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은 23일 오전 11시 서초사옥 다목적홀에서 중동호흡기증후군, 메르스 사태와 관련해 대국민 사과문을 발표했다. 메르스 사태에 있어 삼성서울병원이 어설픈 상황대처로 ‘감염의 허브’ 역할을 초래했다는 비판이 쏟아지자 이에 사죄하고 그룹차원의 대비책을 마련한 셈이다.

이에 이 부회장은 “삼성서울병원이 메르스 감염과 확산을 막지 못해 국민 여러분께 너무 큰 고통과 걱정을 끼쳤다”며 “메르스로 인해 유명을 달리하신 분들과 유족분들 아직 치료 중이신 환자분들 예기치 않은 격리조치로 불편을 겪으신 분들께 죄송하다”고 밝혔다. 환자에 대해서는 “끝까지 책임지고 치료해 드리겠다”고 다짐하기도 했다.

또 이 부회장은 “참담한 심정”이라며 사태가 수습되는 대로 병원을 대대적으로 혁신할 것이며, 어떻게 이런 일이 발생했는지 철저히 조사하고 재발방지를 위해 최선의 노력을 다하겠다는 뜻도 강조했다. 응급실을 포함한 진료환경을 개선하고 부족했던 음압 병실도 충분히 갖춰서 환자들이 안심하고 치료받을 수 있는 환경을 만들겠다고 부연하기도 했다.

마지막으로 이 부회장은 감염 질환에 대처하기 위해 예방 활동과 함께 백신과 치료제 개발을 적극 지원할 것이며 의료진에 대한 응원도 부탁했다.

일단 재계에서는 이 부회장의 사과를 두고 기민한 상황판단으로 판단하고 있다. 지난 19일 이 부회장이 삼성서울병원을 방문해 사죄의 뜻을 밝혔지만 여론의 반발이 만만치 않은 상태에서 22일 새누리당 하태경 의원이 “이 부회장이 직접 전면에 나서 사과를 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사태까지 이르렀기 때문이다.

결국 하 의원의 주장이 나온 지 하루만에 이 부회장은 전면에 나서 삼성서울병원을 개혁하는 한편, 메르스 사태에 책임을 느낀다는 뜻을 분명히 밝히며 사태진작에 나섰다는 분석이다.

일각에서는 이 부회장이 이사장으로 있는 삼성생명공익재단이 삼성서울병원을 운영한다는 측면에서 이를 지배구조개선 측면에서 분석하기도 해 눈길을 끈다.

최근 이 부회장이 이건희 회장의 뒤를 이어 삼성생명공익재단 이사장으로 선임되자 재계에서는 “고 이병철 창업주로부터 이어진 삼성의 의지를 이 부회장이 이어받은 것”이라는 반응을 보인 바 있다. 삼성생명공익재단 이사장이 포스트 삼성 시대를 상징한다는 뜻과 연결된다.

이런 상황에서 이 부회장이 삼성을 대표해 삼성생명공익재단 이사장의 입장에서 메르스 사태라는 전대미문의 난국을 타개하기 위해 전면에 나섰다는 것은, 결국 지배구조측면에서 의미하는 바가 크다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