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 근처에 도착하자 생체인식을 바탕으로 보안 시스템이 해지되며 문이 자동으로 열린다. 이미 내부의 온도는 주인이 원하는 온도에 맞춰져 있다. 에어컨이 돌아가고 있고 공기청정기도 최적의 상태를 유지한다. ‘집’은 주인이 돌아오면 제일 먼저 샤워한다는 것을 알고 있다. 적당한 온수와 감미로운 음악이 주변을 휘감는다. 주인은 따스한 샤워를 즐기고 거실로 나온다. 이미 음악 소리는 낮아지고 좋아하는 VOD가 자동으로 TV를 통해 나온다. 한참 VOD 영화를 즐기던 주인은 시장함을 느낀다. 허브를 통해 식사를 주문하자 예정된 시간에 배달음식이 도착한다. 간편결제를 통해 비용을 치른 주인은 자신만을 위해 모든 것이 ‘세팅’된, 나만의 공간을 즐기기 시작한다.

 

사물인터넷 시대가 열리고 있다. 올해를 기점으로 구글과 애플, 삼성전자의 사물인터넷 전략이 속속 베일을 벗으며 미래 비전을 잡아내기 위한 치열한 복마전이 벌어지고 있다. 주체가 누구인가, 또 객체는 어떤 역할을 수행하며 생태계 전략은 어떻게 구상할 것인가. 방식은? 실제적 수익은? 그리고 허브는?

사물인터넷은 다양한 조합이 가능한 상태다. 게다가 당장의 사물인터넷은 스마트홈의 시대를 넘어 웨어러블을 활용한 스마트홈의 가능성에서 다시 출발하는 분위기를 연출하고 있다. 이 지점을 정확하게 간파해야 한다. 뚜렷한 비즈니스 모델을 찾지 못하는 사물인터넷이 스마트카의 가능성을 품고 사용자 경험의 ‘마법’을 타고 넘어와 스마트홈 구축에서 실제적인 윤곽을 드러낸다고 할 수 있다. 결론적으로 사물인터넷은 스마트홈에서 생명력을 얻고 있다는 뜻이다.

 

각자의 방식

먼저 구글이다. 차기 안드로이드인 안드로이드M이 예상보다 ‘변화보다 안정’을 택하며 그 반대급부로 브릴로가 관심을 끌고 있다. 브릴로는 와이파이와 블루투스를 지원해 기기 간 통합 네트워크를 구축하는 방식이며 지난해 1월 네스트를 인수하는 등 차근차근 사물인터넷 경쟁력을 쌓아올린 구글의 저력을 보여주는 단적인 사례로 여겨진다. 당연히 오픈소스를 지향하며 브릴로를 중심으로 하는 스마트홈의 정수를 정조준하는 분위기다.

브릴로는 저사양 제품에 사물인터넷 기술을 접목한 케이스다. 일종의 소물인터넷 개념과 비슷한 것으로 보인다. 당장의 상용화가 가능하도록 만반의 준비를 취했다. 사양 자체가 가볍고 배터리 소모가 적으며 가격도 저렴해 다양한 활용적 측면에서 여지도 많다. 다양한 객체를 모으기에 부족함이 없는 강력한 플랫폼을 자랑한다. 브릴로를 바탕으로 다양한 제품을 네트워크로 묶으면 간편하고 ‘가볍게’ 사물인터넷을 구동할 수 있다. 이는 상당한 강점이다.

브릴로는 스마트폰을 중심, 즉 허브로 둔다. 현재 글로벌 ICT 기업들은 사물인터넷의 심장을 TV에 두느냐, 스마트폰에 두느냐에 따라 각자의 생각이 판이한 상태지만, 일단 구글은 예상대로 스마트폰에 방점을 찍는 분위기다. 당장 익숙한 스마트 디바이스를 택했다는 뜻이며, 제조 인프라의 부족함을 고려한 선택으로 풀이된다. 익숙하게 활용할 수 있는 디바이스를, 제조사가 아닌 구글이 택했다는 점이 흥미롭다.

