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직장인 오미연(34세) 씨는 최근 ‘말 못할 고민’으로 사회생활마저 괴롭다. 5분이 아쉬운 아침에는 성성한 머리숱을 흑채로 채워야 하고, 저녁에는 하루 종일 흑채로 숨겼던 머리카락을 깨끗하게 감고 두피 마사지를 해야 한다. 오 씨는 퇴근 후 집에 와서 머리카락 관리를 하다 보면 어느새 훌쩍 10시가 넘는다고 토로한다. 주말에는 탈모 전용 샴푸와 컨디셔너로 머리를 감은 후 레이저 탈모치료기로 정수리 부분 마사지를 한다. 젊은 나이에 탈모 병원에 가기는 두렵고, 이렇게라도 노력을 해서 조금씩 좋아지고 있다는 게 오 씨의 이야기다.

탈모는 많은 스트레스를 안겨준다. 본래보다 더 나이 들어 보이게 하는 것은 물론, 헤어스타일의 변신에도 어려움을 준다. 특히 탈모는 초기에 제대로 관리하지 못하면 더욱 심해질 수 있어 이를 예방하기 위해서는 탈모의 원인과 초기 증상을 바로 아는 것이 중요하다고 전문가들은 조언한다.

중년 남성의 전유물로 여겨졌던 탈모는 최근 젊은 남성뿐 아니라 여성들 사이에서도 자유롭지 못한 것이 현실이다. 따라서 탈모 예방과 치료를 위한 상품 및 관련 서비스 수요가 지속해서 증가하고 있다.

G마켓에 따르면 ‘탈모 방지용품’은 2014년 전년 동기(1월 1일~6월 16일 기준) 대비 170%에서 올해는 202%나 증가했다. 같은 기간 ‘탈모 치료기’는 작년 309%, 올해는 400%로 폭발적인 성장세를 이어가고 있으며, ‘두피 마사지기’ 역시 지난해 164%, 올해 188% 올라 탈모 방지를 위한 제품 수요는 계속해서 증가하고 있다.

‘탈모 관리용품’ 역시 꾸준히 수요가 있다. 올해 1월 1일~6월 16일까지 ‘탈모 관리용품’은 2014년 전년 대비 58%, 올해 15%로 소폭 감소했지만 여전히 소비자들이 찾는 제품군이다. 특히 머리숱을 풍성하게 보일 수 있는 ‘흑채’의 경우 같은 기간 3%에서 올해 25%로 올랐다.

꾸준히 두피와 머리카락을 관리할 수 있는 ‘헤어토닉’은 작년에는 전년 대비 153%로 폭발적인 성장을 이끌었으며, 올해도 20% 올라 지속적으로 소비자들이 구입하는 목록이다.

‘탈모샴푸’ 역시 꾸준히 잘 팔리는 제품군이라는 게 G마켓의 설명이다. 2013년 전전년 대비 458%, 지난해 87%에 이어 올해는 99% 증가해 3년 전 폭발적으로 증가한 이후에도 지속해서 전년 대비 매출 상승을 이끌고 있다.

기본적으로 탈모방지 샴푸와 컨디셔너를 구입하는 비중은 꾸준히 유지되고 있으며, 최근에는 집에서도 손쉽게 할 수 있는 탈모 관련 디바이스의 수요가 높아지고 있다. 실제로 강력한 진동 실리콘 돌기가 모공 사이의 불순물을 제거해 두피 관리에 도움을 주는 ‘두피 마사지기’가 인기다. 가격대는 5만~10만원대까지 다양하다. 아울러 LED와 레이저를 이용한 탈모치료기는 50만원대의 고가임에도 불구하고 소비자들 사이에서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

G마켓 관계자는 “노화현상으로만 여겨지던 탈모증상이 스트레스로 인해 젊은 층이나 여성들에게도 고민거리로 자리 잡으면서 탈모 예방 제품 수요가 꾸준히 증가하는 추세”라며 “탈모샴푸는 물론 고가의 두피 마사지기, 치료기까지 탈모 관리용품에 대한 수요가 해마다 늘어나고 있다”고 말했다.

▲ 출처: G마켓

탈모 치료제 시장, 여성 중심으로 진화

지난해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이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최근 5년간 탈모증으로 진료를 받은 여성 인원은 약 47만명을 넘어섰다. 전체 인원의 약 48%에 달하는 수치다. 이 관계자는 “탈모가 있음에도 탈모 치료를 받지 않는 잠재 인구까지 포함하면 이보다 더 많을 것으로 추산된다”고 설명했다.

