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뮤지엄 김치간 외관. 출처=뮤지엄 김치간

인사동마루에 새로운 플랜카드가 붙었다. ‘뮤지엄 김치간(間)’ 소개에 대한 플랜카드다. 뮤지엄 김치간은 김치박물관이다. 국내 김장 문화를 널리 알리는데 크게 이바지하고 있으며 지난 3월 미국 CNN이 뽑은 세계 11대 음식박물관 중 한 곳으로 선정되기도 했다.

 

코엑스몰 ‘김치박물관’의 재탄생

1986년 설립된 개인박물관을 이듬해 풀무원이 인수한 후 약 30년 가까운 시간 동안 운영 중이다. 본래 코엑스몰에 위치해 있던 김치박물관은 인사동으로 자리를 옮겼다. 한국 김장문화가 유네스코 인류무형문화유산으로 지정된 것이 계기가 됐다.

김치간은 김장을 유물이 아니라 문화 체험으로 보여주자는 것을 목표로 삼았다. 기존의 김치박물관은 흔적도 없이 사라지고 대신 미디어, 체험 등이 어우러져 ‘미술관’에 더 가까운 김치박물관이 탄생했다.

김치박물관이 저장 공간을 전시하는 곳이었다면 김치간은 김장이라는 무형 문화를 전시하는 공간이었다. 음식을 준비하는 곳을 ‘찬간’, ‘수라간’ 등 간(間)을 붙인 것에서 유래해 박물관 이름은 ‘뮤지엄 김치간’이 됐다.

지난 4월 21일 출발했으니 김치간이 재개관한지 딱 2개월 됐다. 인사동 마루 4~6층에 있는 김치간은 4층은 김장에 대해 알고, 5층은 김장 문화를 만나고, 6층은 김장문화를 체험할 수 있는 공간으로 구성돼있다.

 

오감(五感)으로 체험하는 김장

3개 층으로 이루어진 김치간은 전시면적 102평 정도다. 크지는 않지만 흥미로운 공간들이 구석구석 채워져 있다. 옛날 유물 전시회를 생각하고 간다면 놀랄지도 모른다. 외국인보다 내국인이 더 많이 찾는 박물관이기도 하다.

김치간의 메인 색은 다홍색이다. 시뻘건 색이 아니고 파스텔 색에 가까워 따뜻함에 물씬 풍기는 색이다. 처음 박물관에 있는 데스크도 그렇고 표도 마찬가지다. 표에는 바코드가 있어 5, 6층에 있는 방에 들어갈 때마다 찍어야 하니 휴대하기 좋게 드는 것이 좋다. 표의 바코드는 발급 이후 3시간 동안만 유효하다.

4층은 김장에 대해 알아보는 곳이다. 미술작품같은 레터링을 통해 김치의 유래를 살펴보고 스크린터치로 김장 담그는 법을 배운다. 김장에 대한 소개 영상도 살펴볼 수 있다. 김치 유산균을 현미경으로 관찰할 수 있는 곳도 있다. 김장을 눈으로 머리로 먼저 익히는 셈이다.

▲ 링크전. 사진=이코노믹리뷰 허은선 기자

눈에 띄는 곳은 한 구석에 있는 ‘링크(Link)전’이다. 해외 아티스트들이 만든 이 공간은 ‘김치’를 말하며 웃는 사람들의 짧은 영상들로 가득하다. 방문객들의 사진도 물론 추가할 수 있다. 김치박물관이라는 딱딱한 이미지를 웃음으로 승화시킨 방이라고 할 수 있는데 1년 동안만 전시된다고 한다.

나무로 된 계단에서 김치를 먹는 ‘아삭’ 소리를 들으며 5층에 오르면 김장 문화를 느끼는 공간이 마련돼 있다. 한중일 3국의 김치 문화를 소개하는 표가 있는가 하면 국내 김장 문화와 일본 아키타의 ‘이부리갓코’ 김치에 대한 다큐멘터리도 있다. 뮤지엄 김치간의 박재영 박물관파트장은 “문화속인 다양성 속에 존재하는 김치를 가라보자는 의미로 한국의 김치로 대상을 한정하지 않고 세계의 절임채소 소개한다”고 설명했다. 억지스러운 민족주의 대신 김치에 대한 넓은 개념을 깨달을 수 있는 공간이다.

▲ 김치움. 출처=뮤지엄 김치간

시각으로 배운 김치를 후각, 청각, 촉각으로 배울 수 있는 곳도 있다. 김치간의 하이라이트라고 할 수 있는 ‘김치 움’이다. 김치, 넓게는 절임 채소의 발효를 느낄 수 있는 이 곳은 한국의 김치와 세계의 김치들이 저장돼 있는 공간이다. 실제 김치가 발효되는 서늘한 온도의 장소에 살짝은 퀴퀴한 냄새가 난다. 김치냉장고 CF에서 들었을만한 ‘톡톡’ 튀는 김치의 발효 소리도 있다. 문뜩 옛날 김치를 저장하는 굴 속으로 들어온 느낌이 든다.

마지막 6층은 오감 중 미각과 더불어 김장을 체험할 수 있는 공간이다. 일반 배추김치와 백김치의 간단한 시식이 준비돼 있고 김치를 직접 만들 수 있는 체험장 ‘김치마루’가 있다. 본 기자가 실제로 갔을 때는 요리 실습이 진행되고 있었다. 박재영 박물관파트장은 “김치를 만드는 것을 보는 것도 어쩌면 새로운 전시”라고 말했다. 바쁜 현대인에게는 김장하는 모습이 옛 유물과도 같이 희귀해진 탓이다.

본래 김장 체험을 하기까지의 과정은 까다로웠다. 단체가 예약을 해야만 진행할 수 있었고 김장 시간도 2시간 남짓한 긴 시간이었다. 김치간으로 바뀌면서는 효율성을 강조했다. 겉절이, 궁중 김치인 배깍두기 만들기로 시간은 20분으로 줄였고 개인도 사전 예약만 하면 언제든지 참여가 가능했다. 김치간에서는 평일 오후 2시마다 김장 체험이 시작된다.

박재영 박물관파트장은 “뮤지엄 김치간은 최근 소멸 되가는 김장 문화를 지속가능하게 만들 수 있도록 운영 중”이라며 “향후 교과과정 등과 연계해 외국인은 물론 내국인도 김장을 체험할 수 있는 기회를 계속 만들어 갈 것”이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