위브도 있다. 브릴로가 사물인터넷 OS라면 동시에 공개된 위브는 소통, 즉 통신계층이다. 유기적인 네트워크를 가능하게 만드는 일종의 수단으로 볼 수 있다. 클라우드를 통해 센서와 디바이스가 공유된 정보를 주고받는 방식이며 크로스플랫폼 방식으로 개발자 API를 노출하며 브릴로와 위브를 감지하는 안드로이드 단말기의 설정을 통해 사물인터넷 콘트롤 타워 기능을 잡아낸다. 위브가 브릴로에 생명력을 불어넣는다는 해석이 가능하다. 쉽게 말해 브릴로가 OS의 역할에 충실해 전반적인 틀을 잡는다면, 위브는 연결된 각 단말기의 유무선 통신규격을 안드로이드에 맞게 커스터마이징한다.

구글은 안드로이드M에 브릴로를 연속성을 가지는 일종의 플랫폼으로 장착, 위브를 통해 각자의 객체를 유기적으로 묶는 방식을 택했다. 모바일의 경쟁력이 고스란히 스마트홈 인프라로 옮겨가도록 유도했다는 뜻이다. 원스톱 패키지 솔루션으로 경쟁력도 보장하고, 낮은 진입장벽을 만들어 객체의 생태계 진입을 원만하게 돕는다.

애플의 홈킷도 있다. 지난해 개발자 회의에서 처음 공개되고 올해 개발자 회의를 통해 윤곽을 드러낸 홈킷은 다양한 객체의 등장으로 벌써부터 시장의 관심을 받고 있다. 재미있는 점은 애플 홈킷의 허브가 아이폰이 아닌 애플TV일 가능성이 높다는 지점이다. 물론 아이폰과 아이패드로 집의 온도와 조명을 설정하는 기술이 주를 이루겠지만, 이를 총체적으로 콘트롤하는 디바이스의 역할을 애플TV가 수행할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 한때 ‘망작’이라는 오명을 받았던 애플TV가 스마트홈의 주역으로 우뚝 선다는 뜻이다.

이 지점에서 홈앱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 말 그대로 홈킷의 기능을 모바일로 당겨온 느낌이다. 홈앱은 홈킷의 기능을 제어할 수 있는 ‘앱’이며 홈킷 단말들의 무선 탐색과 셋업 기능을 지원할 뿐만 아니라 가상룸을 생성하고 이를 통해 단말들을 조정할 수 있는 기능을 골자로 한다.

삼성전자도 타이젠이라는 기본적인 운영체제를 바탕으로 아틱을 공개했다. 반도체 모듈의 형태다. 오는 2020년까지 모든 가전제품에 사물인터넷 기능을 탑재한다는 계획에 따라 아틱이 상당 부분 큰 역할을 수행할 것으로 보인다. 인수한 스마트싱스의 경쟁력을 개방형으로 돌리며 시너지 효과를 창출하겠다는 복안이다. 생태계 자체에 집중한 통 큰 실험이며 다른 기업의 참여도 독려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소프트웨어와 드라이버, 스토리지, 보안솔루션, 개발보드, 클라우드 기능이 탑재됐으며 차세대 임베디드 패키니 온 패키지 이팝(ePoP)이 활용된 부분도 새롭다. 삼성전자의 모든 역량이 집중되는 비밀병기인만큼, 범용성과 확장성 측면에서 상당한 심혈을 기울인 분위기다.

아틱은 3가지 버전이 있다. 아틱1, 아틱5, 아틱10이 있으며 숫자가 높을수록 기능이 강력하다. 아틱1은 블루투스를 활용한 사물인터넷 모듈이며 아틱5는 1GHz 듀얼코어 프로세서, D램, 플래시 메모리로 구성되어 드론과 같은 하이엔드 제품에 삽입할 수 있다. 아틱10은 스마트폰을 서버에 연동하는 등 다양한 방안에서 활용할 수 있는 프리미엄 제품이다.

시장조사업체 스트래티지애널리틱스(SA)에 따르면 글로벌 스마트홈 시장은 2019년 1150억달러(약 129조원) 규모로 성장하며 대략적으로 1년에 19% 증가할 것으로 전망했다. 하지만 이 시장은 단순히 금액으로만 재단할 것이 아니다. 스마트홈을 잡아내면 이후 펼쳐질 ICT의 신세계를 장악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