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양전지·반도체 핵심소재… OCI·KCC·웅진폴리실리콘 등 세계 시장 선점

폴리실리콘(Polysilicon)의 또다른 이름은 ‘태양광 산업의 쌀’이다. 잉곳, 웨이퍼, 태양전지, 모듈, 시스템으로 이어지는 태양광산업 밸류체인의 맨 앞에 위치한 핵심 기초소재이기 때문이다. 규소(Si)로 만드는 폴리실리콘은 초고순도(99.9999999%, 9-nine)의 첨단기술이 요구되는 산업분야다. 세계적으로 소수의 기업만이 원천 기술을 보유·생산하고 있는 것도 기술적 진입장벽이 높아서다. 우리나라는 전 세계 폴리실리콘 시장에서 점점 그 위상이 강화되고 있다. 전통적으로 석유화학산업이 강해 기술력에서 앞설 뿐만 아니라, 중국의 양적 공세에도 상대적으로 안전한 까닭이다.
지난해엔 국내 선두업체인 OCI(2위)와 KCC(9위)가 전 세계 생산량 10위 기업 리스트에 이름을 올리기도 했다. 전문가들은 우리나라가 가장 먼저 세계 1위에 올라설 수 있는 태양광 산업 분야로 단연 폴리실리콘을 꼽는다. 글로벌 선두 시장을 향해 힘껏 날갯짓을 하고 있는 국내 폴리실리콘 산업의 현재와 미래를 짚어본다. <편집자 주>


2010년은 국내 폴리실리콘 업계에 새로운 전환점이 되는 시기였다. 지난해 9월 웅진폴리실리콘이 시제품 생산에 성공함에 따라 기존의 OCI, KCC, 한국실리콘과 함께 세계 시장을 종횡무진할 든든한 4총사를 확보하게 됐다. 또 지난해 우리나라 폴리실리콘 시장의 전체 매출은 처음으로 1조 원 대에 진입했다.

올해 우리나라 폴리실리콘 산업 규모는 더욱 커질 전망이다. 기존 업체들 간의 공격적인 설비 증설과 R&D 투자가 계획되어 있는 데다, 양산을 적극 검토 중인 삼성정밀화학, 파일럿라인을 운영 중인 SK 그리고 사업성 검토를 하고 있는 LG화학 등 신규 세력의 시장 진출도 가시화되고 있다.

국내 폴리실리콘 업계에서 단연 우위를 점하고 있는 곳은 OCI다. OCI는 전북 군산에 2007년 12월 폴리실리콘 제1공장을 완공하고 2008년 3월 첫 출하와 상업생산을 시작함으로써 성공적으로 폴리실리콘 시장에 진입했다.

이후에도 공격적인 설비 증설로 1위의 위상을 더욱 공고히 했다. 지난해 12월 완공된 연산 1만t 규모의 폴리실리콘 제 3공장과 더불어 제 3공장의 2차례에 걸친 추가증설(1차 8000t, 2차 7000t)이 완료되는 내년 말엔 총 4만 2000t의 생산 능력으로 세계 1위 폴리실리콘 공급업체의 입지를 확고히 다진다는 계획이다.

OCI에 이어 국내 폴리실리콘 업계를 주도하고 있는 곳은 2003년 국내 최초로 유기 실리콘 모노머 상업생산에 성공한 KCC다. 유기 실리콘 사업의 성공적 출항을 기반으로 2008년 2월 무기 실리콘인 폴리실리콘 사업 진출을 선언했다. 같은 해 7월엔 독자 기술로 초고순도 폴리실리콘 생산에 성공해 장기 공급 계약처인 미국 SPI사 등에 공급해오고 있다.