특히 젊은 여성의 탈모가 증가하고 있다. 2013년 통계에 따르면 20대 17.4%, 30대 20.5%의 분포를 보여 2030 여성 탈모 진료자의 비율이 약 38%에 이르는 것으로 나타났다. 50대를 넘어가면 여성 환자의 수가 남성 환자 수를 넘어선다는 게 관계자의 설명이다.

최근에는 여성들을 중심으로 비유전적 요인의 생활형 탈모가 증가하고 있다. 여성들의 생활형 탈모는 무리한 다이어트로 인한 면역체계의 이상 및 영양결핍 등으로 유발되며, 과도한 업무나 육아 스트레스도 호르몬 불균형을 초래해 탈모의 원인이 된다.

이처럼 관련 수요가 있는 만큼 업계에서는 여성 탈모 치료제 시장 선점 경쟁이 치열하다. 기존 남성 제품에 들어간 약제의 함량을 낮추거나 안전한 성분을 담아 여성들을 겨냥한 제품 출시가 활발하다.

여성 탈모 치료제는 탈모 유형에 따라 안드로겐 탈모 치료제와 휴지기 탈모(확산성 탈모) 치료제로 나눌 수 있다. 여성의 안드로겐 탈모를 개선하는 치료제는 바르는 약인 ‘엘크라넬’이 있다. 안드로겐 탈모는 여성에게도 분비되는 탈모 생성 남성호르몬(DHT, 디하이드로테스토스테론) 때문에 생긴다. 엘크라넬은 안드로겐 탈모의 원인을 제거한다. DHT를 생성하는 두 가지 효소(5a-Reductase, 17B-Dehydrogenese)는 차단하고, 모낭세포의 증식을 돕는 아로마타제(Aromatase)라는 효소를 촉진해 탈모를 치료한다는 게 회사측의 설명이다. 이 제품은 하루에 한 번, 탈모 부위에 바르기만 하면 되고 도포한 후에도 끈적임이 없어 바쁜 현대 여성들에게 인기를 끌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최근 민간요법이나 예방 차원의 대처를 했던 여성들도 점차 병원을 방문하거나 탈모 치료제로 눈을 돌리고 있다”며 “지난해 주요 탈모 치료제들의 실적도 전년 대비 6.5% 상승했다”고 밝혔다. 이어 “여성들이 안전하고 편리하게 사용할 수 있는 탈모 치료제들이 느는 추세”라며 “젊은 탈모인까지 공략하는 업계의 마케팅 경쟁이 더해져 관련 산업의 성장세는 지속될 전망”이라고 밝혔다.

탈모 대상 범위 확대 ‘코스메슈티컬’ 시장은 성장 중

탈모 환자의 대상 범위가 과거 중년 남성에서 젊은 남녀로 확대되면서 탈모 예방·치료 상품과 서비스 수요가 증가하고 있다. 국민건강보험공단 등에 따르면 탈모 질환으로 진료를 받은 인원(한국 기준)이 2009년 18만1000명에서 2013년 21만명으로 15% 증가했다. 2015년에는 23만명을 상회할 전망이다.

그러나 탈모를 겉으로 드러내기를 꺼리는 경향은 여전하다. 이에 전문의약품이 아닌 의약외품의 수요가 증가하면서 코스메슈티컬(Cosmeceutical) 시장이 성장하고 있다. 코스메슈티컬은 화장품(Cosmetic)과 의약품(Pharmaceutical)의 합성어로 화장품에 의학적으로 검증된 성분을 함유한 제품을 의미한다. 이와 함께 헤어케어가 가능한 기능성 샴푸에 대한 수요도 꾸준히 증가할 것으로 보인다.

한국 헤어케어 시장은 2010년 이후 연평균 10% 성장하며 2014년 5700억원 규모를 기록했다. 올해는 지난해보다 10% 이상 확대될 것으로 보이며, 시장 규모는 6000억원을 웃돌 전망이다.

장진욱 하나대투증권 애널리스트는 “탈모를 고민하는 사람이 많아지고 꾸준한 관리와 예방이 필요한 만큼 탈모방지 기능성 헤어케어 제품은 지속적으로 인기를 끌 것”이라며 “국내 탈모 인구 증가에 따라 전문의약품의 성장도 주목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그는 “코스메슈티컬 시장에서 스킨케어가 차지하는 비중이 절대적이지만, 최근 탈모 관련 제품 수요 증가로 기능성이라는 경쟁력을 갖춘 헤어케어 제품이 두 번째로 큰 비중을 차지하며 시장 확대를 지속하고 있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