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 작금의 판사, 검사, 변호사, 의사 등의 전문직에 있는 자들을 돈이 많은 사람들이 사위로 삼으려는 것이나 당시에 권문세가들이 하는 짓거리나 똑같다.

그뿐이랴! 앞으로도 인류가 존재하는 이런 일과 비슷한 일들은 계속적이고, 지속적으로 일어나게 된다. 한마디로 인간이 실력이 없고, 재주가 없다면 곤란하다. 그렇다고 그런 자리에 앉았다 하여 비겁한 짓을 하는 것은 역사의 죄인이 되는 것이다.

만약 이순신 장군께서 첩을 받아들였다면 임진왜란을 막아내지 못하였는지도 모를 일이다. 대단한 정신력의 소유자였던 분이기에 근세 일본의 작가 시바(司馬遼太郞)는 ‘충성과 용기로 보나 이런 인물이 세상에 실재(實在)했다는 자체가 기적이다’라고 했다.

현재도 일본의 해군에서는 일 년에 한 번씩 이순신 장군에 대한 제(祭)를 지내고 있다고 한다. 러·일 전쟁 때도 도고 헤이하치로(東鄕平八郞)라는 일본의 해군제독이 우리나라 진해만에서 러시아 함대를 기다리면서 이순신 장군에게 제를 지낸 것은 대단하다. 일본 놈들은 강한 자에게 약하고, 약자에게 잔인한 놈들이다.

그런데도 일본에서 이순신 장군 하면 고위직이든, 하위직이든 간에 ‘태양의 아들’이란 칭호를 썼다. 심지어 도요토미 히데요시(豊臣秀吉)조차 이순신을 피하라는 전투 명령을 내렸다 하니 가히 이순신 장군의 위력이 얼마나 대단한 것인지 알 것이다.”

“그해(1579년, 선조 12년) 10월에 충청병사의 군관이 되어 부임하셨는데 거처하는 방안에 아무것도 없고, 다만 이부자리와 베개 한 벌이 있을 뿐이었습니다.

근친하러 본집에 갈 적에는 자기가 숙직하는 방에 남은 양식의 쌀을 봉하여 관의 창고에 반납하고 길을 떠나셨다는 소문을 듣고 兵使(병사, 兵馬節度使의 약칭)는 장군을 더욱 공경으로 대접하셨고, 청렴결백함이 사해(四海)에 진동했습니다.”

“그뿐이랴! 하루는 해질녘에 병사와 술을 먹으매 병마절도사가 크게 취해 장군의 손을 잡고 군관 모 씨의 처소에 동행하고자 하였으나 장군은 대장이 으슥한 밤중에 아랫사람의 집에 간다는 것은 도리에 맞지 않는다고 충고를 해서 병사가 정신을 차리고 장군의 뜻을 좇았다.”

“하하, 요즘 군이 썩어서 되는 일도 안 되는 시대입니다. 성폭행이 난무하고 지휘관과 군의 최고권자들이 책임을 회피하여 벌어지는 군대의 부조리는 너무하다 싶어 군피아(군의 마피아)란 말이 무성한 시대를 살아가는 사람들은 무엇을 조심해야 합니까?”

“군인이든 민간인이든 간에 인생의 험로가 있다. 아무리 좋은 사주라도 12일에 한 번은 문제가 발생하고, 12개월에 1달, 12년에 1년은 무조건 문제가 발생한다는 것이다.

이런 문제는 인간의 힘으로도 안 되고, 설령 창조주라 해도 타고난 팔자를 바꿀 수 없다. 단 길운과 흉운의 시기를 알고 좋지 않은 것에 대비하는 수밖에 없다. 유비무환(有備無患)이란 단어는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인간이 지켜야 할 말이다.”

“네, 그래서 이 학문을 분수의 학문이라고 하는 것 아닙니까? 비 오는 것을 막을 수는 없어도 우산을 들고 준비하는 것과 같다고 봅니다.”

“어느 누구나 인생의 가는 길은 좋고 나쁜 것이 교차하는 것을 자연이 말해주고 있다. 인간의 생년월일시가 사주인데, 이것을 오행으로 풀어보면 하나의 밭이 형성된 것을 알 수 있다. 사주가 덥다, 춥다에 따라 각자의 운이 결정이 되는 것이다.

하나의 사주는 밭이 되어 농사를 지을 수 있느냐? 없느냐에 따라 각자의 운명이 달라지는 것인데, 과연 그 시기를 아는 자 얼마나 되겠는가? 역학을 모르고 자기가 가는 길을 정확하게 알 수 있는 자는 한 명도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