지난해 12월에는 사우디아라비아 MEC와 폴리실리콘 합작투자 계약을 체결하는 성과를 거두기도 했다. 이를 통해 사우디아라비아 Jubail 2 산업단지 내에 연산 3000t 규모의 생산공장을 건설하고 2013년부터 본격적인 상업생산에 들어갈 계획이다. KCC와 MEC는 2016년 까지 9000t을 증설해 총 1만2000t으로 생산 능력을 확대해 나간다는 구상이다. KCC는 국내에서도 지난해 연산 6000t 규모의 대죽 폴리실리콘 공장 준공으로 양산체제를 갖춤으로써 안정적인 생산 기반을 확보한 바 있다.

한편 미국 실리콘·웨이퍼 제조업체 MEMC와 합작법인 설립 계약을 맺은 삼성정밀화학은 현재 사업 진행을 위해 협의를 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업계에서는 양사가 오는 2013년부터 1만t 가량의 폴리실리콘 생산에 나설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고효율 태양전지 수요 급증 전망 밝아

지난 1월 17일은 웅진폴리실리콘에게 유독 의미가 깊은 날이었다. 경북 상주시 청리일반산업단지 내 에 있는 웅진폴리실리콘 공장에서는 폴리실리콘 제품의 첫 탄생을 기념하는 출하식이 열렸다. 지난해 8월 공장 완공 이후 최초의 출하이자 현대중공업과 5년간의 장기 공급계약에 따른 첫 납품이었다.

2009년 1월 착공한 상주 공장은 지난해 9월 시제품 생산에 성공한 이후 정식 제품 양산에 들어가 현재 나인-나인(99.9999999%) 이상의 고순도 폴리실리콘을 생산하고 있다. 올해 말이면 5000t 규모의 폴리실리콘이 본격 생산될 예정이다. 향후 1조 원을 투자해 총 1만5000t 규모의 폴리실리콘 생산능력을 갖추게 될 전망이다.

최근 웅진폴리실리콘은 웅진에너지 및 중국의 태양광 기업 리선 솔라(Risun Solar)와 각각 장기 공급계약을 맺었다. 계약 금액은 웅진에너지 3억 달러, 리선 솔라 2억 달러 규모. 이로써 웅진폴리실리콘의 장기 공급계약액은 12억 달러(1조 3200억원)를 돌파했다.

이는 웅진폴리실리콘의 2011년 매출 목표 2500억 원을 5배 이상 상회하는 액수다. 백수택 웅진폴리실리콘 대표는 “웅진폴리실리콘의 고순도 제품에 대한 고객사들의 샘플테스트 결과가 좋아 오는 4월 준공식에 앞서 1조 원이 넘는 계약을 맺을 수 있었다”고 그 배경을 설명했다. 웅진폴리실리콘은 앞서 2009년 1월엔 현대중공업과 5억 달러, 지난해 12월에는 중국의 태양광 업체인 ‘비야디(샹루오)’와 2억 달러 규모의 장기 공급계약을 체결한 바 있다.

폴리실리콘의 향후 시장 전망은 매우 긍정적이다. 2013년까지 전 세계 태양광 설치는 연평균 36% 성장할 것으로 전망되는 가운데 핵심 부품인 태양전지의 수요도 급증하고 있는 것이 이러한 예측을 뒷받침한다. 사실상 기초 소재인 폴리실리콘을 확보하지 못하면 태양광 산업은 멈출 수밖에 없다.

폴리실리콘이 ‘황금알을 낳는 거위’로 대접받는 것도 “폴리실리콘을 잡는 자가 태양광시장을 장악한다”는 말이 설득력을 얻는 것도 이 ??문이다. 특히 고순도 생산기술을 보유한 우리나라는 세계 시장에서 더욱 유리한 고지를 점할 것이란 관측이다. 지난해엔 태양전지·와이퍼 등의 대규모 신·증설로 폴리실리콘 공급은 부족현상을 겪었다. 반면 2012년 이후엔 세계 폴리실리콘 공급은 28.4만t, 수요는 18.8만t으로 약 9.6만t의 공급 과잉이 우려되는 상황.

