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수 침체가 지속되고 있다. 백화점이나 대형마트는 그야말로 ‘눈물의 세일’을 해도 매출 부진에서 헤어나오지 못하고 있다. 유일하게 면세점만이 고속성장을 이어가고 있다.

관세청에 따르면 2010년 4조5000억원 수준이던 국내 면세점 시장 규모는 2011년 5조3700억원, 2013년 6조8300억원, 지난해 8조3000억원으로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 올해는 10조원을 넘어설 것으로 업계는 예상한다. 지난해 국내 면세시장 총 매출 가운데 절반가량인 4조3500억원은 서울 시내 면세점 6곳에서 발생한 것이다.

6월, ‘황금알을 낳는 거위’로 평가받는 서울 시내면세점 운영권의 주인공을 가리기 위한 관세청의 심사가 본격적으로 시작됐다. 결과는 7월 말께 나오지만 운영권을 따내기 위한 대기업들의 출사표 경쟁이 뜨겁다.

‘유통공룡’ 7곳(현대산업개발·신라호텔, 신세계, 롯데호텔, 한화갤러리아, SK네트웍스, 현대백화점, 이랜드리테일)은 고수익을 보장하는 이 매력적인 유통채널의 사업권을 획득하기 위해 사활을 내건 모습이다. 특히 공항면세점은 매출의 37%라는 높은 임대료를 지불해야 하는 반면, 시내면세점은 매출액의 0.05%만 수수료로 내면 된다. 기업들이 더욱 매력을 느낄 수밖에 없는 이유다. 오죽하면 업계에서는 ‘공짜나 다름없는 사업’이라는 견해가 지배적이다.

특정 대기업이 도심 한복판에서 세금이 붙지 않는 물건을 팔 수 있는 권한이 생기는 것이고, 그 대가로 매출액의 0.05% 정도를 수수료로 낼 뿐이다. 1조원의 매출을 올렸다면 5억원만 국가에 내면 된다. 특별한 권리에 대한 ‘대가(세금)’라고 하기엔, 호텔에서 숙박 후 코스 요리를 먹고 ‘껌값’ 정도를 내는 수준이랄까.

‘황금알’의 주인공이 되기 위해 대기업들은 사회공헌과 기부에 새삼 적극적인 태도를 보인다. 대단한 듯한 모양새로 출사표를 던지지만 그 이면에는 계산기를 아무리 두드려도 이익이 되기 때문이다.

정부는 세수가 부족하다고 아우성이다. 그렇다고 면세 사업을 시작하게 될 대기업에게 세금을 더 걷기엔 소비자의 부담이 커지거나, 기업의 경영 악화가 우려된다는 입장이다.

개인적으로 흡연자가 아닌데도 보건당국이 이렇다 할 금연정책 없이 담뱃값을 올린 것이 새삼 생각난다. 그렇게 부족하다면 상대적으로 넉넉한 기업의 주머니에서 세금이 나오게 해야 더 공평한 사회 같은데, 왜 서민들의 주머니에서만 털고 싶어 하는지 정부의 논리에 공감이 가질 않는다.