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닝보시의 루이비통 매장(사진=연합).


그녀들 눈길이 머무는 곳… 화장-성형-명품시장 무서운 성장세

#중국 황실역사 전문가인 시앙쓰(向斯)는 한국에서 번역 출간된 책 <황궁의 성>에서 “연백분을 화장품으로 사용한 것은 기원전 하(夏) 상(商) 주(周)나라 시대다. 당시는 납과 수은을 구워 가루로 만든 뒤 분(粉)으로 사용했으며, 명나라 시대는 꽃에서 추출한 알맹이로 분을 만들어 화장하곤 했다”고 적었다. 이 당시 중국에선 눈썹을 그리는 것도 일반적인 화장술 중 하나였다.

#흰 목이버섯(銀耳), 살구 씨(杏仁), 익모초(益母草)의 공통점은 뭘까. 중국 황제 배후에 있던 여인들이 젊은 피부를 유지하기 위해 사용한 미용 재료들이다.

한나라 고조 유방의 황후인 여치(呂雉). 중국 역사에서 권력을 잡은 첫 번째 황후답게 미모 가꾸기도 열심이었다. 그녀는 흰 목이버섯으로 만든 ‘은이죽’을 매일 먹으면 피부가 고와진다고 믿었다.

중국의 4대 미인 중 한 명인 양귀비는 살구 씨를 갈아서 매일 아침 얼굴에 발랐다. 피부미용을 위한 얼굴 마사지인 셈이다. 중국 역사에서 유일무이하게 황제에 오른 측천무후도 예뻐지고 싶은 여인의 욕망은 마찬가지였다.

그녀는 자신의 권력 유지를 위해 자식도 참살하는 여황제였지만, 황후 방에 들어오면 주름과 잡티 제거용 익모초를 열심히 바르는 여성이었다. 여인의 변신은 무죄라면서 웃어넘길 일 만은 아닌 듯 하다.

이처럼 오랜 미용의 역사를 가진 중국 여성들이 서구식 화장을 시작했다. 샤넬, 로레알 등 유명 화장품으로 얼굴을 가꾸고, 손톱을 손질하는 등 거울 앞에 앉아 있는 시간이 길어지고 있다. 도시의 화장품 상점들도 연일 중국 여성들로 북적거린다.

명품 화장품 이름을 줄줄이 꿰고 있는 것은 기본이며, 명품 가방이나 액세서리로 치장한 여성들도 쉽게 눈에 띈다. 화려한 변신을 위해 해외 원정 성형수술도 마다하지 않는다. 우리 아이의 아동복 브랜드는 엄마의 수준이란 인식도 생겨나기 시작했다. 중국 여성들이 지갑을 열면서 여심(女心)을 읽어야 하는 중국 내수시장이 열리고 있다.

소비시장, 부유층에서 일반여성으로

중국 여성들은 아시아에서 사회 진출도가 가장 높은 국가 중 하나다. 맞벌이는 당연한 문화이며 집안 일도 남성 몫인 경우가 많다. 외식문화가 발달한 이유를 여성들의 사회 참여에서 찾기도 한다.

중국 여성들은 자연스럽게 형성된 경제적 능력과 서구문화가 어우러지면서 새로운 소비 파워로 등장하고 있다. 화장품부터 명품 액세서리, 주방용품에 이르기까지 여성들의 발길이 닿는 곳마다 소비 시장이 확대된다.

중국 유명 언론사인 신화통신은 2008년에 “베이징, 상하이 등 주요 도시의 고소득 여성은 167만 명이며, 월 평균 소득이 7000 위안(한화 120만원)으로 여성 소비시장이 팽창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당시 여성들의 왕성한 소비력은 일부 부유층이 일부 도시에서 선보였으나, 최근의 여성 소비시장은 일반 여성들까지 합세하면서 지방도시로 번지고 있는 특징을 보이고 있다.

20조 화장품 시장은 세계3위

중국의 지난해 화장품 시장 규모는 무려 20조 원이 넘는다. 매년 10% 이상씩 성장하고 있다. 미국과 일본에 이은 세계 3위 수준이다.

중국 화장품 시장의 특징은 글로벌 기업들의 각축장이라는 점. 화장품 분야의 중국 시장 진출은 다른 산업에 비해 규제가 약해서 내로라하는 해외 브랜드가 총 집결한 상황이다.

프랑스, 일본, 미국, 한국의 외자-합자기업이 전체 수입 화장품 시장의 80% 이상을 차지하고 있다. 중국 시장 점유율은 암웨이 23%, 로레알(8.7%), 시세이도(8.4%) 순으로 알려졌으나 도시마다 각 기업들 마케팅 전략에 따라 점유율이 약간씩 다르다.

또 다른 특징은 스킨케어와 색조화장품 시장이 동시에 급성장하고 있는 점이다. 스킨케어 제품의 시장은 연평균 23%의 속도로 성장했으며, 2015년엔 시장 규모가 15조3000억 원에 달할 것으로 전망된다.

색조화장품 시장의 빠른 성장 속도도 마찬가지다. 2010년 색조화장품 시장의 연간 판매액은 13조6000억 원 수준이며, 2015년에는 19조5500억 원에 달할 것으로 예상된다.

화장품 소비 확대로 시작된 미용 분야는 미용기기, 스파, 성형수술 등 외모를 가꾸는 상품 및 서비스 산업으로 확산되고 있다. 미용 산업 규모는 부동산, 자동차, 관광에 이은 4위 거대산업으로 거론되고 있다.

한류 여파 미용성형도 대호황

(사진=연합)

화장품 시장이 뜨면서 덩달아 미용성형 시장도 급팽창하고 있다. 중국 미용성형 산업의 규모는 세계 3위이며, 지난해 중국의 성형 인구는 약 400만 명. 2004년 100만 명에 비해 4배나 성장한 셈이다.

