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년 3월 하순 그날의 메리츠화재 기업설명회는 잊을 수 없다.

2008년 금융위기를 겪으면서 메리츠화재는 타사들처럼 해외유가증권 투자로 엄청난 손실을 입었다. 게다가 선박건조보증보험으로 1000억이 넘는 손실을 입는 바람에 2000년 이후 지속적인 이익을 실현해오다, 2008년 회계연도에는 처음으로 588억원 손실을 기록했다.

주가도 2000년 이후 매년 손보업계 최고 상승율을 기록하다, 2008년 연초 1만5000원 하던 주가가 2008년 연말에는 3000원대 초반까지 폭락했다.

상장사인 손보사 사업기간은 매년 4월부터 익년 3월까지다. 3월이면 결산 마지막달이며 통상 기업설명회는 3월 결산이 정리되는 5월에 주로 실시한다. 하지만 당시 메리츠화재는 경영 상황이 심각했기 때문에 3월인데도 기업설명회를 임시방편으로 실시해 문제 해결방안을 주식관계자에게 제시하게 됐다.

그날 참석했던 Buy Side(투자자, 펀드매니저)와 Sell Side(애널리스트) 모두다 화가 난 상태였다. 당시 정무일 템플턴자산운용 팀장과 양성호 KB자산운용 차장은 원색적으로 메리츠화재 해결방안에 불만을 나타냈고 다른 방법을 쓸 것을 제안했다.

다수의 보험담당 애널리스트들이 각을 세웠던 것으로 기억한다. 한국투자증권 이철호 연구원, 삼성증권 장효선연구원, NH투자증권 한승희 연구원이 그에 대해 반대의사를 내놨다.

기업설명회가 끝난 후 메리츠화재 경영진들은 토론과 회의를 거듭한 끝에 애널리스트들의 의견을 받아들였다. 주가만을 고려해 해결책을 바꾼 것은 아니었다. 주주와 고객과 회사(임직원)를 모두 만족시켜 줄 수 있는 해결책에 애널리스트들의 의견을 일정부분 더했다.  

위기는 잘 해결돼 2009년 이후 메리츠화재가 재도약하게 되는 계기가 됐다. 이후 물 만난 고기처럼 메리츠화재는 흑자 전환해 1000억원 이상의 이익을 실현했다. 주가 역시 2010년에는 원상회복했다. 애널리스트와 펀드매니저들이 문제 해결을 위한 조언을 해준 덕분에 메리츠화재 IR을 도와줬던 것이다. 모든 분들이 감사했다.

이후로도 BS투자증권 성용훈 연구원(현 동양생명 IR차장), 대신증권 강승건 연구원, 메리츠종금증권의 박선호팀장, 현대증권 이태경 팀장, 모건스탠리증권의 이화신 이사, 교보증권 김지영(현 대우증권), KB자산운용 조지현차장, NH투자증권 김태현 연구원(현 키움증권)이 마치 자기 일인양 ‘도둑을 바라보는 진돗개’처럼 메리츠화재의 IR뿐만 아니라 경영정책이나 방법에 대해 반박과 좋은 의견을 서슴없이 제시해줬다. 다시한번 감사하다고 말씀드리고 싶다.

메리츠화재에 애정이 없었다면 그렇게까지 해주셨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이처럼 관심을 갖고 질책과 칭찬을 아끼지 않는 애널리스트와 펀드매니저는 회사의 IR을 도와주는 고마운 분들이다.

아울러 필자는 최근 상장을 완료했거나, IR업무를 처음 시작하는 회사나 IRO들은 무조건 한국 IR협의회를 찾아갈 것을 권한다.

2000년 초 필자 혼자 IR을 맡아 IR팀을 꾸리고, 전략기획업무와 경영관리일까지 병행하면서 어찌할 바를 모를 때였다. 그때 슈퍼맨처럼 나타나 도와줬던 기관이 한국 IR협의회다. 한국 IR협의회는 IR활동에 필요한 유의사항, 관련 정보나 지식, PT 작성방법, IR 미팅방법, 컨퍼런스와 기업설명회 진행사항 등 세세한 교육을 해줬다. 뿐만 아니라 적은 인원으로도 효율적인 IR활동을 수행할 수 있도록 조언도 아끼지 않았다.

한국 IR협의회는 기업설명회를 할 수 있도록 증권거래소 강당을 무료로 대여해줬고 기업설명회 실시간 중계방송 서비스도 무료로 제공해줬다. 이밖에 필자는 조찬강연이나 산업전망세미나를 통해 다양한 정보와 네트워크까지 지원받았다.

무엇보다도 좋았던 것은 어떤 부탁을 하더라도, 흔쾌히 웃는 얼굴로 맞아주셨다는 점이다. 여의도 증권거래소 별관에 계신 한국 IR협의회 김영균 국장님, 유도석 팀장님, 그리고 이종민 과장님께 감사함을 전한다.

이밖에 IRO는 신용평가사를 비롯해 IR에 조금이라도 도움을 주신 분들께는 항상 고마워해야 한다. 국내 신용평가사인 한국신용평가, 한국기업평, NICE뿐만 아니라 국제신용평가사 AM BEST, 스탠더드 앤드 푸어스(S&P), 무디스의 애널리스트들도 그 기업의 정확하고 공정한 신용등급을 부여하기 위해 많은 시간을 들인다.

우리 IRO들은 신용평가사 애널리스트들과도 실랑이 아닌 실랑이를 많이 나누다 보니, 정(情)도 많이 든다. 거리와 시간 제한으로 많은 자료와 정보를 접하지 않은 여건에서도 최선의 노력으로 정확한 등급을 부여하려고 노력하는 외국 신용평가사 애널리스트들고 고마운 존재다.

아울러 타회사 IRO 분들께도 감사를 전한다. 경쟁업체이지만 한편으로는 협력자이자 스승이면서 멘토이기 때문이다.

보이지 않게 작게 기여를 하신 분에게도 무조건 감사해야 한다. 쾌적한 미팅이 될 수 있도록 에어컨과 영상 음향기기를 살펴주시던 기사님부터, 기업설명회 장소에서 마이크를 들고 분주하게 오가던 IR 막내직원, 하물며 설명회 후 주식 관계자들에게 친절하게 주차권을 나눠주는 경비원분들까지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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