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지만 강한 나라를 만든 사람들》
- 김성진 지음 - 살림 펴냄 - 1만3000원

유럽 강소국에서 배우는 위기극복 리더십
최초의 남극점 탐험기에는 흥미로운 일화가 숨어 있다. 노르웨이의 아문센 탐험대와 영국의 스콧 탐험대가 벌인 한판의 자존심 대결이 그것이다. 때는 1911년, 수백 년 간 외세의 지배를 받다 1905년에야 독립을 이룬 노르웨이는 그다지 주목받던 나라가 아니었다.

반면 영국은 세계 최강국 중 하나였다. 나라의 규모는 탐험대의 규모에도 그대로 나타났다. 아문센의 탐험대는 5명으로 구성되었고, 스콧의 탐험대는 55명이었다. 하지만 결과는 노르웨이의 승리였다.

남극점 도달만을 목표로 하여 그에 맞는 가장 효율적인 팀을 구성한 아문센 탐험대는 빠른 속도로 남극점에 도달하고 안전하게 복귀한 반면, 남극대륙의 지리적 탐사에까지 포부를 가졌던 스콧 탐험대는 최초 남극점 도달이라는 타이틀을 뺏긴 것은 물론, 선발대 전원이 사망하는 비보도 감당해야 했다.

물론 스콧 탐험대가 가진 탐험정신과 원대한 포부는 오랫동안 기려져야 할 것이지만, 남극이라는 악조건 속에서는 남극점 도달로 목표를 단순화하고 그 달성을 위해 모든 초점을 맞추었던 아문센의 탐험대가 승리할 수밖에 없었다.

남극점 탐험에서 아문센이 취한 전략은 이 책에서 소개하는 유럽의 강소국들이 국가발전을 위해 취한 한결같은 전략이었다.

일개 도시 정도 크기의 국가지만 1인당 GNP 최상위를 다투는 나라들인 룩셈부르크, 벨기에, 네덜란드, 모나코, 안도라 등과 유럽의 변방으로 강대국과 마주해 왔지만 오늘날 천국의 모습과 가장 비슷한 나라라는 칭송을 받는 스웨덴, 노르웨이, 덴마크 등은 아문센과 같이 한정된 자원을 가장 효율이 높은 곳에 집중 투자해 영국, 프랑스, 독일, 러시아, 스페인 등 전통적인 강대국들 사이에서 자신들의 나라를 지켜내고, 또 그 지켜낸 나라를 세계 최고의 국가로 만들어 냈다.

헝가리 국립과학원에서 정치학 박사 학위를 받은 저자가 유럽의 강소국 8개를 직접 뒤지고 돌아다닌 끝에 얻어낸 위기극복의 리더십과 노하우가 고스란히 책에 녹아들었다.

이형구 기자 lhg0544@asia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