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CNN 방송 캡처

흑인 행세를 하며 흑인민권단체장을 한 백인 여성이 위장 논란에 휩싸이자 결국 지부장직에서 물러났다.

미 북서부 워싱턴 주 스포캔시의 전미유색인지위향상협회(NAACP) 지부장인 레이첼 돌레잘(37)은 이날 단체 페이스북에 올린 글에서 "예기치 못한 비난을 받고 사직했다"며 "지금 논란의 한 가운데 서 있는데, 가족이나 단체로부터 좀 떨어져 있는 것이 인종·사회적 정의나 NAACP의 대의명분에 가장 부합한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사건의 주인공인 레이첼 돌레잘은 미국 북서쪽에서 가장 유명한 흑인 인권운동가의 한 명으로 꼽힌다. 현지 경찰 옴부즈맨 위원회의여성 위원장과 워싱턴대학 아프리카 연구프로그램의 시간제 교수도 담당한 바 있다.

그러나 최근 돌레잘의 정체가 부모에 의해 밝혀졌다. 돌레잘의 부모는 CNN 등과의 인터뷰에서 "딸이 왜 자신의 인종을 속일 필요를 느꼈는지 알다가도 모르겠다"며 딸은 명백히 백인이라고 공개하며 과거 사진과 출생서류 등을 공개했다.

부모에 의하면 돌레잘은 유럽 혈통의 백인이며, 다수의 아프리카계 미국인 지도자를 길러낸 하워드 대학으로 편입한 뒤 흑인 문화에 강하게 동화돼 정체성을 바꾸게 됐다. 또한 2007년 이후부터 흑인 행세를 해왔다.

하지만 정체가 폭로되고 지부장직을 사임하면서도 돌레잘은 자신이 흑인 분장을 한 것에 대한 이유를 명확히 털어놓지 않았다. 현지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인종에 대한 질문은 그렇게 간단한 게 아니다. 이는 다층적인 이슈다"라며 모호한 말만 되풀이했을 뿐이다.

또한 그는 흑인인권 활동을 그만둘 생각은 아니라고 밝혔다. 돌레잘은 "내가 (위원회를) 그만두는 것은 아니며, (권한 이행은) 연속적 흐름"이라며 당장은 물러나지만, 이 단체의 실질적인 수장은 자신이라는 주장을 펼친 것으로 전해졌다.

한편 NAACP 측은 돌레잘 논란에 대해 성명으로 "인종적 정체성과 단체를 대표한 자격과는 무관한 문제"라며 문제 될 게 없다는 반응을 보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