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출처= 호산여성병원

흔히 드라마나 영화에서는 출산이 임박한 상황을 양수가 터지는 장면으로 묘사한다. 산모는 당황스러운 얼굴로 ‘양수가 터졌다’고 소리 지르고, 모두가 기쁨 반 걱정 반으로 산모를 병원으로 데려가는 장면이 적잖다.

태아는 양막이라는 얇은 막에 둘러싸여 자라며, 이 속에는 투명한 양수가 가득 차 있다. 임신 기간 동안 태아는 양수 속에 둥둥 떠서 지내게 되는데 이때 팔다리를 움직이며 근육과 골격이 발달한다.

고현주 호산여성병원 산부인과 원장은 “양수는 세포외간질액과 비슷한 구성을 보이고, 주로 태아의 소변으로 이뤄져 있다”며 “양수의 성분은 주수에 따라 달라지며 임신 초기에는 무색이지만 분만할 때쯤 되면 태아의 몸에서 나온 솜털, 태지, 소변 등이 섞여 회백색이나 노르스름한 색깔을 띤다”고 말했다.

양수의 양은 개인차나 임신 주수에 따라 조금씩 다르다. 임신 8주 10㎖미만에서 증가해 중기에 630㎖, 30주부터 임신 36~38주 무렵까지 2000㎖에 가깝게 늘어난다. 출산일이 지나면 500㎖정도 이룬다.

고 원장은 “양수는 임신부의 배가 눌리거나 부딪쳤을 때 외부의 충격으로부터 태아를 보호하는 완충 작용을 한다”고 설명했다.

태아의 폐가 발달하는 데에는 반드시 양수가 필요하다. 아직 미숙한 태아의 폐는 얇은 비닐랩처럼 생겼다. 태아가 양수를 삼키고 흡입하면서 폐 조직을 자극하며 계면활성물질이 생산된다. 이 물질은 폐의 성숙 및 부피 성장을 촉진하며, 기도를 매끄럽게 만든다. 공기 대신 양수로 호흡운동을 하는 셈이다.

무엇보다 양수는 태아 건강의 척도로 볼 수 있다. 임신 중 ‘양수검사’로 양수를 분석해 태아의 염색체에 이상이 있는지, 세균에 감염되지 않았는지 등을 알 수 있다. 고령 임신이거나, 염색체 이상이 있는 아기를 분만한 경험이 있거나, 부모 중 한 명 이 염색체 이상이 있을 경우 15~20주 사이에 시행한다.

고현주 원장은 “보통 양수검사는 양수 속에 떠다니는 태아의 세포를 배양해 염색체검사를 시행하게 된다”며 “피부를 소독한 뒤 가늘고 긴 바늘을 임신부의 배에 찔러 넣고 양수를 뽑아내는 방식”이라고 소개했다.

이어 “고령임신 자체가 염색체이상의 위험성이 있어서 양수검사를 고려해야한다”고 덧붙였다.

양수는 적정량을 유지해야 한다. 너무 많거나 적으면 모체는 물론 태아에게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 초음파검사를 통해 양수지수가 5㎝ 이하로 측정되는 경우 성장이 떨어지거나, 신장 기능에 문제가 있는 경우가 있다.

임신 후기에 양수가 적으면 자궁의 입구를 여는 힘이 약해 분만하는 데 방해가 되기도 한다. 반면, 양수가 2000㎖ 이상으로 너무 많으면 조산하기 쉬워 주의가 요구된다. 태아의 경우 양수량이 지나치게 많으면 삼키고 소화하는 기능에 문제가 발생할 가능성이 있다.

양수 상태를 적절히 유지하려면 산모가 생활습관을 좋은 방향으로 개선해야 한다. 예컨대 임신 중 살이 찔까봐 지나칠 정도로 먹고 싶은 것을 참아가며 체중을 감량해서는 절대 안 된다. 가급적 자연식품을 먹고, 건강하고 좋은 음식을 먹으려고 노력하는 것은 중요하지만 스트레스가 심할 때는 가끔 정도를 벗어나도 괜찮다.

반대로 체중이 지나치게 느는 것도 좋지 않다. 태아와 양수를 건강하게 유지하려면 출산할 때까지 임신 전보다 최소7~18㎏ 안에서 체중을 조절해야 한다. 체중이 지나치게 많이 늘면 임신중독증, 임신성 당뇨에 걸릴 확률이 높아진다. 임신중독증은 양수량을 감소시키고, 임신성 뇨는 양수량을 증가시키므로 미리 적절하고 현명하게 칼로리를 섭취하는 게 상책이다. 고지방, 고탄수화물 식단보다 단백질 위주로 섭취하고, 임신 초기가 지나 안정되면 서서히 스트레칭·요가·산책 등 가벼운 운동을 시작하는 것도 좋다.

고현주 원장은 “특히 무분별한 약물 복용은 양수량에 이상을 초래할 수 있으므로 스스로 약을 처방해 먹지 말아야 한다”며 “복용 중이던 약이 있으면 임의로 중단하거나 지속하지 말고 전문의와 상의한 후 결정하는 게 바람직하다”고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