흔히 심술궂고 표독스럽고 몰인정한 여성에게 ‘뺑덕어멈’ 같다고 한다. 심청가에는 나쁜 여자의 대명사로 뺑덕어멈이 등장한다. 심봉사에게 접근하여 가산을 탕진하고, 가정 살림에는 관심이 없고 유흥에만 몰두하며, 심지어 외간남자와 야반도주까지 서슴지 않는다. 이런 당시의 나쁜 여자의 이미지를 심청가의 한 대목은 이렇게 표현하고 있다.

“생긴 모양을 볼작시면 말총 같은 머리털은 하늘을 가르치고, 됫박 이마에 홰눈썹에 우먹눈, 주먹코요. 메주 볼, 송곳턱에 입은 크고, 입술부터 큰 궤문을 열어논 듯, 써래 이 드문드문”

말총은 매우 강하고 질기고 뻣뻣해서 선비들이 쓰는 갓, 망건 등의 소재다. 뺑덕어멈의 모발은 말총처럼 억세고 뻣뻣하여 하늘로 치솟은 형태이다. 됫박은 바가지를 뜻하는 말로서 바가지를 엎어 놓은 듯이 생긴 짱구형 이마를 말한다. 눈썹은 새벽닭이 홰를 치듯이, 억세고 털이 곤두 서 있는 모양새다. 서양인처럼 움퍽 들어간 눈을 우리말로 우먹눈이라고 한다. 주먹코에 얼굴의 뺨은 못생긴 메주 모양으로 울퉁불퉁하다. 턱은 송곳처럼 뾰족하고 입술은 두껍고 궤짝 문처럼 헤벌어졌다. 또한 써래(농기구)처럼 치아 사이가 벌어진 모습이다.

관상학에선 헤어스타일로 심성과 성격을 보는데, 모발이 억세고 뻣뻣하면 성격 또한 그러하다. 실크처럼 윤이 나는 모발이면 재복 좋고 심성 또한 아름답다. 샴푸 모델의 찰랑이는 머리카락을 연상해보라. 이러한 여성이라면, 외모와 관계없이 배우자로 선택하면 횡재한 것이다. 물론 모발은 평생 유지관리가 가능하다는 조건에서다.

여자가 앞짱구처럼 이마가 너무 볼록하면 후처나 첩실의 상이다. 눈썹털이 억세고 곤두서면 성격이 강하고 남성 같은 싸움꾼 기질이 있다. 일단 상대방의 눈썹 털이 일어났다면, 성격이 예민하고 개성 강한 스타일이므로 싸움에선 피하고 볼 일이다. 눈이 옴팍하게 들어가면 속을 알 수 없는 사람으로 독한 구석이 있다. 깊을수록 속마음을 짐작할 수 없을 뿐더러 오픈마인드형은 아니다.

주먹코는 유독 큰 코를 말한다. 코에 살집이 두둑하면 재물복은 있지만, 유별나게 코만 크다면 얼굴의 다른 부위와 조화를 상실한다. 매사 자존감이 강해서 자기 위주로 인생을 사는 사람이다. 코가 적당하거나 약간 작으면 주변과 화합하면서 가족과 타인을 배려하는 스타일이다. 코는 대체로 큰 편이 좋지만, 너무 크면 오히려 과유불급(過猶不及)이다. 뺑덕어멈이 주먹코라면 -심봉사의 돈을 빼앗아서 자기 돈처럼 잘 먹고 쓴 것을 보면- 관상학적으로 일리 있는 이야기다. 일반적으로 못생긴 사람을 옥상에서 떨어진 메주라고 한다. 볼이 메주와 같다면 상당히 건조하고 갈라진 모양새로 피부 트러블이 있다. 또 송곳처럼 뾰족한 V라인 턱으로 뺑덕어멈의 관상을 표현하고 있다.

복스러운 부잣집 맏며느리상이란 옛말이 있다. 뺨과 턱이 통통한 U자형 턱을 말한다. 턱이 복스러우면 집안의 부동산과 곳간 키를 물려받을 수 있는 얼굴형이다. 관상학적으로 턱이 의미하는 바는 매우 크다. 시간적으로는 말년을, 공간적으로는 자손과 부동산을 의미한다. 턱의 면적이 급격히 줄어들면 말년에는 송곳 꽂을 땅 한 뙈기 없이 어렵게 산다고 한다. 뺑덕어멈의 턱을 보아하니, 심봉사를 버리고 젊은 남자를 선택한 그녀의 말년은 그다지 행복해 보이지 않는다. 턱이 갸름하고 뾰족하면 남의 자식을 키워야 하거나 자식과는 인연 없는 관상이다.

최근 현대 미인의 조건으로 뾰족한 턱을 꼽고 있다. 게다가 남성들도 갸름한 V라인 턱을 선호하는 추세다. 지금은 팔팔한 청춘이지만 노년기에 접어들면 그들의 집 평수는 줄어들고, 자식을 낳지 못하는 불임 부부는 늘어나고, 말년은 고독해질 수 있다.

커다랗고 두툼한 입이 헤벌레 벌어진 모양을 상상해보라. 치열이 고르지 않아 사이가 벌어진 치아라면 말할 것도 없다. 입이 단정치 못하고 치아 사이가 뜨거나 뻐드렁니라면, 남과 잘 다투고 시비를 불러들이는 구설수가 잦다. 이른바 스캔들메이커로 요주의 인물이 되기 쉽다는 말이다. 무엇보다 재밌는 것은 뺑덕어멈의 손발 사이즈다.

“손질 생긴 뽄을 보면 솥뚜껑을 엎어논 듯, 수통다리, 발 맵시는 어찌됐건 신발은 짐척으로 자 가옷이 넉넉해야 겨우 신게 되는구나.”

근육이 붙은 알통형 다리를 수통다리라고 한다. 판소리의 묘사대로 뺑덕어멈은 손발이 매우 큰 특징을 갖고 있다. 특히 신발은 한자 반이 넘는 사이즈로 대략 45㎝가 넘는 발이다. 현대의 신발 사이즈로 비교해 보면, 발이 27㎝ 정도라면 신발 사이즈는 270㎜ 정도다. 과장이 섞였다 해도, 뺑덕어멈은 남성처럼 큰 발 사이즈라는 설명이다. 관상학에서 손발이 크면 고생이 많다고 한다. 특히 여성의 손발이 남성처럼 크고 억세면 팔자가 세다.

외모와 달리 속마음을 알 수 없고, 스캔들과 소문이 좋지 않은, 유흥과 향락을 즐기고, 돈만 아는, 이기적인, 양육과 출산을 기피하는 여성은 조선시대의 나쁜 여성상이다. 짱구형으로 볼록 솟은 이마, 예민하게 곤두선 눈썹, 크고 옴팍 들어간 서구적인 눈, V라인 턱, 알레르기성 피부 트러블, 서구적인 체형의 큰 손과 발은 조선시대 뺑덕어멈의 관상이다. 그러나 21세기는 이런 관상이 오히려 세상을 잘 살아가는 이미지가 될지도 모를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