치료 목적의 성형에서 미용 목적의 성형으로 중심 이동하면서 급증했으며, 주로 부유층 여성들과 젊은 대학생들 주도로 형성되고 있다.

미용성형 산업이 급성장하고 있는 이유는 역시 생활 수준의 향상과 외모에 대한 관심 탓이다. 미용성형은 일부 부유층과 연예인 등의 전유물이었지만 지금은 여대생부터 직장인, 주부에 이르기까지 전방위로 퍼지고 있다.

특히 한국 연예인을 닮고 싶은 한류 영향이 큰 것도 사실이다. 마샤오웨이(馬曉偉) 중국 위생부 부부장은 “한국 여배우들을 본 중국 여성들도 똑같이 예뻐지고 싶어 한다”고 말할 정도다.

중국 여성의 성형에 대한 욕구는 해외 성형관광으로 이어지고 있다. 서울 강남의 일부 성형외과는 중국의 현대판 황후들이 모여드는 곳이다. 아예 중국 일부 도시에 진출한 성형외과도 드물지 않다. 미용성형의 기술력이 뛰어나기 때문에 현지에서도 인기가 높다.

최근엔 성형미인이 되고 싶은 유행이 대도시를 넘어 허난성, 산시성, 안후이성 등 3,4 급 도시들이 몰려있는 지방으로 옮겨가는 상황이다. 특히 미인이 많기로 유명한 청두시는 베이징과 상하이에 이어 미용성형 시장에서 3위를 기록하고 있다.

난징에서 개인사업을 하는 교민 주제선씨는 “난징에도 2~3년 전부터 미용성형이 인기이며, 한국 성형외과도 두세 곳 이상인 것으로 안다”고 귀띔했다.

럭셔리 소비도 불을 당기다

청나라의 사치스런 황후 서태후가 지금 살아있다면 자금성은 세계 최대의 명품창고이며, 그녀는 아마 걸어 다니는 명품관이었을 것이다. 명품에 홀리는 여심은 중국 여성들도 마찬가지다.

지난해 중국 사치품(Luxury) 시장 소비액은 13조2100억 원이었으며, 성장속도는 3년 연속 세계 1위다. 중국의 사치품 시장 규모는 현재 세계 2위이며, 2015년엔 매출 규모 29조7000억 원으로 일본을 제치고 세계 1위가 될 전망이다.

지난 2월 홍콩의 유력신문인 명보(明報)는 “중국의 럭셔리 브랜드 수요층이 5년 안에 1억6000만 명에 달하며, 전 세계 럭셔리 제품 매출의 20%를 점유할 것”이라고 보도했다.

명품 시장이 이렇게 급격히 성장한 배경은 역시 중산층의 급증과 도시화다. 급속한 경제 성장과 위안화 가치 절상으로 부유층이 빠르게 늘었고, 최근엔 화이트칼라 직종의 직장인들까지 명품 구입 열풍에 가담하고 있다.

중국 명품시장의 특징은 40세 이하 젊은 층이 전체 매출의 50% 이상을 차지한다는 것. 선진국에 비해서 많은 비중을 차지하는 편이다. 모건스탠리는 “2015년엔 중국의 사치품 시장에서 여성이 차지하는 비중이 55% 이상이 될 것”이라고 전망하기도 했다.

특히 젊은 여성들이 명품 소비는 지방도시로 확산되는 조짐을 보이고 있다. 베이징이나 상하이에 못지않은 명품 매장이 항저우, 원저우 등 지방도시에 즐비하다.

KOTRA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 2년여 간 새로 증가한 중국의 사치품 소비자의 60%가 주하이, 샤오싱, 우시 등 2, 3급 도시 거주자”라고 밝혔다.

프랑스의 화장품 명가인 로레알의 Paolo Gasparrini 중국지사 대표는 “중국은 로레알에게 미국과 프랑스에 이은 세계 3위의 시장이며, 올해부터 3, 4급 도시까지 진출할 계획”이라고 발표했다.

또 다른 특징은 세계 글로벌 명품기업들이 중국의 명품족에게만 파는 한정판을 공급하고 있는 것. 핸드백, 자동차, 액세서리 등 다양한 명품을 중국인의 기호와 특성에 맞게 제작 공급하고 있다. 예를 들면 중국인들이 좋아하는 붉은 색과 특정 숫자 기입, 중국 고유의 디자인 적용 등이다.

해외 명품 기업들의 중국시장 장악에 대해 천더밍(陳德銘) 중국 상무부 부장은 최근 언론 인터뷰에서 “국민 생활수준 향상으로 사치품에 대한 수요가 높은데 중국의 고유 명품 브랜드가 없다. 토종 명품 기업의 육성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중국 여성들의 소비력은 아이들의 아동복 시장까지 미치고 있다. 그 동안 중국 엄마들은 아이들의 복장에 대해 신경 쓰지 않았지만 지금은 천만의 말씀이다. 아이들의 패션이 엄마의 감각이나 수준으로 평가 받는 세상이기 때문이다.

작년 기준 중국의 1~14세 아동 인구는 약 3억 명 가량이며 이에 따른 아동복 시장은 약 11조 원이었다. 이밖에 여성들의 공간이라고 볼 수 있는 주방도 새롭게 바뀌고 있다. 여성 구매 결정권이 강한 공기청정기, 정수기, 주방용기도 속속 주방에 자리 잡고 있다.

천더밍 부장은 “중국의 소비시장은 2015년에 일본을 제치고 2020년 미국을 추월하여 세계 최대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글로벌 기업들은 세계 최대 소비시장의 절반을 담당하는 대륙의 여심 동향에 주목할 때다.

강준완 전문기자 napoli2003@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