 기준). 이 가운데 상위 20%의 평균 매출은 3121만원이었고, 하위 20%는 207만원에 불과했을 정도로 격차가 심했다.

전국 시·도별로 보면 서울이 1370만원으로 가장 많았고, 대구가 796만원으로 가장 낮았다. 도시 지역의 행정동 단위로 다시 분석했더니, 서울 잠실3동이 4530만원으로 가장 높았고, 다음이 경기 용인 서농동 3980만원, 충북 청주시 복대 1동의 3940만원 순이었다.

▲ 서울 잠실3동 내 커피 전문점 분포도. 사진=다음(daum) 지도

커피 전문점의 분기별 매출 분석은 창업시점을 결정하는 데 중요한 지표가 된다. 일반적으로 매출이 상승선상에 있을 때 창업하는 것이 리스크를 줄일 수 있는 방법이기 때문이다. 다른 업종과 다르게 동 업종은 1분기(1~3월)가 가장 낮고, 다음 분기로 갈수록 크게 상승한다는 점에서 커피 전문점의 창업 시점은 2분기(4~6월)에 하는 것이 유리하다.

그렇다면 커피 소비자들의 일반 성향은 어떤가. 프랜차이즈 업체의 출점전략에서도 빠질 수 없는 요소가 소비특성 분석이라는 점을 감안해 연령대 별로 분석해 봤다. 최근 1년간 커피고객을 연령대별로 보면 30대가 43%로 단연 많았고, 지역에 따라 다소 편차는 있지만 40대(21%)와 20대(22%)가 비슷하게 나타났다.

이런 결과로 유추해 보면 거주자 중심의 근린형 상권보다 지역형 상권 이상이 유망 상권이며, 특히 30대 유동인구가 많은 오피스가가 일차적 공략상권임을 알 수 있다.

소비자들의 업종 선호도, 즉 여러 업종 중에서 어떤 업종을 가장 선호하는가에 대한 분석에서도 소득수준이 높고, 광역형 상권인 서울 강남구, 서초구, 송파구 등이 가장 높았고, 20~30대가 혼재한 서울 관악구, 노원구 등에서 소비자들의 관심이 높았다. 즉 내점(來店) 빈도수가 다른 업종보다 현저히 높다는 의미다.

요일별로 고객 수를 보면 서울의 강남역이나 홍대 앞처럼 특수지역을 제외하고 금요일에 이용자 수가 가장 많았고, 월요일이 가장 적었다. 이는 휴일을 결정하거나 직원 휴가제도 활용에 적극 활용할 만한 가치가 있다.

이번에는 전국에서 가장 잘되는 지역인 잠실3동의 특정입지만 따로 분석해 봤다.

▲ 자료=㈜나이스평가정보

이 지역의 월평균 매출은 4074만원으로 전국 평균보다 4배 가까이 많은 매출을 올리는 지역이다. 최고매출을 올리는 특정 입지에 대한 분석은 가맹점 출점전략에 필수적인 상권 모델링을 하는데 대단히 중요하다.

해당 입지의 연령구간별 남녀비율을 분석한 결과, 20대는 여성이 남성보다 무려 3배 이상 많이 이용한 반면에, 40대 초반에서는 오히려 남성 비율이 약간 높았다.

결제금액을 분석해서 동반고객 수를 추정해 본 결과, 최소한 10명 중 4명은 3인 이상이 함께 찾았지만, 혼자 커피를 마시는 비율은 12% 수준으로 크게 낮았다. 이는 잘 되는 지역일수록 커뮤니케이션 장소로 이용한다는 점이 확인된 셈이다. 따라서 좋은 입지일수록 분위기를 감안한 감성 인테리어에 각별한 신경을 써야 할 것으로 보인다.

시간대별로는 오후 3~6시대에 전체 매출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32.1%로 가장 높았고, 오후 6~9시까지가 29%로 점심 시간대의 24.5%보다 많았다.

이제 중요한 건 “지금 창업해도 괜찮을까?”에 있다. 선진국에서는 창업할 때 가장 중요시하는 데이터가 ‘폐점율’과 ‘창업자금 회수기간’을 꼽는다. 폐점율은 따로 산출하지 않았지만, 업력 즉, 영업생존 기간을 분석해 봤더니 전국 평균으로 불과 1년 7개월밖에 되지 않았다. 그만큼 자리 잡기가 어렵다는 얘기다.

창업자금 회수기간을 보려면 평균 창업비를 기준으로 분석해야 하는데, 유명 가맹점의 경우(115.5㎡, 35평 기준), 평균 투자비가 5억원인데 반해 영업이익은 매출의 1.8%에 불과했다. 반면에 독립점의 경우(33㎡, 10평 기준)는 평균 9800만원을 투자해 이익률은 13% 수준이었다. 차이점은 유명 가맹점의 경우, 로열티와 임대료 부담 때문인 것으로 판단된다. 실제로 임대료가 매출액의 44%나 되는 곳이 수두룩하다.

여기에다 유명 브랜드들은 2~3년에 한 번씩 인테리어 리뉴얼을 하도록 강요받기 때문에 창업비 회수는 쉽지 않다고 봐야 한다. 다만 희망적인 면은 현재 우리나라 커피 시장은 현재 인스턴트와 원두커피 비율이 5:5 정도에서 원두 시장 점유율이 점진적으로 높아진다는 점, 그리고 1인당 커피 소비량이 0.32잔으로 네덜란드의 2.5잔이나 미국의 0.93잔보다 적다는 점 등이다.

따라서 유행을 따라가는 창업보다는 맛을 내는 커피 배전기술을 충분히 익힌 다음에 기술 수준에 맞는 입지를 선택해 도전하는 것이 바람직해 보인다.

만일 그래도 창업하려 한다면 성공확률이 가장 높은 지역은 어디일까. 이를 분석하기 위해서는 평균매출이 높은 지역 중에서, 최근 이용건수 증가율이 높은 지역을 선택하면 성공할 확률이 그만큼 높아지기 때문에 이러한 데이터를 기준으로 판단했다.

이용건수 증가율로 분석해 본 결과, 서울 잠실3동이 1위이며 ▲서울 관악구 남현동 ▲서울 송파구 잠실6동 순이었고, 지방에서는 ▲경기 용인시 서농동 ▲부산 부전2동 ▲광주 봉선2동 ▲대전 탄방동 순으로 나타났다.

이들 지역의 평균 이용증가율이 140%에 이르고 있어서 이 지역을 공략하면 승산이 있어 보인다. 여기서 ‘이용 건수’라 함은 커피값을 지불하는 사람 수를 말한다. 서울에서는 강남구가 평균 매출이 가장 높았지만, 이용자 증가율은 최저 수준이었고, 도봉·노원·중랑구 등은 평균 매출이 낮았지만 이용자 증가율이 86% 이상 올랐기 때문에 이 지역에서 입지선택만 잘하면 지금 창업해도 무리가 없을 것으로 보인다.

창업자의 기술 수준을 감안해서 결정하되, 그 기술이 먹히는 지역을 고르면 조금 더 안전할 것이다. 다만 커피 전문점 매물이 점차 증가하고 있고, 입지 권리금도 떨어지는 추세에 있어서 다소 늦은 감이 없지 않으므로 창업은 신중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