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이 그리스의 새협상안으로 분위기가 들떠가고 있지만 뉴욕증시는 속셈을 하느라 바쁜 하루였다.

오는 25일(현지시간) 유럽정상회의와 재무장관 협의체 회의에서 타결여부가 확정되기까지는 그 사이 어떤 변수가 돌출할지도 모르고 합의를 한다고 해도 그리스 의회가 그걸 추인할지는 지금까지 지켜본 바로는 의문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미국은 그리스 새협상안이 타결되고 실행될 것이라는 전제하에 미국에게 돌아올 금리인상과 달러강세에 대한 경제적 부담을 계산하기 시작했다. 올해 금리인상을 기정사실화 해놓고 있지만 미국경제의 제일 큰 부담은 달러강세에 의한 기업실적 부담, 그리고 금리인상 기대로 몰려오는 외국자금들에 의한 비정상적 국채 수요다.

2분기 실적이 발표되면 어느정도 강달러에 대한 경제적 부담이 본격적으로 가시화될 가능성이 높다. 고용지표와 부동산 지표 , 소비자 지표는 후행적인 측면이 있어서 호조세를 나타내고 있지만 산업활동 등 기업과 관련된 경제지표가 예상과 달리 부정적 움직임을 보이고 있는 것은 이를 잘 나타내주고 있다.

23일(현지시간) 발표된 경제지표도 이런 모습을 그대로 보여줬다. 내구재 주문은 두달째 연속 감소하면서 시장예상치보다 악화된 모습을 보였다. 하지만 신규주택매매건수는 예상을 뛰어넘는 호조세를 보이는 등 역시 엇갈렸다.

이날 뉴욕증시는 갈곳을 몰라했다. 그리스의 새협상안에 기대감에도 불구하고 이틀째 방향을 정하지 못하고 있는 모습이다. 전날 소폭 상승하며 나스닥지수가 사상최고치를 경신했었지만 이날은 강보합세를 보이며 고민하는 모습이 역력했다. 나스닥지수는 강보합으로 역시 의미없는 최고치 경신을 또 했다.

이날 최고 부담은 경제지표보다는 급등세를 연출하고 있는 달러가치와 10년물 국채수익률의 금리급등이었다.

다우 지수는 전일보다 24.29포인트(0.13%) 상승한 1만8144.07로 마쳤고 S&P500 지수는 1.37포인트(0.06%) 오른 2124.22로 마감했다. 나스닥 지수는 6.12포인트(0.12%) 상승한 5160.09를 기록했다.

출발은 나쁘지 않았다. 그리스 구제협상 타결 기대감으로 시작했다. 하지만 금리인상 기대로 달러강세가 1%넘게 급등하며 예상을 뛰어넘자 부담으로 작용했다. 장중에는 그리스 새협상안 마저도 실행되기가 힘들 것이라는 의견이 제기되며 3대지수 모두 하락하는 급등락장세를 연출하기도 했다.  그리스가 제시한 구제금융 협상안이 그리스 의회에서 부결될 가능성이 높다는 전망이 제기되기도 했다.

이날 연방준비제도이사회 이사의 발언도 시장에 부담으로 작용했다. 기정사실화된 금리인상에 대해 비교적 구체적으로 언급하면서 그 이상도 가능하지 않을까 하는 의구심을 증폭 시켰다.

제롬 파월 이사는 이날 미국 워싱턴의 모 오찬행사에서 개인적인 사견임을 전제로"9월쯤 연준의 금리인상조건이 잠재적으로 충족될 것으로 보인다"며 " 금리인상 가능성은 50대 50정도"라고 말했다. 그는 "연준이 오는 9월 금리를 올리고 나서 12월쯤 추가 인상에 나설 것으로 전망한다"며 구체적 시기까지 못박아 그간 나온 가능성을 확인시켜줬다.

이날 발표된 경제지표 역시 엇갈렸다. 지난 5월 내구재 주문은 전월대비 1.8% 감소(계절조정), 시장예상치 1.5%감소보다 악화됐다. 다만 부품과 중장비, 네트워크 장비 등의 수요 증가로 운송 부문을 제외한 내구재 주문은 0.5% 증가했다.

기업 투자를 나타내는 근원 자본재 주문은 0.4% 증가했다. 기업 투자는 올들어 5개월간 전년동기 대비 2.6% 감소했다. 한편 지난 4월 내구재 주문은 당초 0.5% 감소에서 1.5% 감소로 하향 조정됐다.

부동산 지표는 호조세를 이어갔다. 지난 5월 신규주택판매가 전월대비 2.2% 증가한 연율 54만6000건을 기록, 2008년 2월 이후 최고치를 기록했다. 시장 예상치 52만5000건을 훨씬 넘어선 것이다. 전년동기 대비 19.5% 증가했다.

경기확장여부를 알려주는 6월 제조업 구매관리자지수(PMI) 예비치는 53.4로 하락, 지난 2013년 10월 이후 최저치를 기록했다. 시장예상치 54.2보다 나빴다. 5월 확정치 54.0보다 하락한 것이다. 여전히 50을 상회하고 있지만 미래에 불안감을 다소 반영하는 기미를 보이고 있다. 역시 달러강세를 의식하는 분위기다. 다만 고용지수는 2개월 연속 2014년 11월 이후 최고치를 기록했다.

달러 가치는 3일째 국채 수익률 상승과 금리 인상 기대감으로 급등세를 보였다. 주요국 통화에 대한 달러 가치를 보여주는 달러 인덱스는 전날보다 1.24% 급등한 95.49를 기록했다.

유로/달러 환율은 1.59% 급락한 1.116달러를, 엔/달러 환율은 0.41% 오른 123.86엔을 각각 나타냈다.

미 국채 수익률 역시 급등세를 보였다. 10년물은 장중 2.42%를 치솟았지만 막바지 2.41%선으로 밀렸다. 2년물 수익률은 0.67%선에 머물렀다.

국제 유가는 미국의 휘발유 수요 증가에 따른 재고 감소와 이란 핵협상 타결 지연 등 영향으로 61달러 선을 돌파했다. 뉴욕상업거래소에서 서부텍사스산원유(WTI) 가격은 배럴당 0.63달러(1%) 상승한 61.01달러로 마쳤고 북해산 브랜트유 가격 역시 배럴당 1.1달러 오른 64.50달러로 급등했다.

국제 금값은 하락세를 이어갔다. 뉴욕상품거래소에서 국제 금 가격은 온스당 7.5달러(0.6%) 하락한 1176.60달러를 기록, 지난 6월8일 이후 최저치를 보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