뇌경색 환자인 A씨(65)가 입원한 병원이 하필 메르스 격리병원이 되는 바람에 A씨의 가족들이 임종을 지키지 못하는 안타까운 사건이 벌어졌다. 

17일 중앙일보의 보도에 의하면 이날 오전 7시경 A씨의 남편(63)이 중환자실에 있는 아내에게 쓴 편지를 읽어달라고 간호사에게 부탁했다. 전날 병원으로부터 "마음의 준비를 하라"는 기별을 받고 가족이 보내는 마지막 편지였다. 

A씨가 입원한 대전 을지대병원은 메르스 환자 발생으로 지난 8일부터 중환자실이 폐쇄됐다. 중환자실의 환자와 의료진은 함께 ‘코호트 격리(의료진과 환자를 함께 병동에 격리하는 것)’된 상태다. 또한 그전인 4일부터 A씨의 가족인 A씨의 남편과 아들(37), 딸(33)도 자가격리 리스트에 포함돼 병원에 출입할 수 없게 됐다. A씨는 가족 없이 지난 12일 수술을 받았지만 상태는 심각해졌다.

가족이 선택한 방법은 편지였다. 간호사는 A씨 남편의 당부대로 전화로 편지를 받아 적었고, 16일 오전 10시 A씨 곁에서 편지를 낭독했다. 중환자실은 눈물바다가 됐다. A씨는 같은 날 오후 3시 17분에 세상을 떠났다.

그러나 22일까지 자가격리를 해야 하는 A씨의 가족은 장례마저 미뤄야 할 상황에 처했다.

아래는 편지 내용의 일부다.

남편이 아내에게

“남편이 OO 엄마에게 전합니다. OO 엄마, 나와 만나 38년 동안 고생도 하고 보람 있는 일도 많았는데 갑자기 당신과 헤어지게 되어 가슴이 미어집니다. 평소 대화하면서 알게 된 당신의 뜻을 잘 새겨서 앞으로 자식·손자들과 살아갈 것이오. 이제부터 호강해야 할 때에 돌아가시니 아쉬움이 너무 큽니다. 이 세상의 모든 근심 떨쳐버리고, 천국에서 행복하게 남은 우리들을 지켜봐 주시오.”

아들이 엄마에게

“엄마의 숨이 붙어 있는 이 순간 아직은 우리의 목소리가 들릴 거라고 생각해. 그리고 엄마의 손이 너무 추워도 우리의 마음은 계속 전해질 거라고 믿어. …얼굴 한번 보여 주는 것이 이리도 힘들까. 세상이 원망스럽기도 했지만 이제 받아들이고, 엄마가 이 순간 편안하시길 바랄 뿐입니다. 엄마, 엄마가 이루고자 했던 것들을 다 이루셨어요. 우리가 그건 계속 지켜 나갈 테니 걱정 말고 편히 잠드세요. 엄마, 외롭다고 느끼지 말아요. 이제 앞으로는 맘속에서 계속 함께 있는 거예요.”

딸이 엄마에게

“지난날들 엄마 딸로 살아와서 행복했고 앞으로도 남은 날들 엄마 딸로 열심히 살게요. 그동안 엄마가 제게 주신 사랑으로 아이들도 그렇게 사랑으로 키울게요. 엄마, 이제 아무 걱정 말고 편안하게 하늘에서 쉬세요. 엄마 사랑해요. 다음 생에도 엄마와 딸로 만나요. 엄마 사랑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