그렇지만 고효율 태양전지업체들의 증설이 내년 완공을 목표로 진행됨에 따라 9-nine 이상의고순도 폴리실리콘의 수요는 증가할 것으로 전망된다. 안상희 대신증권 애널리스트는 “폴리실리콘의 전반적인 공급이 수요보다 많을 때에는 전환효율이 상대적으로 높은 고순도 폴리실리콘에 대한 수요가 집중될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고 말했다.

한발 앞선 투자 웅진 ‘맑음’ 뒤늦은 합류 SK·한화 ‘흐림’

LG화학, 한화케미컬, SK케미컬 등 대기업 계열 화학회사가 폴리실리콘 사업을 놓고 고민에 빠졌다. OCI, KCC 등 선발업체의 기세로 이들 후발업체들은 시장 진출에 신중을 기하고 있는 상황이다. 지난해 말 사업 진출을 염두해 뒀던 LG화학은 당분간 유보 입장을 밝힌 상태다.

SK케미칼도 2009년 5월 대만 폴리실리콘 원천기술 업체인 SREC사와 기술도입 MOU를 맺고, 울산공장에서 테스트 설비를 운영하기도 했지만 최근 시험설비 가동도 중단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만족할 만한 수준의 폴리실리콘 품질 확보가 늦어진 것이 그 이유로 지적되고 있다.

한화케미칼도 최근 폴리실리콘사업 진출 보도에 대한 조회공시 요구에 “폴리실리콘 진출 사업에 대해 규모 및 입지 등 구체적인 사항을 검토 중에 있으나, 현재까지 확정된 것 없다”고 밝힌 바 있다. 한화케미컬은 지난해 연 800톤 규모의 폴리실리콘 공장을 갖고 있는 솔라펀(중국)을 인수한 바 있다.

폴리실리콘 산업은 초기 투자비용이 큰 데다, 기술 진입 장벽이 높아 아무리 자본력을 내세운 대기업이라도 선뜻 뛰어들기 힘들다는 것이 업계의 지배적인 시각이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다양한 업종에 투자하고 있는 그룹사의 경우 당장 수익을 내기 힘든 폴리실리콘 사업이 우선순위가 되지 못할 수도 있다”며 “기존 선점업체가 대규모 증설을 통해 생산능력(Capacity)을 공격적으로 늘려나가고 있는 최근의 상황에선 더욱 선발업체와 후발업체간의 격차가 벌어질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폴리실리콘이 진출 시기가 중요하다는 사실은 ‘웅진’의 사례에서도 알 수 있다. 웅진이 폴리실리콘 시장에서 조기 안착할 수 있었던 것은 시기적절한 투자가 그 성공 요인이라는 평가가 많다. 웅진그룹이 태양광 사업에 대해 처음 관심을 가졌던 때는 2005년 말. 직원들 아이디어 차원에서 제안한 것이 정식 사업 의제로 채택되면서 ‘신규 사업 검토’를 목적으로 웅진코웨이 전략팀이 구성됐다. 당시만 해도 태양광 산업은 낯설고 생소한 분야였다. 여기에 투자한다는 것은 황무지를 개간하는 것과 다름없었다.

그러나 그 무렵 태양광 산업은 가파른 성장세를 보이기 시작했고, 원재료인 폴리실리콘은 품귀 현상을 일으키며 가격이 뛰기 시작했다. 2006년 3월, 이러한 상황을 보고받은 윤석금 회장은 적극적으로 추진해볼 것을 주문했다. 윤 회장의 적극적인 의지와 빠른 의사결정이 오늘날의 웅진폴리실리콘을 만들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닌 셈이다.

실제 2006년 당시 여러 회사들이 좋은 기회임을 알고 태양광 산업 참여를 수년씩 검토했으나 확신을 갖고 의사결정을 내린 회사는 2006년 6월 폴리실리콘 사업 진출을 선언한 OCI와 웅진뿐이었다.

전민정 기자 puri21@asia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